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월드', '턴제 전략'에 대한 기대를 웃도는 새로운 콘텐츠 선보여
손맛 있는 전투와 화려하게 표현된 월드 퀄리티는 패키지 게임 방불케 해

이 게임을 “오픈 월드 턴제 전략 RPG”라 생각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한다. 오히려, ‘엑스 아스트리스’는 하이퍼그리프 특유의 ‘아방가르드함’을 여과 없이 담아낸 이들의 새로운 도전이다.

지난 27일 출시된 엑스 아스트리스는 ‘기묘한’ 타이틀이다. 으레 서브컬쳐 스타일의 게임처럼 부분유료화 BM을 채택하는 대신 14,000원에 20시간 이상 분량의 콘텐츠를 담아낸 B2P(Buy-to-Play) 모델을 선택했다. 평범한 오픈 월드 턴제 전략 게임일 것이라는 예상과 기대를 웃돌았음을 깨닫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것은 오픈 월드라기엔 선형적이고, 턴제라기에는 실시간 조작의 중요도가 너무 크다. 이 어긋난 기대에서 오는 충격은 불쾌하지 않고 오히려 신선했다.

우선 전투부터 살펴보자. 이 게임의 전투는 진입 전과 후가 극명한 차이를 띤다. 진입 전에는 전략적인 요소가 강하다. 최대 3명까지 활용 가능한 파티 편성과 ‘웨이브’와 ‘파티클’ 상태의 스킬셋, 스킬의 운영법과 전투에서 사용할 ‘엔트로피스’를 전략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그런데 전투에 진입하고 나면 실시간 조작의 중요도가 훨씬 커진다. 아무리 잘 짠 구성이라도 타이밍을 놓치면 “말짱 도루묵”이다. 적을 공중에 띄우고, 떨어지기 전에 공중 추격 스킬을 사용하고, 사이사이에 발동하는 추가타까지 놓치지 않고 조작하려면 한순간도 방심해선 안 된다.

방어도 마찬가지다. 빛 혹은 소리로 표시되는 패링 타이밍은 단 몇 프레임에 불과하다. 초반에는 한 번의 공격만 막아내면 되지만, 후반에는 5연타, 6연타가 쏟아진다. 이 모든 연속 공격을 패링으로 받아냈을 때의 쾌감은 대전 격투 게임과 비견될 정도다.

필드에 대해서 할 얘기가 많다. 인류를 닮은 새로운 문명 ‘알린도’에 대한 묘사는 훌륭했다. 최적화와 불편한 조작감이 아쉬웠지만, 섬세하게 구현된 방대한 필드에서 오는 탐험의 재미는 이를 충분히 상회하고도 남았다.

정말 아쉬운 것은 오픈 월드임에도 이전 지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선형적 구조다. 다회차 요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챕터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 퀘스트나 아이템 놓쳤음을 뒤늦게 알았다면 미련을 버리고 계속 게임을 진행하거나, 이후 진행한 게임을 포기하고 놓치기 전 데이터를 불러오는 수밖에 없다.

스토리에 대해서는 평가를 피하고 싶다. 스토리가 좋고 나쁨을 논하기 전에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식이 불친절하기 때문이다.

외계 문명을 배경으로 하는 탓에 고유명사가 다수 등장하는데, 이를 파악하기 위해선 진행을 멈추고 일일이 관련 자료를 찾아봐야 한다. 그럼 자료의 설명은 친절한가? 물음표 버튼을 눌러보면 뜻 모를 텍스트가 ‘고봉밥’처럼 모바일 화면을 가득 채운다. 게임 초반 끓어 올랐던 열의마저 식혀버리는 말 그대로 ‘텍스트의 벽’이다. 여기에 로컬라이징 문제까지 겹치면서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종합하자면, 엑스 아스트리스는 모바일 게임을 둘러싼 편견을 깨는 타이틀이다. 20시간 이상의 충분히 ‘돈값’하는 분량에 패키지 게임을 방불케 하는 전투의 손맛과 화려한 그래픽이 강점이다. 오히려 PC 혹은 콘솔로 출시됐어도 좋은 평가를 받았을 작품이다.

그럼에도 이를 모바일로 출시한 이유는 하이퍼그리프의 ‘아방가르드’에 대한 고집 때문일 것이다. 엑스 아스트리스는 모바일 게임의 한계를 파격(破格)하기 위한 이들의 도전이며, 그 도전의 결말은 만족스러운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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