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의 뱀서 + 덱빌딩 + 로그라이트 + 핵앤슬래시

"뱀서류는 거기서 거기"라는 선입견이 이 게임에서 깨졌다.

'트리니티 서바이버즈'는 크래프톤 산하 스튜디오 플라이웨이게임즈가 개발한 핵앤슬래시 액션 게임이다. PC 스팀 플랫폼으로 31일 얼리액세스 출시했고, 세 명의 캐릭터를 조합하고 스킬과 아티팩트를 활용해 스테이지를 클리어해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기본적인 조작과 게임 흐름은 '뱀파이어 서바이버즈'로 유행해 붙여진 이름 '뱀서류'를 기반으로 한다. 쏟아지는 적을 피해 움직이고, 자동으로 스킬이 발동되는 가운데 무작위로 나타나는 카드를 선택해 성장한다. 그리고 스테이지 보스를 물리치면 클리어에 성공하게 된다.

조작이 피곤하지 않아 편하게 즐길 수 있고, 빠른 템포의 단판 성장 덕택에 누구나 빠져들어서 즐기기 좋은 장르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아류작이 난무해 특색 있는 신작을 찾기 어렵다는 문제점도 생기고 있다.

트리니티 서바이버즈는 달랐다. 크게 두 가지 분야에서 매력 넘치는 장르 융합을 시도했고, 데모 체험 단계에서 이미 한 가지는 검증됐음을 확인했다. 조합과 조작이 어우러지는 액션은 뜻밖의 성취감을 줬다. 출시 후 기대되는 부분은 협동 멀티플레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캐주얼함을 뽐내는 캐릭터들과 함께 구색을 갖춘 배경 스토리가 등장한다. 세 명의 캐릭터를 선택해 전투에 진입하고, 이들이 함께 성장하고 시너지를 이루면서 전략적인 빌드를 만들고 오크 무리를 퇴치해나간다.

셋 중 한 캐릭터는 리더로 설정해 리더 특성과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이 스킬은 원할 때 발동할 수 있고, 쿨타임이 존재한다. 핵심은 대시 조작이다. 빠르게 거리를 좁히거나 광역 공격을 회피할 수 있어서 게임 액션을 이끈다. 전투 중 선택해서 얻는 사용형 아티팩트도 원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스킬 역할을 한다.

리더 스킬은 게임 흐름을 바꾸는 수준이다. 예를 들어 스페독은 마우스 조준 지점에 강력한 폭탄을 퍼붓고, 타나는 오브젝트를 생산해주는 능력이 있어 후반 엄청난 잠재력을 노릴 수 있다. 조합과 리더 선택에 따라 완전히 다른 빌드의 기반이 된다.

세션 클리어마다 얻는 재화는 파티 특성이나 캐릭터 능력치를 강화하는 데 쓰인다. 계획적으로 취향에 맞는 액션 스타일을 정하고 모든 트리를 이에 맞출 수 있다. 확률적 특수 킬 형태인 '블러드 킬'도 발동률을 늘릴 수 있어 이와 연계된 아티팩트와 스킬 옵션 테크트리를 타는 것도 가능하다. 

전설 아티팩트를 뽑는 맛이 각별하다
전설 아티팩트를 뽑는 맛이 각별하다

일반적인 뱀서류 게임은 어떻게 성장했느냐에 따라 클리어 견적이 결정되고, 여유 있게 성공을 기다리거나 죽음을 기다리곤 한다. 그래서 마지막에 긴장이 풀린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트리니티 서바이버즈는 스테이지 보스의 화려한 광역 공격 패턴, 이를 대시하며 피하고 쏴야 하는 액션 덕에 최후까지 슈팅 레이드의 맛을 가진다. 아무리 막강하게 커져도 컨트롤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면 불 바닥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다. 반대로 성장이 조금 아쉬워도 화려한 회피를 통해 극복하는 재미가 있다.

보스전은 그만큼 흥미롭다. 첫 스테이지 보스부터 화려한 패턴을 자랑해 게임에 눈을 붙잡고, 보스마다 다른 특성과 공략법이 있어 이를 감안한 스킬 트리 구성도 효과적이다. 최대 10분 정도의 클리어 타임 속에서 빠른 템포의 성장, 훌륭한 기승전결로 한 게임을 매듭짓게 된다.

데모는 비공개 빌드로 시연한 만큼 멀티플레이는 직접 체험할 수 없었다. 하지만 보스 공략이 재미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대가 커진다. 2인 협력으로 싱글 콘텐츠보다 더욱 어렵고 긴 스테이지에 도전하며, 랭킹 보드로 클리어 점수를 경쟁하게 될 예정이다.

트리니티 서바이버즈는 싱글 플레이만으로도 충분한 완성도와 파고들기 잠재력을 함께 갖추고 있다. 뱀서류로 분류해야겠지만, 그 이상의 어떤 다른 장르다. 공격 보정 형태의 핵앤슬래시라고 칭해도 무방하다.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기 위한 동기부여도 뚜렷하다.

얼리액세스 후 정식 출시까지 업데이트가 꾸준히 이어진다면 잠재력이 엿보인다. 캐릭터 디자인과 설정부터 공을 들인 흔적이 나타나고, 캐릭터 하나 추가마다 3인 조합 특성상 수많은 경우의 수가 발생한다. 덱빌딩을 즐기는 유저 역시 빠져들기에 적합하다.

만 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10시간 이상 알차게 즐길 만한 게임이다. 뱀서류가 양산되기 시작한 시기, 새로운 장르 융합이 벽을 뚫고 튀어나왔다. 크래프톤의 작지만 강한 시도가 또다시 꽃을 피울 것인지 궁금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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