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발히 펼치는 K 마케팅, 로열티 금액 수백 억인데 유저 지원은 감소
대내외 리스크 해결한 블리자드, 앞으로 한국에 보여줄 행보에 주목할 필요

[게임플] 언제부턴가 "한국 유저를 사랑한다"는 블리자드 말이 공허해지고 있다. 대형 신작 출시에서는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지만, 반대로 한국 목소리는 미국 땅 근처도 밟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블리즈컨2023’ 폐막식 무대를 ‘르세라핌’이 장식했다. 최근 블리자드는 ‘오버워치2’에 르세라핌과 협업해 게임 모드와 전설 스킨 5종을 선보였다. 게임과 K-팝 아이돌의 콜라보는 이제 그리 귀한 사례는 아니지만, 양측의 팬으로써 생경한 기분이 들었다. 

한편, 블리즈컨 현장에서 블리자드 공동 창업자 앨런 애드햄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그는 “한국은 지난 20년간 블리자드에 굉장히 중요한 나라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 플레이어들이 큰 사랑을 보내주면서 블리자드의 성공과 e스포츠 카테고리 정립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블리자드의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지난 ‘디아블로4’ 출시 당시 진행된 미디어 프리뷰에서도 블리자드 측의 한국에 대한 애정은 남달라 보였다. 그들은 시종 한국은 중요한 무대라고 언급하며 한국 사랑을 과시했다.

자료: 오버워치 e스포츠 (WDG)

그러나 블리즈컨 당시 오버워치 월드컵 파이널 스테이지 8강 한국 대 캐나다전 경기를 이른 새벽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한국 팬들은 경기 송출 중단에 당황을 금치 못했다. 

블리자드 측은 경기 중 블리즈컨 오프닝 세레머니 시간이 다가오자, 경기 스트리밍을 중단하고 오프닝 세레머니를 중계했다. 경기는 속행됐고 온라인으로 경기를 감상 중이던 팬들은 현장 관계자의 트위터로 경기 결과를 알 수 있었다. 결과는 3대1 한국의 승리였다. 경기 중계를 운영한 WDG 측에서 현장 영상을 입수해 다음 날 해설을 입혀 경기를 중계했다. 

블리자드 측은 사전에 경기 중계를 위한 채널 따로 마련하지도 않았고 경기 송출이 중단될 수 있다는 예고도 하지 않았다. 블리자드 측은 채팅창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사용을 막았다. 블리자드의 한국을 향한 사랑 고백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이와 같은 블리자드의 경기 운영 방식이 문제가 된 것은 5년 전에도 있었다. 2018 ‘스타크래프트2’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 파이널 한국어 전문 중계진 미운영 사건이다.

당시 6개에 달하는 e스포츠 종목을 블리즈컨에 선뵈던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2’ 종목에서만 한국어 전문 중계진을 운영하지 않고 개인 스트리머 두 명에게만 중계를 맡겼기 때문이다. 과정에서 당시 블리자드 코리아 측에서 ‘무페이, 미지원 중계’를 제시한 것이 드러났고 ‘스타크래프트2’ 팬과 관계자들로부터 의문과 질책을 산 사건이다. 

당시 레딧에서 블리자드 측의 공식 입장을 요구한 글.
당시 레딧에서 블리자드 측의 공식 입장을 요구한 글.

이때 많은 ‘스타크래프트2’ 유저가 블리자드가 한국 ‘스타크래프트2’ 팬을 무시한다며 분노했고 해외 커뮤니티 레딧에서도 공론화되며 해외 유저들의 공감까지 끌어낸냈다. 결국 추후 전문 해설진이 방송에 합류하고 스튜디오가 마련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그동안 억눌려 있던 ‘스타크래프트2’ 팬들의 서운함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블리자드는 한국어 현지화에 진심인 스튜디오인 것으로 유명했지만, 2018년을 전후로 한국어 번역이 심각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망가지기 시작했다. ‘스타크래프트2’ 출시 초기 ‘테란 자치령’과 같은 고유명사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가 아닌 게임에 대한 이해가 없는 번역들이 등장했다.

같은 시기 ‘히어로즈 오브 스톰’은 구글 번역기 사용 논란이 제기됐다. 영웅들의 툴팁의 잘못된 설명, 수치 등 게임 내에 다양한 번역 문제를 앓았다. 여기에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4’ 반글화 사태까지 겹쳐지며 블리자드 측에 거센 비난이 일었다.

이후 꽤 긴 기간 치명적인 번역 문제로 크게 논란이 된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디아블로4’ 같은 게임 중 번역이 잘못된 아이템 고유 효과와 잘못 기재된 수치로 혼동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 커뮤니티 업데이트 번역 이슈 역시 여전하다. ‘디아블로4’ 시즌2 업데이트 패치 노트의 번역이 늦어져 국내 유저들은 업데이트 하루 전이 되어서야 한글 번역본으로 볼 수 있었다.

또한 한국 유저들은 게임 사후 지원 관련 서비스도 받지 못하고 있다. 각종 ‘WoW’ 커뮤니티에서는 게임 내 버그로 인해 생긴 문제를 고객지원 팀에 문의했을 때 원론적인 답변만 받았다며 하소연하는 글을 종종 볼 수 있다. 댓글로 많은 유저들이 “그렇게 된 지 오래됐다”며 자조적인 답변을 남기곤 한다.

게임 운영 측면에서도 국내 유저들은 의견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다. 유저들이 의견을 개진하기 위해 직접 블리자드 개발자 SNS 또는 레딧과 같은 해외 커뮤니티에 공론화하는 것이 빠르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디아블로4’ 출시 전후로 ‘헬스테이션’ 운영, 웹툰 작가 ‘조석’과의 콜라보 등 한국 소비자를 고려한 현지화 마케팅을 펼쳤고 호평받았다. 하지만 정작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직접 받아야 할 서비스 지원은 해가 지날 수록 축소되고 있다.

한국 내 매출 규모가 축소됐다고 해서 유저들이 지원받아야 할 서비스도 축소되는 것이 맞는 걸까? 그리고 실제로 매출이 축소되고 있지도 않다.  

지난 8월 보도에 따르면 블리자드코리아가 미국 본사에 지난해 보낸 로열티는 952억 원이다. 2021년에는 648억 원을 미국 본사로 송금했다. 2023년에는 '디아블로4' 특수로 더 많은 로열티 금액을 보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유저들이 자조 섞인 어투로 게임을 서비스해 주는 게 어디냐고 말하기엔 너무 큰 금액이다.

블리자드 코리아 측이 국내에서 매년 보였던 사회 공헌 활동도 2019년 이후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블리자드 측이 보내는 애정 표현과 달리 벌어진 일련의 사건과 행동은 한국 유저로써 꽤 당황스럽기만 하다.

대내외 리스크를 모두 해결한 블리자드가 한국 유저들의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청취하고 게임 운영 품질을 높일 것인가. 현재로서는 어떠한 말도 오가지 않았기에 블리자드 측의 의중을 알 수 없다. 충성도 높은 한국 시장을 겨냥해 마케팅에 공을 들인다면, 소통과 투자에도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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