도전과 성취에 대한 또 다른 시선, 까다롭다고 좋은 것 아닌 목적의 명확히 중요

[게임플] 과거 '원숭이 섬의 비밀(The secret of monkey island)'이라는 PC게임이 있었다. 기억을 되돌려보면 며칠 밤을 셀 정도로 푹 빠졌었던 게임이었는데 당시 이런 어드벤져 장르의 게임들이 소위 '대세'였다.

어드벤쳐 장르 게임의 특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대부분 플레이가 '불친절하다'는 특징이 있다. 스토리 챕터를 하나만 넘어가려고 해도 다양한 퀴즈와 숨어있는 아이템을 찾아야 해결이 가능하다. 소위 요즘 핫플레이스라고 할 수 있는 '방탈출' 게임의 원조라고 부를 수 있을까.

The secret of monkey island

공략집이라는 '절대 도움'을 받지 않고 묵묵히 퀘스트를 해결해가는 게이머들도 종종 있었지만 대부분은 하루나 이틀정도 헤매면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는게 일이었다. 책을 펴놓고 공부를 해듯 컴퓨터 화면속 모험의 주인공과 나를 동일시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봤던 시대. 부모님의 원망어린 시선속에서도 꿎꿎이 키보드를 놓지 않았던 '끈기와 패기'가 있었던 때다.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보자면 당시에는 수많은 종류의 게임잡지들이 서점안 메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부록으로 제공된 게임공략집이 얼마나 충실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본편은 그냥 대충 읽고 버리더라도 부록인 공략집은 끝까지 품에 안고가는 게이머들이 많았던 시기였다.

우여곡절끝에 모든 난제를 해결하면 짜릿한 쾌감과 피곤함이 동시에 몰려왔었다. 스토리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멋들어진 음악이 나오면서 느꼈던 그 성취감과 나른한 감정들은 요즘 게임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즐거운 경험이다. 게임을 하면서 다시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당시에는 공략집이 없으면 게임플레이가 상당히 어려웠었다(출처:고전게임스캔http://oldgamescan.blogspot.kr/2015/10/2_27.html)

반면 요즘 게임들은 너무 친절하다. 기본적인 튜토리얼만 진행해도 일반적인 게임 플레이가 가능할 정도. 물론 이런 친절한 설명들은 초기 진입장벽을 상당히 낮출 수 있는 효과가 분명 있다. 게임을 처음 접하더라도 글씨만 읽을 수 있다면 왠만한 게임들은 쉽게 즐길 수 있다.

초보 게이머를 위해 특급 도우미들이 처음부터 당신을 도와준다. 전자제품을 사도 굳이 설명서를 따로 읽을 필요가 없이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할까.

게임이 시대상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본다면 지금 트렌드도 맞긴 하다. 인터넷, SNS 등 정보의 홍수속에서 최적의 빌드를 찾아 빠른 시간내에 고레벨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는 목표가 십분 이해 된다.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들도 대부분 이런 친절한 방식을 취한다. 물론 좋은 아이템과 높은 레벨로 내 캐릭터를 강하게 만드는 재미도 분명히 존재한다. 비록 지름신을 영접해야 되기는 해도 말이다.

디아블로3가 처음 나왔을때 세계관에 맞는 퀘스트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의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캠페인 모드다. 최근엔 어떨까. 시즌제로 진행되면서 각 시즌에 맞는 대세 캐릭터와 세트아이템, 그리고 최적의 스킬 빌드 등을 접하면서 복제인간이 만들어지듯 같은 캐릭터와 같은 아이템 등 획일화된 게임플레이가 대부분이다. 사람마다 재미의 기준은 다르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느낌이 든다.

이나리우스 전사가 아닌, 시폭 네크로맨서를 대세로 만나 볼 수 있을까.

일본 오사카 유니버셜 스튜디오에는 해리포터 어트랙션이 있다. 일명 '새치기권'으로 불리는 익스프레스 티켓을 별도로 구매하면 별도로 마련된 루트를 통해 빠르게 입장을 할 수 있다.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그대로 재현해놓은 성 같은 곳으로 입장을 하게 되는데 익스프레스 티켓 루트로는 볼 수 없는 콘텐츠가 있다.

오래 기다리는 일반줄에 서야만 실제 영화에서 나왔던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움직이는 액자들를 실제 계단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 시간은 좀 오래 걸리지만 영화 속 장면을 보기 위해 일부러 일반 줄에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다.

어떤 콘텐츠던 아주 급하게 소비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내 차례가 될 때까지 곁에 두고 천천히 음미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과 재미다.

풀리지 않는 퀘스트와 어디서 찾아야 될 지 모르던 아이템을 위해 몇 시간을 쏟아부었어도 그 과정 자체가 재미있었던, 획일화되고 틀에 박힌 빌드와 레벨업만이 '정답'으로 점철되는 지금 게임과는 전혀 달랐던, 스토리와 감성을 지닌 그 때 그 시절 게임들이 더욱 그리운 이유다.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