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방주' 개발사다운 감각적 게임 구성능력
턴제지만 '타이밍'과 '반응'의 싸움, 조작과 연출 어우러지는 UI

[게임플] 하이퍼그리프의 모바일 'B2P 턴제 RPG'가 모습을 드러냈다.

'명일방주'의 개발사, 이 소개말이 주는 존재감은 해가 갈수록 묵직해졌다. 이제는 엄청난 팬덤으로 유명한 호요버스보다 유저들의 애정이 더 깊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꾸준한 게임성과 퀄리티 발전, 과감한 팬 서비스와 재투자로 많은 서브컬처 주자들의 롤모델이 되어가는 곳이다. 

'엑스 아스트리스'는 '명일방주: 엔드필드'와 함께 하이퍼그리프의 핵심 기대작 중 하나다. 모바일 턴제 RPG로 개발 중이며, 이 장르에서 희귀한 유료 구매 플레이(B2P) 방식으로 출시를 준비해 화제를 낳았다. 

게임은 또다른 항성계의 행성 알린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유저는 전문 교육을 받은 인류 조사관이며, 파티원들과 함께 계속 새로운 지점을 탐사하고 싸우면서 여러 인물과 마주치며 챕터 단위 스토리를 경험하게 된다. 시연은 엑스 아스트리스 대표 캐릭터, '비'와 '옌'의 2인 파티로 진행하는 파트다.

시연 버전을 시작한 직후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시스템에 대해 아무 설명 없이 곧바로 적당히 키워져 있는 캐릭터와 함께 전투에 돌입한다. 일단 싸우고 맞아보면서 시스템과 조작법을 파악해야 했다. 어찌 보면 하이퍼그리프답다 싶기도 하다.

환상적이면서도 독창성 있는 배경 아트워크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UI 디자인은 비교 대상이 없다 싶을 만큼 깔끔하다. 화면을 방해하지 않지만 필요한 정보가 대부분 보이고, 아트와도 잘 녹아든다. 슬라이드를 적극 활용하는 특유의 조작법도 살아 있다. 
 
3D로 제작된 캐릭터 모델링은 일반 애니메이션풍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비유하자면 피규어 재질을 떠올리게 한다. 모션 역시 다른 게임과 느낌이 많이 달라 어색하다는 느낌도 있는데, 향후 더 플레이해봐야 다양한 모션을 보고 판단이 가능할 듯하다.

맵이 광활한 만큼, 레벨 디자인에서 얼핏 비어 보일 수도 있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 사운드가 큰 역할을 한다. 음악 배치가 굉장히 촘촘하고 퀄리티가 높다. 반 농담이지만, 명일방주에서 미처 못 넣은 음악들을 넣으려고 거기에 최적화된 게임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전투는 일반적인 턴제 RPG처럼 시작한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았다. 내 턴에 공격 버튼을 누르면 끝이 아니었다. 엑스 아스트리스의 전투는 '타이밍'과 '반응'의 싸움이다. 

시연 기준 비와 옌은 각각 속성을 가진 스킬 몇 가지를 보유하고 있다. 공격 대상을 선택하고 캐릭터를 탭하는 동시에 그 캐릭터가 공격을 개시하고 1순위에 있는 스킬을 발동한다. 그리고 공격이 적중할 때 다시 같은 캐릭터로 연속 공격을 하거나, 다른 캐릭터를 눌러 콤보 공격을 가한다. 선택에 따라 다른 효과가 발동하며 이에 따른 행동력이 소모된다.

적 약점에 맞는 특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상대가 무력화되고, 행동력이 회복되면서 다시 공격을 펼칠 수 있다. 굉장히 큰 이득이다. 이런 패턴이 매 턴 달라지기 때문에 매번 다음 행동을 생각하며 움직이는 재미가 있다.

적의 공격 턴에도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우선 공격을 받아낼 내 캐릭터를 실시간으로 선택해 교체 배치할 수 있다. 그리고 회피 커맨드를 타이밍 맞게 누를 경우 상대 공격을 막거나 흘려낸다. 

완벽한 타이밍에 성공하면 카운터 어택을 발동하는데, 이때의 효과와 손맛이 만족스럽다. 캐릭터마다 수비 효과도 다르다. '비'는 가드 및 패링, '옌'은 회피 및 반격이 가능하다. 어떤 캐릭터로 적을 막느냐, 얼마나 정확하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전황이 바뀐다. 턴제임에도 불구하고 전투 끝까지 긴장감이 유지된다. 

처음 만나는 적은 승리와 함께 정보를 알려주는 도감 팝업이 오른쪽 하단에 뜨는데, 이것 역시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유용하기도 하다. 전투와 정보 입수와 맵 아이템 파밍, 퀘스트 이동이 아름다운 UI와 함께 게임 분위기를 유지한 채로 부드럽게 연결된다. 

빈틈도 조금씩 보인다. NPC 모델링 퀄리티 같은 경우에서 힘을 확 뺀 흔적은 있다. 최적화나 개발력 배분 측면에서 선택과 집중을 한 듯하다. 또 맵이 광활하지만 치밀한 느낌은 아니라 출시 전까지 극찬하기는 조심스럽다. 실외는 아름답지만 실내 배경은 아무리 그래도 너무 허전하다.

UI는 계속 칭찬했지만 가시성 면에서는 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다. 전투에서 속성 스킬 활용이 굉장히 중요한데, 캐릭터별 다음 속성이 모바일 환경에서는 너무 작게 보여 눈이 아프다. 퀘스트 위치 표시도 상하 구조에서는 길 찾기가 조금 까다롭다.

그래도 기대감을 가지기 충분한 게임이라는 사실은 확인했다. 독특하면서도 많은 유저가 재미있을 만한 환경이 중요한데, 엑스 아스트리스는 시연 구간만으로 평가하기에도 꽤 재미있다. 모바일 턴제 RPG가 절대 거기서 거기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증명했다.

최근 중국 서브컬처 신작들이 획일화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하이퍼그리프만큼은 확실히 자신만의 색깔이 있다. 그것을 강렬한 연출과 재미로 승화할 줄도 안다. 작품으로서 믿고 기다릴 만한 게임사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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