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기관과 자치단체 출자, 출연 가능... 구단에게는 희소식
구단과 선수, 팬 지역 경제 모두 윈윈하는 제도가 될지 지켜봐야

[게임플] 지난 3일 e스포츠 선수 인권 보호 및 지역 연고제 도입 내용을 담은 '이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해당 법안은 현행법의 목적에 e스포츠 분야 종사자의 인권보호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고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공공기관이 지역 기반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하여 프로 e스포츠단 창단에 출자, 출연하거나 사업 경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으로 밝혀졌다.

e스포츠 지역 연고제 도입에 대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은 2022년 2월 진행된 ‘e스포츠 선순환 생태계 구축을 위한 지역연고제 도입 정책토론회’에서 시작된다. 해당 토론회는 세대·종목·지역 편중으로 정체된 국내 e스포츠 산업의 문제를 지역 연고제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취지다.

현재 국내 e스포츠 산업은 규모 면에서 리그오브레전드 한국 지역 리그인 ‘LCK’가 주도한다. 정책토론회에서 나온 것처럼 LCK가 산업 전체를 주도하면서 종목에 편중된 상황이다. 세대와 지역 역시 편중되어 있는데, 특히 서울 지역에 팀들이 몰려 있다. 하지만 이는 세대와 구단의 문제가 아닌 산업 자체 특수성에 기인한다.

e스포츠의 역사는 다른 프로 스포츠와 달리 매우 짧은 편이다. 세대와 구단의 성장이 함께 이뤄지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게임의 수명에 온전히 기대는 e스포츠는 지금까지 수많은 게임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야 했다.

LCK는 스타크래프트 프로 리그 이후 이례적으로 긴 역사와 흥행을 이어 나가고 있는 e스포츠 프로 리그다. LCK는 2012년 출범 이후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T1과 젠지, DK, KT와 같은 인기 구단을 만들어냈다. 더불어 스타 플레이어와 두꺼운 팬층도 함께 만들어졌다. 하지만 아직 구단과 함께 성장한 팬덤을 만들기에는 그 역사가 짧은 게 사실이다.

LCK에서 가장 큰 팬덤을 가진 구단인 T1은 ‘페이커’라는 프랜차이즈 스타로 인해 현재 모습이 될 수 있었다. 다른 구단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각 구단은 프랜차이즈 스타 영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LCK는 구단 성장과 수익성 도모를 위해 2021년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제 막 2년이 지나면서 자리를 잡아 가는 중이지만 신생 구단들은 프랜차이즈 도입과 함께 생겨나 그 역사가 더욱 짧은 상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지역 연고제를 도입해 지역 e스포츠 리그 활성화와 지역 커뮤니티 및 팬덤을 형성하겠다는 취지는 분명 e스포츠 산업 성장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구단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편향된 종목과 지역을 탈피해 자체적인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될 수도 있다.

국내 프로야구 리그 KBO는 선수 개인보다 구단 중심으로 팬덤과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다. 구단과 함께 성장한 팬은 장기적인 팬으로 남게 된다. 하지만 국내 프로야구도 지역 편중이 심해지고 있다. KBO의 10개 구단 중 5개 구단은 수도권에 몰려 있으며 나머지 5개 구단이 지방에 연고를 두고 있다.

팀 성적과 별개의 팀 인기와 관람객 추이도 돋보인다. 특히 NC 다이노스의 경우 4일 기준 KBO 3위에 성적을 올리고 있지만 관중 현황은 20만 명 정도로 10개 구단 중 가장 낮다. 2022년 기준 KBO 구단 중 절반은 적자를 겪고 있으며 자체 경쟁력을 갖기 위한 살길을 모색 중이다. 와중에 타 종목의 리그까지 운영하는 구단은 몇 없는 상황이다.

LCK 프로리그를 운영하는 팀들 역시 마찬가지다. 몇몇 팀이 타 종목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심한 적자로 샐러리캡 도입까지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 종목 편향을 피해 다양한 종목 운영을 하기엔 구단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지역연고제가 구단들의 이런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지는 알 수 없다. 만약 지방자치단체와 기관이 해당 문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구단의 입장에서는 최고의 제안이다.

LCK 프로팀 중 리브샌드박스(LSB)가 2021년 최초로 부산에 지역 연고제를 실시했다. LSB는 부산시 남구로 본사를 옮기며 아마추어 리그 운영, 지역 기반 유망주 육성 등에 집중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역 유망주가 학업을 그만두지 않고 선수로 활약하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법안 개정으로 LCK의 프로팀이 추가로 지역 연고제를 실시할 가능성도 생긴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역 연고제 도입이 구단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2018년 e스포츠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프랜차이즈와 지역 연고제를 먼저 도입했다. 중국의 LoL 프로리그 LPL은 현재 17개 팀중 6개의 팀이 5개 도시에서 지역 연고제를 실시하고 있다. 

LPL은 2018년 RNG의 MSI 우승과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IG의 월즈 우승까지 겹치며 전 국가적 관심을 받고 성장할 수 있었다.

지역 연고와 프랜차이즈 도입 직후 약 3년간 코로나의 영향으로 산업 규모가 축소된 것을 감안해도 17개 팀 중 지역 연고를 둔 팀은 아직 6팀에 불과하다. LPL 리그 구단들은 중국 정부와 긴밀히 협업하며 도움을 받는 것으로 확인되지만 리그 전체에 지역 연고제가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LPL 구단들 역시 LCK와 같은 문제로 씨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연고제가 도입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와 기관의 출자, 출연의 허가는 나쁜 소식이 아니다. 특히 최근 사업과 유연 확대를 꾀하고 있는 많은 구단에게 좋은 기회인 것이 분명하다. 

e스포츠 유저와 팬들에게는 이번 지역 연고제 도입이 유명무실한 사업으로만 남는 것이 가장 두려운 점이다. 최근 e스포츠 산업 축소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지역 연고제 도입이 팬과 구단, 선수, 지역 경제 모두 윈윈하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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