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태산이 된 호요버스, 그 뒤에서 켜진 빨간불
일본-한국에 일제 고전하는 호요버스 외 신작들
중국 전체 게임산업 '멈칫'... 차기 신작 전망도 글쎄

[게임플] "이제 한국 게임은 절대 중국을 따라갈 수 없나?"

2020년, '원신'의 세계적인 흥행 뒤로 이런 말이 공식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게임 커뮤니티는 물론, 각종 매체 및 미디어에서 중국을 상대로 한 패배주의가 엄습했다. 주주로 '리니지라이크'로 불리는 한국형 모바일 MMORPG, '원신' 등 호요버스 개발 게임들의 퀄리티와 해외 성과를 예시로 들면서 대조하곤 했다.

기자는 2014년경 칼럼에서 "한국 게임산업은 이미 중국에 추월당했고, 그것은 물리적으로 이겨내기 어렵다"고 주장한 바 있다. 더 나아가 중국 게임에 '흡수'당하는 시나리오를 우려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당시 주변에서 "좋은 내용이지만, 너무 부정적인 것 아닌가"라는 감상을 듣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결과물로 증명한 중국 게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급격히 올라오던 중국 게임 퀄리티는 결국 해외 성과로 이어졌다. 호요버스 외에도 여러 중국 게임들이 유저 수와 매출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개발 중인 게임에서도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트레일러가 다수 보인다. 이제는 중국 게임이 당연히 압도하고, 앞으로는 더욱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정론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사실, 최근 흐름은 또다시 이상해지고 있었다. 중국 게임이 점점 세계 무대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3년 가까이 계속된다. 호요버스의 눈부신 성공 뒤, 나머지 중국 게임계에 켜진 '빨간 불'이 가려져 있는 것이다. 

■ 주력이라는 서브컬처도... 3년간 글로벌 흥행 신작, 한국이 더 많다

중국 게임은 예나 지금이나 PC 및 콘솔에서는 약하다. 주로 강세를 보이던 지점은 모바일, 그중에서도 서브컬처 계열이었다. 이 방면에서도 중국 게임의 전성기는 2017년에서 2020년 정도다.

2017년경 '소녀전선'과 '벽람항로' 등이 수집형의 새 트렌드를 알렸고, 호요버스의 '붕괴 3rd'가 놀라운 그래픽과 연출력으로 달라진 중국 게임을 상징했다. 그리고 2020년 '원신'의 초대형 흥행과 더불어, 일명 '혜자 롱런 게임'으로 자리잡은 '명일방주'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정점기를 이끌었다. 

고평가의 중심에는 늘 호요버스가 있다. 서브컬처 시장에서 역대 최고의 글로벌 흥행으로 세계적인 게임사에 올랐다. 실제 원신과 '붕괴: 스타레일'을 즐기면서 퀄리티와 볼륨을 살피다 보면 애니메이션 그래픽으로 이 이상을 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러나 2021년부터 3년 동안, 호요버스를 제외하고 유의미한 흥행을 거둔 중국 서브컬처 게임은 없다.

'백야극광', '타워 오브 판타지', '아르케랜드', '퍼니싱 그레이 레이븐' '미니언즈' 등. 큰 기대를 안고 글로벌 출시에 나선 게임들이 서비스 초반 이후 일제히 기대 이하 성적으로 가라앉았다. 모두 트레일러 공개와 출시 극초반 "중국 게임이 대세다", "한국은 절대 못 따라잡는다" 등의 반응을 줄지어 얻은 게임들이었다. 

특히 '원신' 뒤를 이을 퀄리티라며 찬사를 받았던 '타워 오브 판타지'가 국내와 해외 모두 차트에서 찾아보기도 힘들 만큼 사라진 것은 반전 중 하나다. 엄청난 액션 연출로 화제를 모은 '에테르게이저'도 최근 출시 이후 한국과 그밖의 국가들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히려, 호요버스 아래로 최근 두각을 드러낸 서브컬처 신작은 한국 개발작이 다수다. 2021년 출시한 넥슨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는 현재 시점에서 일본 최상위 IP들에 근접한 팬덤을 보유했다. 2022년 시프트업의 '니케'는 호요버스를 제외하면 견줄 대상이 없을 만큼 글로벌 '대박'을 낸 주인공이다.

센서타워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서브컬처 매출에서 '원신'과 '스타레일'은 부동의 1,2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그 아래로는 한국의 '승리의 여신: 니케'가 '인간계 1위'로 불리는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일본의 '페이트/그랜드 오더'와 '우마무스메', '헤븐 번즈 레드' 등이 뒤를 따른다. 중국 게임을 빠르게 찾기는 어려워졌다. 그나마 명일방주가 꾸준히 선전하는 정도다.

국내 소형 게임사인 프로젝트 문에서 출시한 '림버스 컴퍼니'만 해도 대부분의 중국 신작들보다 국내외에서 높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유저 수와 매출 모두 추정치가 기대 이상이다. 연초 출시 이후 상승 구도로 인해 향후 전망에도 긍정적 힘이 실린다. 

'에테르게이저'
'에테르게이저'

■ '착한 과금'으로 유저 호응 있었는데... MAU도 한국 서브컬처 신작들에 밀려 

한국 시장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매출은 물론, 이용자 수도 호요버스 게임을 제외하면 중국 신작들이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인해 출시 초기 최상위권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하락한다는 점이 더 심각하다.

모바일인덱스 5월 월간 지표에 따르면, 호요버스 2종을 잇는 서브컬처 MAU 3위는 일본의 '프로젝트 세카이 컬러풀 스테이지'다. 그 뒤로는 '블루 아카이브', '니케', '림버스 컴퍼니', '우마무스메'로 이어진다. 

중국 게임 중에서는 명일방주의 TOP10 유지 외에 기대할 얼굴이 없다. '작혼'이 마작 열풍으로 상승세를 보인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아르케랜드' 같은 경우는 한국어 더빙 업데이트 중단 공지까지 나오면서 남은 소수 유저들의 불안이 커질 정도다.

서브컬처 전성기 당시, 중국 게임은 과금 부담이 적기 때문에 매출 순위가 덜 나오더라도 유저 호응도가 높고 숫자가 많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그 중국 게임들이 신작까지 포함해 유저 수가 급감하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 추세다. 

물론 총합 숫자로 따지면 호요버스만으로 다른 모든 게임을 압도하겠으나, 다양한 신작 흥행이 기준이라면 오히려 한국이 중국을 이기고 있다. 더군다나 중국 내부의 산업 상황, 차기 출시 예정작을 살펴볼 때 중국 게임계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기는 더운 어렵다.

■ 중국 게임산업 전체가 '노란 불', 평균 개발 역량 한계 보여

매년 급격한 팽창으로 공포의 대상이 된 중국게임 규모는 2022년 크게 꺾였다. 온라인 게임 규모는 10.3% 감소, 현지 자체 개발 게임 규모는 13.1% 감소했다. 한 산업에서 두자릿수 퍼센트 역성장은 사실상 비상 상황으로 읽힌다. 

중국 자체 개발 게임의 해외시장 매출도 3.7% 줄었다. 올해는 스타레일의 엄청난 초기 성적으로 반등이 예상되지만, 역으로 해석하면 호요버스 외 게임사들의 규모 축소는 역으로 더욱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중국 정부의 검열과 게임 탄압 정책이 핵심 이유 중 하나로 꼽히지만, 기본적으로 중국 게임의 퀄리티 성장도 임계점에 다다랐음을 뜻하는 신호가 나온다. 지금까지 투입한 거대 자본과 인력에 비해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릴리스게임즈의 신작 부진도 최근 중국 게임 현황을 드러낸다. 모바일 게임성으로는 호요버스 이상으로 업계 영향력이 강했던 곳이다. '도탑전기'로 분재형의 기틀을, 'AFK 아레나'로 혼합 방치형의 예시를 만들어냈다. '라이즈 오브 킹덤즈'까지 흥행 대박이 이어지면서 중국 게임의 해외 진출 선봉을 맡았다. 

그러나 2020년작 '워패스'부터 부진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올해 3월 출시한 '디스라이트'는 기대감으로 초반 강력한 성적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6월 매출 5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그밖에도 텐센트, 넷이즈 등 중국의 대표 주자들이 자체 IP로 개발한 게임들은 기본적인 기대감부터 잦아든 지 오래다.

중국 콘솔 기대작 '검은 신화: 오공'도 아직은 결과물이 없다
중국 콘솔 기대작 '검은 신화: 오공'도 아직은 결과물이 없다

■ 미디어의 뒤늦은 중국 고평가... 최근 내용물 정확히 들여봐야

불공정무역을 기반으로 엄청난 규모의 내수는 보호받고, 해외 사업은 자유롭다. 이런 최고의 시장 조건에서 걸러진 상위 1%의 게임들이 막대한 자본을 이끌고 글로벌 서비스에 나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호요버스를 제외하면 한국 이하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PC나 콘솔 패키지 게임들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개발이 한없이 지연되고 있거나 아예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프로젝트가 대부분이다. 콘솔 액션 '검은 신화: 오공' 등이 플레이 트레일러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지만 역시 공개가 늦으며, 실제 시연 버전이 공개되지 않아 긍정 평가를 하기엔 이르다. 

얄궃게도, 중국 게임 부진이 시작되는 시기부터 중국 게임을 띄우는 논조가 미디어에서 강해졌다. 예시의 대부분이 '원신'과 '붕괴: 스타레일' 등 호요버스 게임, 혹은 한 발 늦은 예전 흥행 자료들이다. 혹은 이제 시네마틱 트레일러만 공개한 게임을 가지고 중국 게임 파워를 논하는 경우도 잦다.

프레임이 한 번 잡히자, 온라인 속 분위기는 더욱 걷잡을 수 없다. 최근 너무 낮은 퀄리티로 일주일 만에 서비스 종료를 발표한 '클로저스 RT'와 '붕괴 스타레일' 화면을 대조시키면서 '한국과 중국 신작 게임 차이'라는 이름으로 떠돌기도 했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서비스 종료 공지는 분명 한국 기준에서도 초유의 사태에 속한다.

나름 견줄 만한 그래픽과 컷신 연출로 한국에서 개발한 '블랙클로버 모바일'도 같은 시기 나왔지만, 이를 비교 언급하는 경우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수많은 게임 가운데 일부러 최악과 최선을 골라 붙이는 오류다. 한 번 프레임이 굳혀지면 그 관성을 멈추기 어려운 법이다.

신작 정보가 공개될 때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한국 신작은 '트레일러 사기'일 것, 중국 신작은 한국보다 나을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조롱이 이어진다. 한국 게임계가 자초한 부분도 분명 있다. 하지만 중국 역시 할 말이 없는 PC-콘솔 게임들까지 맹목적 프레임이 씌워진 것은 조금 이상하다. 

PC 플랫폼에서 글로벌 고공행진 중인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
PC 플랫폼에서 글로벌 고공행진 중인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

■ 도전하고 결과를 내는 한국 게임 조명이 먼저

중국 게임이 강력한 파워를 보유한 것은 맞고, 한국에 비해 규모와 우위에 선 것도 사실이다. 한국 게임이 비판받고 배울 점도 분명 많다. 특히 경쟁 콘텐츠를 통한 과금이 주류였던 한국 게임계가 점차 해외 게임에서 영향을 받아가는 과정은 긍정적이다.

다만 신작의 냉정한 개별 평가보다 중국 고평가, 한국 저평가가 당연해지는 흐름은 '억울한 악순환'을 낳게 될 확률이 높다. 글로벌 흥행, 다양한 도전 분야에서 한국 게임이 오히려 선전하는 추세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제 성과를 내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다시 흐름이 끊기고 과거의 그림자로 돌아가게 될 위험도 있다.

모바일에서 '니케'나 '블루 아카이브', 싱글 게임에서 '데이브 더 다이버'가 대흥행을 누리고 'P의 거짓'이 초미의 기대작으로 떠오를 때 "이것이 예외고 한국 게임 대부분은 문제가 크다"고 부정적인 해석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두 게임을 예외로 빼놓고 살펴볼 경우 중국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 자본은 위협적이다. 창작 능력으로 막힐 경우 과거 시도하던 자본 잠식이나 인재 영입을 재실행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텐센트 등의 초대형 기업들은 다시 그러한 조짐이 보인다. 단, "중국 게임이 비교 불가능할 만큼 훌륭하다"는 명제만큼은 이미 깨져나가고 있다.

중국 게임계는 앞으로도 한국이 경계하고 승부해야 할 상대다. 하지만 2023년 시점에서 지나친 과대평가로 무력감을 제공할 필요는 없다. 적어도 현재 기준에서는, 중국 게임이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큼 상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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