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나라' 서비스 1만 일 기념해 이벤트 진행
'만월정' 근처 우물 통해 숨겨진 이스터 에그 발견 가능

기자: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기자: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게임플] 게임의 분위기와는 전혀 맞지 않는 낯선 풍경과 익숙한 듯 낯선 음악. 바람의 나라의 만월정에는 특별한 이스터 에그가 숨겨져 있다.

넥슨 최초의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가 오늘(21일)로 서비스 1만 일을 맞았다. 햇수로 27년, 기자와 동갑이다. 이 의미 있는 날을 기념하기 위해 오랜만에 게임을 찾았다.

낯선 구색 사이에도 익숙한 정취는 그대로였다. 5레벨이 되기 전까지 초보자 사냥터에서 다람쥐를 뿌리기만을 기다리던 그때 그 모습은 이제 없다. 하지만 ‘성황령’과 ‘비영사천문’ 등의 기술은 여전히 남아있었으며, 특유의 뻣뻣한 조작감과 기술 시전에 대상을 지정하는 머드(MUD) 게임 특유의 정취도 그대로였다.

오히려 친절하게 잘 정리된 튜토리얼이 인상적이었다. 주민들과 동부여 관료들의 의뢰를 받고 차츰 강한 적들을 상대해 나가면서, 종국에는 동부여 전체를 위협하던 요괴 일당을 소탕하는 일련의 이야기, 대화 박스를 활용한 연출, 과거 ‘스타크래프트’ 유즈맵에서 즐겼던 바닥 피하기 같은 색다른 연출은 27년 된 게임에서 신선한 즐거움을 느끼게 했다.

편의 기능 역시 돋보였다. 의뢰를 마치고 빠르게 NPC에게 이동할 수 있는 ‘빠른 이동’ 기능에 번거롭게 주막에 들리지 않아도 ‘왈숙네 주모’에게 회복에 필요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기능, 쌓인 경험치를 체력과 마력으로 어디서든 변환할 수 있는 시스템도 유용했다. 덕분에 어릴 때는 꿈도 못 꿨던 도사 99레벨을 넘어, 백두산 지역까지 마치니 260레벨을 단 몇 시간 만에 도달했다.

축지비를 활용해 적의 접근을 피하는 간단한 미니게임을 마치고 용궁에 도달하고 나서야 성장 지원 이벤트의 존재를 깨달았다. 뒤늦게 이벤트 창의 존재를 깨달은 뒤, 착잡한 마음을 달랠 겸 1만일 기념 이벤트 지역 ‘만월정’으로 향했다.

서비스 1만 일을 기념하기 위해 꾸며진 맵에는 많은 유저들이 모여있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축지비의 도착 위치를 찍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토끼 모양 석상에 소원을 빌며 동전도 던져보고, 그 시절 최고 미형으로 손꼽혔던 외형을 딴 풍선도 받으며 만월정을 한가로이 유랑했다.

그러다 만월정에 이스터 에그가 숨겨져 있다는 유저의 제보를 받고, 그의 제보를 따라 맵 오른쪽에 위치한 우물에 말을 걸었다. 그러자 전에 없던 대화창이 열렸고,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한 캐릭터는 그렇게 시공의 폭풍 속으로 들어갔다.

진짜 '시공의 폭풍'으로 빨려들어간다.
진짜 '시공의 폭풍'으로 빨려들어간다.

정신을 차린 캐릭터는 눈과 귀로 낯선 세계를 마주했다. 회색빛 사무실에 자판기와 모니터를 마주한 채 업무에 열중인 사람들이 시야를 채웠으며, 익숙한 멜로디의 낯선 변주가 귓가를 맴돌았다. 벽 한편에 “다람쥐를 뿌리자!”는 슬로건을 통해 이곳이 바람의 나라 개발실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개발실 곳곳에 배치된 시설들을 건드리면 독특한 이벤트가 발생했다. 서버 컴퓨터를 때리면 갑자기 정전이 발생해 개발실 전체가 어두워지고, 작업물을 잃어버린 개발자들은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내뱉었다. 한창 회의 중인 개발자들을 때리면 업데이트의 방향성이 바뀌었고, 자판기는 무작위로 음료를 배출했다. 폭력으로 정해지는 개발 방향과 개발자들을 위한 가챠 자판기라니, ‘어쩌면 이게 개발팀의 현실은 아닐까’하는 우스갯소리를 떠올렸다.

개발진의 폭력성을 실험하기 위해 서버 컴퓨터를 때려봤다. 결과는 굉장히 과격했다.
개발진의 폭력성을 실험하기 위해 서버 컴퓨터를 때려봤다. 결과는 굉장히 과격했다.

한 번은 창고 속 이벤트 보상을 훔치다가 직원에게 걸려 압수당하기도 했다. 부끄럽지만 갑자기 인벤토리에 보상이 들어왔을 때는 정말 주는 줄 알고 신났다. 의미 없는 상실감에 개발자를 공격하니 갑자기 개발자 책상에 캐릭터가 끼는 버그가 발생했다.

처음엔 이벤트로 착각해 기다리다가 제법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이것이 버그라는 것을 눈치챘다. 초상비로 겨우 탈출했지만, 끼인 캐릭터를 바라보는 다른 유저들의 비웃음은 지금까지도 상처로 남아 있다. 그렇게 한참을 놀고 난 후 개발실 아래 마구 깨지는 그래픽에 발을 들이니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서비스한 온라인 게임으로서 1만 일이라는 경이로운 기록도 그렇지만, 이를 축하하기 위해 한데 모인 유저들이 만든 왁자지껄한 분위기도 인상에 깊게 남는다. 이에 화답하듯 개발진 역시 만월정과 이스터 에그 속 개발실 속에 애정 어린 정성을 잔뜩 담아내 보였다.

앞서 소개한 이벤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가 숨겨져 있다.
앞서 소개한 이벤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가 숨겨져 있다.

이번 만월정은 오는 9월 6일까지 열린다. 무릇 이런 장난은 직접 찾고 경험했을 때 그 의미가 더욱 크지 않던가. 앞서 소개한 이벤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가 이스터 에그로 준비되어 있으니, 직접 찾아본다면 새로운 경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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