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여섯 번째 작품, 큰 변화보다 원작의 재미를 이어가기 위한 선택에 집중

1991년 첫 시리즈를 선보인 ‘시드 마이어의 문명’은 당시 충격적인 게임성으로 전 세계적으로 화제와 논란이 됐다. 당시에도 미칠 듯한 몰입도와 탄탄하게 재현된 14개의 문명, 그리고 각종 유닛과 가상의 문명 발전까지 시대를 넘어선 콘텐츠로 각광 받았다.

재미있는 점은 당시 이 게임이 국내에는 ‘불가사의 세계’라는 오묘한 제목으로 출시됐다는 것이다. 국내는 PC만 있었지만 해외에서는 아미가부터 새턴, 아타리, 슈퍼패미컴 등으로 이식되며 인기를 끌어갔다. 당시에는 승리조건도 3가지만 있었고 문명 별 차이가 매우 크지 않았다.

하지만 특유의 재미는 지금 해봐도 빠져들 정도로 황홀하다. 한 번 사면 2년은 가지고 논다는 말이 돌 정도였고 확장팩이 딱 필요한 타이밍 (14개의 문명을 모두 정복하고 최고 수준 난이도에서 아슬아슬한 승리를 할 때쯤)에 확장팩도 출시, 놓지 못하는 끈질긴 매력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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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실 문명 시리즈의 리뷰를 쓸 때마다 불안감이 생긴다. 조금만 하고 리뷰를 쓰겠다는 시도가 10시간을 훌쩍 넘기게 되고 쓰라는 리뷰 대신 “한 턴만…” 외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마 리뷰를 써야 하는 조건만 아니면 아직도 이러고 있을지 모른다.

오늘 상세 리뷰에서 다룰 게임은 세계 3대 폐인 양성 게임 (문명, 풋볼매니저,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중 대표적인 게임으로 국내 유저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문명 시리즈의 최신작 ‘시드 마이어의 문명6’다. PC로 지난 달 21일 출시됐으며, 음성, 자막 모두 현지화 됐다.

패왕 간디의 모습이 조금 약해진 느낌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대단한 업적을 보여준다.

국내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전작 ‘문명5’에 이어 약 6년만에 모습을 드러낸 후속작 문명6는 기존 시리즈가 가진 특징을 최대한 쉽고 중독성 있게 풀어내고 있다. 첫 느낌은 전작보다는 오히려 4편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다. 물론 중독성이 사라졌거나 덜 하다는 건 절대 아니다.

-선택의 강화, 높은 자유도로 연결.. 한 턴, 한 턴 고민은 더 커져간다
이번 신작의 가장 큰 장점은 선택 부분의 강화다. 전작은 단순해진 게임성으로 기존 시리즈보다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반대로 코어한 재미를 찾은 팬들에게는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획일화된 전략 방식과 시작 시 위치나 자원에 따라 전략이 고정되는 일 때문이었다.

전략이 고정되길래 선택을 더 많이 만들어봤어.. 아.. 문명 양반.. 너무 많소!

그래서 그런지 모르지만 문명6는 초반부터 결정되는 전술 획일화를 막기 위해 선택의 강화, 다양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 시스템의 대표적인 요소는 유레카와 영감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이 두 개의 콘텐츠는 어떻게 보면 문명6의 가장 핵심적인 변화이자 게임 평가의 기준이 됐다.

유레카는 각각의 과학 기술 내에서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발동된다. 이 기능이 발동되면 그 기술의 진척도가 50% 증가하게 된다. 영감은 사회 제도를 대상으로 한 동일한 기능이다. 이 부분들은 기술을 단순히 기술을 여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유저 행동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겪는다.

유레카! 뭐든지 발견하는 건 기분이 좋다!

전작의 경우는 과학 기술 등의 발전 등을 첫 도시에서 모두 찍어두면 중, 후반으로 가도 별 다른 변화 없이 유리함을 이끌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게임에서는 상황에 따라 과학 기술, 사회 제도의 성장이 크게 달라지고 잘못된 선택이 반복될 경우 중반에 무너지는 일이 다수 생긴다.

특히 발전 사항에 따라 이어지는 기술이 아예 없는 경우도 다수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상황, 그러니깐 유저가 주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단계를 여러 형태로 구성해 놓은 것이다. 이 부분은 상당히 신선하고 재미있는 부분이다.

여러 이렇게 양이 무섭습니다.

그래서 게임은 외교나 동맹, 전쟁 부분 등에서 주변 국가들의 상태 파악부터 유적지나 기술 등을 다양한 형태로 고심하고 선택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반대로 선택의 실수는 다른 문명한테 밀리는 일이 자주 생기고 중반 이후 느려진 성장으로 반격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도 생긴다.

전작에서 변화를 선택한 ‘정책 카드’ 역시 선택의 재미를 높인 요소다. 그 동안 정책은 한 번 선택하면 정해진 조건에 맞춰 정책을 계속 이어나갔으나 문명6에선 필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수정하고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대신 기능 자체가 주는 장점은 다소 약해진 느낌이다.

정책 카드의 선택은 과학 기술과 사회 제도, 그리고 주변 환경, 문명들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변수를 제공하게 됐다. 그래서 어떤 걸 어떤 상황에 어떤 형태로 선택하는지에 따라 효과가 배가 되거나 오히려 반대로 역 효과를 내는 등 다양한 선택의 재미를 느끼게 했다.

고민을 많이 하게 하는 부분들이 상당히 증가했다.

이 같은 변화는 유저에게 전작보다 한층 높아진 게임 이해도와 능동적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나오는 재미는 신선하면서도 묘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하나의 선택 이후 다음 턴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따라 또 다른 선택을 고민해야 하는 시리즈의 재미를 배가 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리즈의 코어 팬들은 이 같은 변화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물론 라이트한 유저나 전작을 시작으로 게임에 참여한 유저 입장에선 이번 변화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삐걱거리는 인공지능 그리고 너무 많은 변화는 유저에게 고민을 줬다
그러나 이 같은 큰 변화가 무조건 좋은 선택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쉽게 즐길 수 있던 전작보다 이번 게임은 확실히 어려워진 느낌이다. 아마 어려워진 느낌이라기 보단 선택에 따른 결과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전작은 이것 선택만 해도 벅찼다.

게임은 선택 요소를 대폭 강화해 자유도를 크게 높였지만 반대로 그만큼의 부담도 커졌다. 너무 많은 선택 요소들이 생기다 보니 이로 인해 유저가 게임 도중에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 것이다. 일부는 자시의 선택이 잘 맞는지 파악이 어려워 몰입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의 효과는 어느 정도 인공지능들의 반응이 일관적이거나 아니면 좀 더 뚜렷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이 부분은 전작에서도 지적된 문제였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좀 더 심해진 느낌이다.

나랑 싸울 친구들의 인공지능이 다소 아쉽다.

가장 크게 발견되는 문제는 외교 부분이다. 초반에는 호전적인 자세로 나오는 다른 문명들이 중반부터 자신들의 아젠다에 맞춰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쉽게 생각하면 상식적인 행동이 거의 없다.

하도 요즘 어이 없는 정치적 이슈가 있다 보니 게임 속의 문명의 지도자들이 보이는 행동들이 이상해 보이지 않기도 하지만 어쨌든 상식을 벗어난 그들의 행보는 꽤나 유저를 혼란스럽게 한다. 호전적인 문명이 갑자기 전쟁을 선포하고 주변 국가에게 고립된 후 멸망하는 모습도 자주 나온다.

방어쪽에 유리한 요소가 너무 많다. 특히 이 원거리의 강력함이란..

또한 전략 자원을 개발하지 않아 유닛이 생성되지 않고 있는 고 과학 문명도 자주 볼 수 있다. 유저 입장에선 감사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게임의 재미를 반감 시키는 요인이 된다. 전쟁 선포 해놓고 유닛을 보내지 않거나 전략 없는 답답한 공격 등을 보이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유레카와 영감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되고 있지만 정작 인공지능은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중반 이후 유저와 과학력 격차가 너무 심해져 유닛의 수준 차이가 극대화 되는 문제도 종종 발생한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각각 문명의 특색은 약해졌다.

그리고 방어 측면이 너무 강하다 보니 유닛 수급 상황은 공격 측보다 방어 측에 많이 유리하다. 만약 다른 문명과 대전쟁을 펼칠 경우 공격 측 유닛이 바닥이 나게 되면 방어 측에서 곧 바로 밀리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는 유닛 생성 및 보급이 방어 측 유리하기 때문이다.

변화를 다양하게 마련한 건 충분히 이해되는 선택이지만 그 만큼의 다양함을 대응하지 못하는 인공지능과 너무 많은 변수를 제공하는 선택 요소는 게임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됐다.

-개선을 한다면 충분히 나아질 수 있는 문명6, 패치를 기대해본다
이 외에도 UI의 문제나 관리 창이 불편하다는 점, 그리고 전투 자체의 지루함이 커져버린 환경도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엄청난 타임머신 파워를 자랑한다.

문명6는 전작보다 한층 나아진 그래픽과 발견 시 기분까지 좋게 만들어주는 불가사의 연출, 그리고 오밀조밀해진 유닛들의 움직임과 사실적인 지형들의 모습은 매력적인 요소들이다. 여전히 익숙해지면 선택에 따라 오는 재미, 즉 한 턴만! 재미가 잘 느껴진다.

아쉬운 부분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게임은 충분히 재미있다. 다만 좀 더 만족스럽게 즐기기 위해서는 공식 SDK와 스팀 창작마당이 열리길 바래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개발자들이 이 같은 문제를 이해하고 이에 걸 맞는 패치를 하루 빨리 올려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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