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산하 플라이웨이게임즈 유신종 PD, 유승열 CD

"버려지는 캐릭터, 버려지는 세팅이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트렌디 장르에 과감한 도전을 섞었다. 1월 31일 출시한 PC 스팀 신작 '트리니티 서바이버즈' 이야기다.

개발사 플라이웨이게임즈는 크래프톤의 12번째 스튜디오다. 트리니티 서바이버즈는 사내 개발 프로그램인 '더 포텐셜'의 검증을 통과한 신작으로, '뱀파이어 서바이버즈(뱀서)' 흥행으로 태동한 뱀서류 장르에 속한다. 

하지만 기존 뱀서류와 많은 지점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액션 컨트롤을 통한 긴박감과 손맛, 개성 강한 캐릭터 3인의 파티 조합, 다른 유저와 함께 힘을 합치는 코옵 스테이지 등. 예고 없이 갑자기 출시됐지만, 재미 자체가 빛나면서 호평으로 이어지고 있다.

플라이웨이게임즈 개발 총괄 유신종 프로덕션 디렉터(PD), 유승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에게 팀 결성과 개발 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뱀서'와 '건파이어 리본'에서 영감을 받은 이 게임은 본 적 없는 매력으로 완성되어 있었다.

플레이웨이게임즈 유승열 CD, 유신종 PD
플레이웨이게임즈 유승열 CD, 유신종 PD

Q. 플라이웨이게임즈의 첫 타이틀이다. 그동안 이력부터 소개하면 좋을 것 같다.

유신종: 테크와 기획 직군에 몸을 담았다. 블루홀에서 '테라'로 게임 개발을 처음 시작했다. 출시 후 라이브 서비스와 중국 서비스도 담당한 뒤, 같이 한 인력들과 스타트업 너드게임즈를 창업하기도 했다. 펍지로 인수합병이 된 뒤 '배틀그라운드' 저사양 버전과 '뉴스테이트' 개발 후 여기에 참여하게 됐다.

유승열: 넥슨에서 '메이플스토리2' 프로토타입에 참여한 적이 있고, 테라 후 엔씨소프트에서 8년간 있었다. 그리고 펍지로 옮겨와 뉴스테이트 인게임 기획을 했다.


Q. 뉴스테이트 인연이 만들어낸 팀 같다. 현재 개발 인력은 어떻게 구성됐나?

유신종: 크래프톤 내부에서 '더 포텐셜' 제도로 시작했다. 초기 6명은 모두 뉴스테이트 시절 멤버다. 프로젝트 승인이 된 뒤에 5명이 추가로 합류했고, 대부분 같이 일한 적 있는 개발자들이다. 그뒤로 차근차근 인력을 모집한 끝에 더 포텐셜 요건인 20명을 채워 개발에 들어가게 됐다.


Q. 뱀서류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원래 대형 개발사와 어울리지 않는 장르라는 말도 있었다.

유승열: 기존 뱀서류는 소규모 인력이 만들다 보니 멀티플레이를 목표로 하기 어렵다. 그래서 시작부터 친구와 모여서 할 수 있는 형태의 뱀서류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졌다. 크래프톤의 인력과 기술이라면 그 점에서 느낌이 다르겠다 싶어 시작했다. 도전할 가치가 있는지 따지는 더 포텐셜의 기치와도 맞았다.


Q. 또 참고한 다른 게임도 있나?

유승열: 로그라이트 게임인 '건파이어 리본'의 플레이 레벨을 좋아하는데, 이를 뱀서류에 포함하고 능동적 액션을 넣으면 어떨까 해서 여러 부분 참고했다.

Q. 뱀서류는 수동을 최소화한 덱빌딩이나, 액션성을 가미한 게임으로 크게 두 갈래가 나뉜다. 그중 액션성 쪽을 선택한 이유는?

유승열: 뱀파이어 서바이버즈를 하다 보면 몬스터가 뭉친 공간이 나오고, 저기에 나 자신이 개입하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다만 그 게임은 후반에 갈수록 방치형 시뮬레이션 같은 관찰자 역할에 머물렀는데, 이것에 개입하는 액션을 키워드로 다른 맛을 줄 거라 생각했다.


Q. 해금된 아티팩트나 파티가 정해져 있다 보니 리더 중심 세팅을 주로 하는 느낌이 있었다. 

유승열: 건파이어를 예로 들면 스크롤 풀이 굉장히 많고, 한 판에 20~30개 정도를 얻는 게임이다. 트리니티 서바이버즈 역시 초반에 해금이 덜 됐을 때는 아는 것만 선택할 수 있지만, 사용형 스킬을 크게 강화하고 싶다면 키 아이템에 따라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게임을 할수록 180개 정도 아티팩트 풀에서 한 판에 20개 정도를 얻게 되니 각 선택 방향에 따른 풀을 제공할 수 있다. 최적의 답안은 있겠지만 새로운 경험도 함께 얻을 수 있도록 했다.


Q. 추후 멀티플레이를 확대한다면 보상과 랭킹 시스템도 들어갈 수 있나?

유승열: 멀티플레이는 이제 시작 단계다. PvEvP를 원래 설계했는데 기술을 더 끌어올려야 했고 검증해야 할 점도 너무 많았다. 일단 지금은 이 장르에서 다른 유저와 협동하는 게임 자체가 없다. 협동을 먼저 해보고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연구하는 중이다. 레이드 몬스터를 잡거나 시간 경쟁을 하는 등의 방식도 논의하고 있다.

Q. 지금 구현된 상태에서 멀티플레이는 어떻게 펼쳐지나?

유승열: 스팀 친구를 부르거나 랜덤 매칭으로 함께 할 수 있다. 일반 밸런스보다 조금 높은 난이도로 15개 페이지가 준비됐다. 서로 번갈아서 맞아줘야 하는 패턴 등 여러 멀티 전용 패턴도 준비했다. 배그처럼 일정 시간 동안 죽은 아군 옆에 있으면 부활도 가능하다. 15페이지를 누가 빨리 클리어하느냐가 랭크 기준으로 잡혀 있다.


Q. 캐릭터 디자인이 그대로 놔두기는 아까웠다. 랭킹 보상 등 뭔가의 방식으로 꾸미기 아이템을 제공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나?

유승열: 스팀에서 경쟁 보상은 핵 같은 문제 때문에 어렵다. 나중에 가능하다면 스팀 업적과 같은 형태로 몇 가지 요소가 들어가는 것은 고민하고 있다.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마케팅 방안도 고려 중이다.


Q. 캐릭터 추가 일정은? 조합 잠재력에 비해 출시 버전 캐릭터 수가 적은 감도 있다.

유승열: 시나리오 캐릭터 4개, 확장 캐릭터가 4개 나올 예정이다. 8개 캐릭터까지는 개발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해외 특정 국가를 겨냥한 캐릭터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다.

유신종: 크래프톤 포텐셜 제도는 20명이 1년 사이에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싱글을 잘 만들고 멀티까지 해야 하는데, 당장 스케일을 크게 만들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쟁을 빼고 코옵만으로 선회한 이유이기도 하다. 출시 성과를 보면서 움직여야 할 것 같다. 유저 요구가 있다면 캐릭터와 스테이지를 묶어 DLC로 나가는 방법도 생각 중이다.

Q. 싱글 모드만 플레이한다면 클리어까지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유승열: 재미있게 10시간 이상은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만들었다. 학습, 그리고 학습한 내용을 활용하는 시간을 각각 5시간 정도 잡았다. 뱀서류가 소모되는 장르이다 보니 부담감은 없었다. 모든 성장을 마치고 세팅을 전부 이해하는 수준이 되려면 30시간 정도는 걸려야 할 것이다.

유신종: 게임 하나가 독점하는 장르가 아니다 보니, 경쟁작과의 고민보다는 우리가 10시간 정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든다면 시기와 관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Q. 세계관도 이 장르에서 보기 드물 만큼 공들인 흔적이 보인다. 이유가 있었나?

유승열: 리소스가 많이 들다 보니 세계관은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캐주얼 그래픽으로 개성을 부여하는 것이 어려웠다. 고민 끝에 고립된 세계관 속에서 하나에 미쳐 있는 캐릭터들을 설계했다. 아르거스는 운둔형 외톨이, 타나는 알코올 중독자 등. 

그런 것을 키워드로 놓고 녹이기 시작하니 캐릭터 말투에도 개성이 묻어나면서 유저들도 공감할 만하게 했다. 새로운 캐릭터가 해금되면 그동안 안 쓰던 캐릭터로 시너지를 조합할 수 있게 한 것도, 버려지는 캐릭터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왔다.


Q. 기술 선택지도 많고 적 종류도 많다 보니 내가 쏘는 공격이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가시성 개선 여지가 더 있을까?

유승열: 기본 가시성을 위해 컬러를 맞췄다. 아군의 공격은 푸른색, 오크 공격은 붉은색 등. 그럼에도 아직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 투명도 조절로 아군 투명도를 낮춰달라는 요구사항도 있었다.

유신종: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이다. 채도를 다르게 하는 방법도 있는데, 우리에게 어울리는 방향을 계속 찾는 중이다.

Q. 블러드 킬 시스템에 대해 게임에서 설명이 별로 없는데, 어떤 의도로 들어갔나.

유승열: 세계관과도 연결된다. 오크는 다른 종족들에게 증오의 대상이고, 침공하는 오크를 잔인하게 죽이는 것으로 처음에 계획했다. 확률로 발생하는 블러드 킬을 통해 특정 아티팩트 성능을 높이거나 보상을 높이고, 또 하나의 성장 요소로 관련 선택지를 골라 색다른 세팅을 만들 수도 있게 했다. 


Q. 가벼운 그래픽으로 보이는데 생각보다 그래픽카드 권장사양이 높은 편이다. 

유신종: 많은 몬스터 때문이기도 하고, 실시간으로 전투가 이뤄지는 판정의 타이밍이 굉장히 짧다. FPS에 준하는 수준의 타이밍을 다루기 때문에 계산량이 많다. 호스트 클라 구조라 호스트 자원을 많이 쓰기도 해서 여유롭게 사양을 잡은 편이다.


Q. 모바일이나 닌텐도 스위치 등의 타 플랫폼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나?

유신종: 휴대용 콘솔과 엑스박스, 플스 등 거치형 콘솔도 패드 지원만 잘 되면 안할 이유가 없다. 다만 지금은 일부 기능이 패드에서 불편한 점도 있다. 그것만 개선되면 플랫폼 확장은 하려 한다. 다만 모바일은 유저 타겟팅과 최적화도 생각해야 해서 조심스럽게 접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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