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발표 내용 되풀이한 유저 간담회, 근거 없는 약속 맴돌아
시간 선정과 관리도 의문... 간담회 비공개 의미 퇴색돼

지난해 11월 게임물관리위원회 기자간담회
지난해 11월 게임물관리위원회 기자간담회

[게임플] 앞으로 달라지겠다는 약속에도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당연한 일이다. 기대를 맡길만한 결과를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분야를 가리지 않고 각종 논란을 일으킨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첫 번째 유저 간담회를 17일 오후 2시 서울 비앤디파트너스 강당에서 열었다. 현장에는 박동범 직권재분류팀장 등을 비롯한 게임위 소속 인원이 참석했다고 한다. 김규철 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소통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행사라고 주장했지만 참석 조건부터 까다로웠다. 공간 제약상 참석 인원을 사전에 선발하는 과정 이외에도 평일 오후 2시, 영상 촬영 및 녹음 불가 등의 조건이 붙었다. 40명 정도 참석 예정이었던 유저들은 예상 인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는 크게 2파트로 구성됐다고 한다. 게임위 자신들의 업무 소개와 앞으로의 계선 계획 발표 그리고 유저들의 질의응답 세션이었다. 점심 즈음 시작된 간담회는 저녁이 되어서야 끝났다고 전해졌다. 

결론을 말하자면 같은 말의 반복이었다고 한다. 등급 분류 과정 개선과 게임위 인원의 전문성 강화 등등. 지난해 11월 기자 간담회에서 발표했던 내용이 다시 등장했다. 새로운 내용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고객’에 대한 게임위의 관점 변화와 이전 간담회에서 나왔던 발언에 대한 해명 등이 이어졌다고 한다. 

유저와의 대화에서도 개선점이라 여겨질 내용 대신 현실적인 한계를 앞세웠다. 저작권 도용 피해를 입었다는 유저의 질문에 책임 소재가 모호한 답변을 이어가는 등 조항과 근거, 시간적 제약을 호소했다. 정리하자면 의도는 있지만 이를 실현할 여건이 마땅치 않다는 뜻이다.

게임위는 스스로 일으킨 각종 논란으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불씨는 곯아버린 위원회 내부의 치부를 드러냈고 걷잡을 수 없는 큰 불길이 됐다. 이제는 정상화를 묻는 질문에 현실적인 한계를 이유로 어렵다 말하면서 개선과 더 나은 소통을 약속한다. 여건이 어려운데 어떻게 더 잘 하겠다는지, 의지 말고 제시한 것은 없었다.

궁금증은 많았으나 대다수 기자들은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다. 녹취와 영상 촬영 등을 제한해 기사화를 피하고 싶다는 게임위의 결정을 존중했다. 보다 명확한 근거와 구체적인 계획을 갖춘 이후, 향후 방향성을 공개하는 별도의 기자 간담회를 열 것이라 기대했다. 

기대는 첫 행보부터 무너졌다. 현장은 통제되지 않았다. 초청받지 않은 인원이 통과되어 간담회에 참석했고 이를 막는 관계자는 없었다. 지금도 이야기는 무성히 오간다. 게임위가 특정 인원을 초청했다는 근거 없는 루머까지 떠돈다. 

간담회 사전에 고지한 수많은 제약들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미 간담회는 끝났다. 게임위를 존중해 현장에 참석하지 않은 인원들은 게으른 기자가 되어, 지금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개선을 약속하는 게임위의 발언은 지나치게 가벼웠다. 지난 기자 간담회에서 스팀 관련 발언과 ‘사회인’ 등 기념비적인 표현을 남기며, 의도를 전할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 이번 유저 간담회 역시 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이 잇따르는 것을 보면, 이슈를 유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게임위는 2013년 12월 23일 출범했다. 수없이 많은 등급분류를 진행하며 기관의 소임을 다했으리라, 위원회 스스로는 생각할지 모르겠다. 자신들이 내린 결정에 짓눌려, 고개를 숙이는 현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역시 모르겠다. 

게임위가 내세운 수많은 약속들이, 그저 면피용이 아니라는 확신을 어디서 얻어야하는지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한 기자들은 물어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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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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