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서비스 업데이트 발표에 그쳐... 'WoW' 외에는 의례적 내용 그대로
새로운 창작과 비전 필요, 팬 신뢰와 브랜드 가치 유지되길

[게임플] 설마 이게 끝인가 싶었다. 

'블리즈컨'이 블리자드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게이머 대부분이 알 것이다. 2005년부터 거의 매년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팬들을 맞이한 행사다. 단순한 팬 페스티벌이 아니다. 블리자드의 현재를 즐기는 굿즈 선물, 개발자와의 만남, 다양한 볼거리, 대회, 강연. 그리고 신작과 새로운 IP로 블리자드의 미래를 함께 바라보는 곳이다. 

그 블리즈컨을 긴 시간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을 쉬었고, 2021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해 다시 쉬었다. "이벤트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개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번 블리즈컨 2023은 4년 만에 돌아온 오프라인 축제다. 1년을 쉬고 준비한 발표도 기다리고 있다. 최신 IP가 7년 전 출시된 '오버워치'다. 그동안 보여준 적 없는 신작이나 IP의 실체가 나타날 시기였다. 새로운 미래를 제시할 카드 하나쯤은 무조건 나올 것이라고 모두가 믿었다. 아니, 반드시 나와야 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처음으로 '플러스 알파'가 보이지 않았다

블리즈컨 2023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확장팩, '디아블로4' 확장팩, '하스스톤' 차기 카드팩, 오버워치 콜라보와 업데이트, 그리고 이미 출시된 '워크래프트 럼블' 현장 시연 정도였다. 

대부분 "이건 당연히 나오겠지"라고 모두가 생각한 라이브 게임의 일상적 업데이트 소개였다. 

블리자드도 새 IP를 준비하고 있다. 2022년 초 공개한 AAA급 생존 게임 프로젝트 '오디세이'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번 블리즈컨에서 오디세이는 영상이나 스크린샷은커녕 언급조차 나오지 않았다. 하다못해 누군가 개발 현황이라도 설명해주지 않을까 예상한 팬들은 허망할 뿐이었다.

예전에 비해 라이브 게임의 폭이 줄었기에 신규 발표 부재의 허망함은 더 크다. '스타크래프트'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워크래프트3'는 개발진 해체와 흥행 실패 등을 이유로 만날 수 없게 됐다. 행사 규모 축소는 이해할 수 있지만, 발표 내용 축소까지는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이유다.

e스포츠는 오버워치 월드컵 단 하나였고, 그마저도 오프닝 세리머니 때문에 송출 중단이라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그렇다고 오프닝에서 '어썸'한 발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발표, 정보 토크, 대회, 이벤트가 어우러지던 과거 블리즈컨은 없었다. 블리즈컨이 끝난 지금 시점에도, 블리자드가 내놓을 다음 신작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 우리가 원한 발표 교본을 보여준 'WoW', 그렇지 못한 다른 게임들

그래도 한 가지는 칭찬해야 한다. 'WoW'에서 크리스 멧젠이 무대에 올라 진행한 발표는 이번 블리즈컨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단순히 확장팩 발표가 아니라 '월드소울 사가' 3부작을 한 번에 제시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세계관 총집편을 소개했다.

WoW는 현재 블리자드 라이브 게임을 통틀어 가장 운영 반응이 좋은 게임이다. 이렇게 향후 10년, 20년을 바라보는 비전이 WoW뿐 아니라 다른 게임과 블리자드 자체에게도 필요했다. 크리스 멧젠은 우리가 원하던 블리즈컨의 교과서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디아블로4'는 분위기 반등이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내년 말 출시될 확장팩 정보가 소수 나오는 데 그쳤다. '오버워치2'는 콜라보와 신규 영웅 하나, 대회 중단 해프닝만 기억에 남았다. 기존 라이브 서비스 발표에 집중됐지만, 그마저도 미래 동력을 담보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그래도 르세라핌의 폐막 무대는 열광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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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리즈컨 2024에서 팬들과 함께 미래를 꿈꿀 수 있길

4년 만에 돌아온 오프라인 블리즈컨은 분명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블리자드가 지금 당장 휘청일 리는 없다. 올해만 해도 풍성한 실적이 기다리고 있다. '디아블로4'는 블리자드 사상 최고의 판매량을 거뒀다. 모바일 전략 게임 '워크래프트 럼블'은 순조롭게 초기 흥행 수순을 밟고 있다. 

허지만 오늘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우리가 앞으로도 블리자드를 믿고 팬으로 남아도 좋은가"에 대한 응답이 되기는 모자란다. 블리즈컨은 주주총회가 아니다. 팬들을 상대로 10년 뒤까지의 신뢰를 보장해주는 자리다. 그것이 가능할 때 우리가 알던 블리자드의 브랜드 파워도 유지된다.

하나 남은 e스포츠, '오버워치2'라도 소중하게 챙겼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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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까지 블리자드가 가진 모든 시리즈는 열광적인 e스포츠를 보유하고 있었다. 실제로 블리즈컨 중요 메인 이벤트는 그들의 세계 대회 결승이었다. 이제는 '오버워치2' 하나만 남았고, 그마저도 명맥 유지가 위태롭다. 전 세계 팬들이 하나가 된 이벤트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다음 블리즈컨에서 지금의 아쉬움을 모두 털어내는 비전이 완성되길 빈다. 지금 여력은 충분하다. 그렇기에 이럴 때 장기적인 이정표가 드러나야 한다. 바라는 게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애정이 남아 있다는 의미다. 우리 모두, 블리자드의 팬이 되어본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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