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과 '차원문' 시스템의 일관된 방향성... '능동적 무작위'
게임 시스템 이해 쉽지만, 입문과 숙련은 더 어려워진 단점도 있어

[게임플] 최근 ‘전략적 팀 전투(TFT)’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새로운 세트에서 선보인 전설 및 차원문 시스템으로 유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며 유저 수가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커뮤니티에서 전성기로 불리는 6세트 출시 초기와 비슷한 분위기라는 평까지 나오고 있다.

모든 게임에는 추구하는 핵심 재미가 있다. 오토배틀러 장르의 경우 무작위로 주어지는 환경에서 기물을 수집해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핵심 재미를 요약할 수 있다.

유저들은 매번 무작위로 주어지는 기물과 아이템, 때로는 주어진 외부 환경에서 선택을 내리고 해당 결정에서 얻는 피드백을 통해 재미를 느낀다. 안정적인 선택과 도박에 가까운 선택, 두 선택 모두 결국 하나의 목적으로 일치하기 마련이다. 승리라는 목적이다.

오토배틀러 장르에서는 최대한 다양한 상황이 연출될 필요가 있다. 메타 덱이나 전략, 운영 방법이 정해지는 순간 게임은 쉽게 지루해진다. 메타의 획일화는 통제 불가능한 환경으로 가득한 게임 내에서 유저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TFT는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유저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려 했다. 그중 세트6에 선보인 증강체 시스템은 많은 호평을 받았고 재미와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면서 세트3 이후 잠잠했던 TFT붐을 일으켰다. 이후 증강체 시스템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세트 7,8을 진행했고 이번 룬테라 리포지드 세트9에서는 진보된 증강체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번에 추가된 새로운 ‘전설’ 시스템은 예측 가능한 범위 내의 무작위를 부여한다. 기존의 일괄된 무작위 환경을 유저에게 일부 예측할 수 있게 만듦으로써 무작위 환경의 스트레스를 줄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유저는 전설을 선택하면서 게임이 시작되기 전에 자신의 운영 방향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예측은 게임 내 변수에 의해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유저는 최소한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는 전설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며 한 번의 게임이 잘 풀리지 않더라도 다음 게임 운영에서 다시 빌드를 도전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원치 않는 증강체가 나와도 총 3번의 무료 리롤 기회가 생겼기 때문에 유저는 비용 없이 선택지를 늘릴 수 있게 됐다. 더 다양한 선택지를 경험하고 상황에 맞춰 증강체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전략적인 게임 운영을 더 적은 스트레스로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경험은 유저 스스로 원하는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는 긍정적 경험이 된다.

추가된 '차원문' 시스템 역시 ‘전설’과 비슷한 방향성을 가진다. 게임 시작 시 세 개의 차원문이 등장한다. 차원문은 게임 전체 플레이어에게 영향을 주며 각 차원문은 독특한 규칙을 가지고 있다.

유저는 전략가를 움직여 투표를 진행하는데 다수결 투표가 아닌 모든 유저 투표 중 하나가 무작위로 선택되어 진행된다. 유저는 능동적 선택을 하면서도 한편 무작위 선택이라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이후 기물과 아이템은 대부분 통제 불가능한 무작위로 등장하며 유저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흐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차원문과 전설로 운영과 전략의 기틀을 잡아뒀고 앞으로 등장할 증강체를 이용해 새로운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됐다.

결론적으로 'TFT: 룬테라 리포지드'의 핵심 재미 요소는 '능동적 무작위'로 요약할 수 있다. 새로운 전설과 차원문 시스템은 기존 유저가 불쾌감을 느끼던 구간은 최대한 줄일 수 있게 만들면서도 게임의 핵심 재미는 잃지 않게 했다.

TFT의 모든 것이 재미로 가득 찬 것은 아니다. 게임에 추가된 시스템이 많아지면서 가벼움과는 거리가 조금 멀어졌다. 라이트 유저는 읽을거리가 미드 코어 유저는 공부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졌다.

핵심 시스템 ‘차원문’과 ‘전설’은 개념만 알아두면 이해하기 쉽지만, 너무 많은 증강체의 세부 효과들은 이해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처음 입문했다면 기물 시너지와 아이템, 증강체 텍스트까지 읽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기자는 세트3 이후 복귀 유저로 텍스트를 읽다가 기물 구입과 레벨업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최근 TFT의 패치 노트에는 100개 이상의 증강체 밸런스 조정이 있었다. 패치 노트의 길이도 상당해서 읽기가 쉽지 않다. 상위 티어를 노리는 하드 코어 유저들은 이런 텍스트야 쉽겠지만, 상위 티어 진입을 생각해볼 수도 있는 미드 코어 유저들에게 이런 긴 패치 내역은 일부 당혹스러울 것이다. 

라이엇은 자사의 게임과 게임을 사랑해주는 유저들을 향한 일관적 시선을 이번 'TFT: 룬테라 리포지드'라는 시도를 통해서 다시 보여주고 있다. 거듭되는 변화와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을 매번 제공한다. 라이엇이 다시 한번 유저들의 발길을 돌린 데 성공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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