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시뮬레이션, 언리얼5 실사풍 '슈퍼 퀄리티'로 재탄생
건축 모드 존재 확인... 예쁘고 효율적인 UI, 훨씬 발전한 조작성도
디테일과 최적화 정비하면, 심즈의 훌륭한 대안 가능

[게임플] 시연 전까지는 이 정도로 깔끔하고 질이 높을 줄 상상하지 못했다.

크래프톤 인생 시뮬레이션 신작 '인조이(inZOI)'가 부산 지스타에서 최초 시연을 열었다. 유저는 게임 속 신으로서 아바타 '조이'를 편집하고 그들의 삶과 일상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언리얼엔진5 기반 실사풍 그래픽에서 욕구, 야망, 생활 등 모든 것을 관장하게 된다.

모든 인생 시뮬레이션은 '심즈' 시리즈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PC 플랫폼에서 장르를 독점하다시피 하며, 가장 완성도가 높고 폭넓은 취향을 아우른다. '인조이' 역시 심즈와 같은 결에서 출발한다. 30분간 플레이 결과, 더욱 디테일하고 편의성 높은 인생 게임의 뼈대를 체감할 수 있었다.

도원 외 전 세계 많은 도시 배경이 준비 중
도원 외 전 세계 많은 도시 배경이 준비 중

시연에서는 서울을 배경으로 한 '도원'만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LA를 배경으로 한 '블리스베이' 등 세계 지도 속 여러 선택지도 눈에 띈다. 해외 다양한 도시 배경도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첫 조이 커스터마이징부터 놀랄 수밖에 없다. 피부와 옷 질감부터 현실적으로 구현됐고, 체형도 전신 곳곳을 섬세하게 조정 가능하다. 많은 의상과 함께 AI를 활용한 패턴 생성까지 가능하다. 이것이 인게임에서도 기술적으로 거슬리는 문제 없이 똑같은 그래픽으로 구동된다. 움직임도 장르 가운데 가장 자연스럽다.

심즈에서 굉장히 많은 것들을 따왔다. 게임 커맨드와 진행 방식은 심즈와 매우 흡사하다. 하지만 디자인을 독창적으로 소화했다. UI부터 매우 깔끔하고 간편하다. 일정 페이지와 심리, 야망 관리 화면은 첫 기획부터 심즈 유저들이 무엇을 원했는지 깊이 파악한 흔적이 나온다.

WSAD 키로 캐릭터가 이동되는 것도 재미있다. 실사형 3D인 만큼 현실적인 이동을 간편하게 해주는 장치다. 가끔 심즈 본능으로 카메라를 옮기려다가 잘못 누르기도 하는데, 출시 버전은 옵션 키배치로 본인 취향에 맞게 수정 가능할 테니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미 웬만한 것은 다 건드릴 수 있는 건축 존재
이미 웬만한 것은 다 건드릴 수 있는 건축 존재

인조이의 기대를 높일 만한 시연 정보를 꼽으라면 단연 이것이다. '건축 모드'가 있었다. 그것도 높은 수준으로 존재했다.

건축은 심즈의 꽃이자 엔드 콘텐츠로 불린다. 가구 배치는 물론 건물 전체의 구조, 색깔, 마감재, 벽돌 형태 등 모든 것을 원하는 대로 쌓아올릴 수 있다. 이를 통해 '마인크래프트'에 버금갈 만큼 창의적인 창작물을 만드는 유저가 아직도 많다. 

인조이는 기존 인게임 트레일러에서 "다른 건 다 좋은데 건축이 안 보여서 불안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을 심즈 못지 않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시연에서 확인했다. "왜 이걸 자랑하지 않고 있었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또 감명 깊었던 것 중 하나는 지하철이다. 이동 명령을 내렸을 때, 근처 지하철역 입구로 들어가면 목표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출구로 포탈처럼 순간이동된다. 이동거리의 한계를 현실적 오브젝트로 극복한 형태다. 집을 선택할 때 '역세권' 여부도 큰 이점이 될 듯하다.

한국 게임답게 탕수육 부먹찍먹 화제를 꺼낼 수도 있다
한국 게임답게 탕수육 부먹찍먹 화제를 꺼낼 수도 있다

커뮤니케이션 틀도 갖춰졌다. 주변에 보이는 지역은 대부분 시연 버전에서 직접 걸어갈 수 있다. 속이 비어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미 상호작용 가능한 '조이'들도 맵에 자연스럽게 돌아다닌다. 각자 알아서 운동을 하거나 대화를 하고 있기도 한다. 

조이들과의 소통은 우정, 사업, 애정으로 나뉜다. 사업이 들어간 점은 독특하다. 대화 선택에 따라 상대가 성향에 맞게 반응하고 관계 변화가 일어난다. 언어가 없는 대신 과장된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하는데, 가장 심즈와 닮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메신저로 다른 조이가 말을 걸어와서 선택지를 통해 응답하기도 하고, 의문의 문자를 받은 뒤 선택에 따라 새로운 과제에 진입하기도 한다. 아직 대화 주제나 문자 볼륨이 크지 않아 반복이 많은데, 개발 과정에서는 나중에 추가해도 늦지 않는 것들이라 별 걱정은 없다.

취업 후 직장에 가서도 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마련돼 있다. 식당 점원을 한다면 업무 시간 동안 퀘스트가 뜨고, 청소나 서빙 등 요구치를 얼마나 달성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결정되고 보상을 받는다. 물론 업무 중에도 그 공간의 조이들과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심즈3로 따지면 '달콤살벌 커리어' 확장팩이 이미 본편에 포함되어 있는 셈이다. 그밖에도 심즈에서 확장팩이나 DLC를 추가로 사야 만나야 했던 콘텐츠 중 상당수가 게임에서 이미 작동하고 있다. 깊이는 더 두고 볼 일이지만,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만 해도 반갑다.

조작도 심즈에 비해 훨씬 간편해졌다. 목표나 심리 상태를 클릭하면 거기에 대응하는 행동을 바로 할 수 있고, 일정 페이지를 통해서도 원 클릭으로 예정된 장소에 이동 명령이 된다. 최소한의 조작만으로도 원하는 정보를 보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한 설계가 돋보이낟.

깔끔한 UI, 문제를 원 클릭으로 해결 가능한 직관성, 훨씬 향상된 그래픽, 꾸미기의 자유도 등. 인조이는 분명 기본 틀에서 심즈를 훌쩍 뛰어넘을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잠재력이 심즈 상위호환이라는 것은, 당장은 심즈를 넘기 위해 필요한 과제도 많이 남았다는 의미다.

틀은 완벽에 가깝게 갖춰졌지만 디테일을 추가할 부분은 남았다. 심즈4부터 적용된 멀티태스킹이 인조이에도 반영됐으면 한다. 변기에 앉아 일을 보면서 책을 보거나, 밥을 먹으면서 옆 사람과 대화하는 등의 편의성을 한 번 맛보면 되돌아가기 어렵다.

걱정거리라면 최적화겠다. 이 장르는 월드 로그 때문에 플레이 시간과 비례해서 세션에 과부하가 무조건 걸린다. 심즈에서 50시간 이상 보내며 5대 가문에 걸친 역사를 즐기다 보면 메모리 누수는 일상이 된다. 그런데 폴리곤을 훨씬 많이 사용하는 실사 엔진일 경우 그 부담감이 더 커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든다.

시야의 답답함도 가끔 느껴진다. 나의 조이 근처에서만 화면이 돌아가고, 넓은 줌아웃이나 광역 맵 둘러보기가 되지 않는다. 이것 역시 언리얼 특성상 리소스 불러오기 속도를 최적화하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닐까 싶은데,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한때 심즈에 수많은 시간을 갈아넣어본 입장에서, 인조이는 마음 깊은 곳부터 반가움을 느끼게 만드는 게임이다. 심즈의 DLC 무한 쪼개팔기 사업 모델에 지친 지 오래여서이기도 하다. 이 점을 완화해 본편부터 풍부한 기능과 플레이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면, 전 세계 인생 시뮬레이션 유저들에게 심즈 이상의 대안이 되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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