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지만 '말이 되게' 엮은 이야기... 밝고 유쾌한 분위기가 최장점

[게임플] 넥슨 신작 '블루 아카이브'가 스토리의 힘으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블루 아카이브는 넥슨 자회사 넷게임즈가 개발하고 11월 9일 출시한 모바일 서브컬처 게임이다. 지난 2월 일본 지역 서비스를 먼저 실시해 화제를 모았고, 국내 및 글로벌 출시 이후 양대 마켓 매출 'TOP5'에 진입하면서 최상위 게임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부터 많은 팬을 확보하게 된 요인은 여럿 꼽히지만, 그중 강렬한 캐릭터성에 대한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학원도시 세계관 속에 다양한 학교가 존재하고, 학생들이 각자 취향에 맞는 동아리에 모여들면서 서로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기존 게임에서 엄두도 못 냈던 발상이 거리낌없이 등장하는 것도 특징이다. 범죄나 테러에 해당하는 사건도 흔하게 벌어지지만, 세계관부터 특이해 밝고 유쾌한 전개가 지속된다. 학생이 거대 병기를 총 한 자루로 때려잡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가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모바일 서브컬처 게임이 캐릭터만 집중한 채 스토리는 명목상 존재하는 경우도 많았고, 빠른 진행을 위해 스토리 대부분을 스킵하는 유저 비중도 높았다. 하지만 블루 아카이브는 브레이크 없는 캐릭터와 전개가 이어지면서 이야기 몰입을 극대화했다. 

메인 스토리를 처음에 스킵하다가도, 여고생들이 모여 복면을 쓰고 은행을 털기 시작하는 장면을 보게 되면 그 전후 사정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평화롭게 라멘을 먹다가 라멘집 반경을 폭발시키게 되는 사정까지 곁들여지면 자연스럽게 스킵 버튼에서 손을 떼게 된다.

블루 아카이브에 집중하게 만드는 요소는 콘텐츠별 스토리도 한 몫을 한다. 모모톡 상태메시지부터 캐릭터 개성을 한 줄로 보여주는 표현력이 돋보이고, 캐릭터 인연 스토리마다 닮은 구석 하나 없이 특이한 소재로 차 있다.
 
동아리별 서브 스토리 역시 웃음을 자아내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가라아게에 레몬을 안 줬다고 식당을 폭파시킨 미식연구회, 온천을 파려고 고속도로 한가운데를 터트린 온천개발부 등을 상대해야 하는 선도부의 사연은 이 세상이 얼마나 '막 나가는지'를 축약해 보여준다. 

게임 속 최고의 광기 '미식연구회'
게임 속 최고의 광기 '미식연구회'

피자 먹을 때 쓰려고 기관단총이 타바스코 소스를 발사하도록 개조했다가 참사를 맞이하는 엔지니어부의 이야기도 '블루 아카이브' 그 자체다. 잘못 엮으면 엉터리가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이지만, 게임 속 설정과 분위기 조성은 이런 모든 소재를 자연스럽게 엮는 일에 성공했다.

이 감성은 김용하 PD의 전작 큐라레: 마법도서관부터 이어졌다. 큐라레 역시 기상천외한 발상과 함께 각종 패러디가 난무해 스토리에서 높은 인기를 얻은 바 있다.  PD를 비롯해 '이사쿠상'이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양주영 팀장 등, 핵심 개발진이 가진 역량과 철학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블루 아카이브 출시 버전에서 메인스토리는 총 20화까지 나왔다. 일본 서비스에서 불만으로 온 점이 스토리 업데이트 속도가 늦다는 것이었는데, 김용하 PD가 업데이트 간격을 유저 요구에 맞게 앞당길 계획을 발표한 만큼 빠른 후속 스토리를 기대할 만하다.

심오하거나 어두운 이야기로 시선을 끌려 하는 서브컬처 트렌드 속에서, 블루 아카이브는 밝고 유쾌한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워 시선을 붙잡았다. 유저들에게 즐거움과 웃음을 주는 학원도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궁금해진다.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