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글로벌 PC-콘솔 루트슈터, 기본 퀄리티부터 놀랐다

[게임플] '글로벌 대작 루트슈터', 한국 게임계에서 너무 멀어 보이는 소개였다. 의구심을 안은 채 플레이했다. 거리감이 놀랄 만큼 가까워졌다.

'퍼스트 디센던트'는 넥슨게임즈가 개발 중인 PC-콘솔 루트슈터다. 3인칭 슈팅과 RPG가 결합된 장르다. 빠르게 기동하며 적을 쓸어버리는 슈터 액션, 무기와 부속 장비를 파밍하는 재미를 동시에 경험하는 것이 매력이다. 

루트슈터는 세계적인 대작이 즐비했다. '데스티니' 시리즈를 비롯해 '디비전', '워프레임' 등이 멀티플레이 시장을 점거했다. 그만큼 경쟁 조건도 높다. 서구권에서 인기 장르지만 흥행이 보장된 것도 아니다. '앤썸'처럼 리스크만 끌어안고 침몰하는 사례도 있었다. 

넥슨의 도전은 몇 가지 분야에서 증명이 필요하다. 우선 품질이 그 대작들에 필적해야 한다. 그리고 멀티플랫폼 온라인 환경이 지속되도록 서버, 최적화, 콘텐츠를 완비해야 한다. 관련 장르 노하우가 척박한 국내 환경에서 어려워 보였다.

넥슨 사옥에서 퍼스트 디센던트를 3시간 동안 시연했다. 서버와 콘텐츠를 총평하기엔 이른 시간이다. 그런데, 품질은 기대 이상이었다.

■ 비주얼, 만족을 넘어 '차세대'로

트레일러에 나온 플레이 영상이 실제 인게임 그래픽과 별 차이가 없다.

개발 과정에서 차세대 엔진인 언리얼엔진5로 과감하게 교체했고, 그 성과는 화면 전체에 온전히 드러난다. 지형의 질감과 인물 모델링은 당장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오브젝트가 사격이나 폭발을 맞을 때 나타나는 물리효과도 생동감이 넘친다. 

단순히 엔진 구현만 잘 된 것이 아니다. 캐릭터 액션에 따른 움직임, 슈팅과 스킬이 맞물리는 시각적 효과도 섬세한 연출과 색감으로 구성된다. 그래플링 훅으로 날아오르거나 더블 점프를 할 때 연출도 속도감을 충실하게 넣었다.

루트슈터 장르의 감성을 잘 이해하고 이에 맞는 비주얼을 구성하려 한 흔적이 뚜렷하다. 그러면서도 특정 게임을 무조건 모방하지 않았다. 계승과 외형과 의상 디자인에서도 퍼스트 디센던트만의 개성이 충분히 묻어난다.

화끈하게 불 지르는 중년 캐릭터 '블레어', 마음에 들었다
화끈하게 불 지르는 중년 캐릭터 '블레어', 마음에 들었다

■ 합격점에 이른 조작감과 액션... 포인트는 '그래플링 훅'

모든 슈터 게임의 미덕은 조작 입력에 따른 즉각적 만족감에서 나온다. 사격을 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을 히트시키면 시각과 청각에서 유저 갈망을 해소시켜야 한다. 또 점프와 같이 즉각 반응이 필요한 조작에서 막힘 없이 의도에 따른 액션이 구현되는 것이 중요하다. 

퍼스트 디센던트는 이런 점에서도 문제가 없다. 다른 SF 슈터들과 같이 화끈한 더블 점프를 지원하고, 각종 스킬 활용에서도 화면 줌인-줌아웃이나 흔들림 등의 효과로 박진감을 더한다. 키 입력에 따라 부드럽게 위치와 시점이 전환되는 것은 물론이다.

시연 과정에서 플레이한 계승자 캐릭터는 비에사와 블레어였다. 비에사는 얼음 속성 스킬를 사용해 적들의 움직임을 봉쇄할 수 있고, 블레어는 불길을 뿌려대면서 시원하게 적을 녹이는 맛이 일품이다. 어떤 계승자를 선택해 키우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방식의 전투가 나오고, 레이드에서도 다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장르에 맞게 장비를 통해서도 수많은 액션이 갈린다. 장비 시스템은 루트슈터의 기본 틀을 무난하게 따라간다. 돌격소총과 저격총 같은 무기에 광선소총 같은 독특한 무기도 있고, 여기에 파밍한 룬을 조합해서 다양한 부가 기능을 창출할 수 있다.

퍼스트 디센던트만의 액션 정체성은 모든 캐릭터가 쓸 수 있는 그래플링 훅에서 나온다. 갈고리를 발사해 벽에 걸어 올라가고, 그 반동으로 높이 날아오를 수 있는 기능이다. 

플레이하면서 느낀 그래플링 훅은 예상보다도 놀라운 액션이었다. 트레일러를 보면서 특정 지형에만 사용이 가능한 것 아닐까 짐작했는데, 실제는 모든 벽과 구조물에 갈고리가 걸렸다. 

쿨타임이 있긴 하지만 다수가 충전되기 때문에, 소위 '입체기동'이라 불리는 현란한 공중 이동도 쉽게 할 수 있었다. 또 보스 약점이 노출되면 그래플링 훅을 타고 올라타 그 부위를 뜯어버리는 헌팅 액션도 가능했다.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조작을 기반으로 계승자, 무기, 룬이 조합되면서 무수한 액션 스타일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인게임 파밍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 매력이다. 대작 루트슈터 게임들과 같이, 퍼스트 디센던트 역시 과금 구조에 페이투윈은 넣지 않는다.

■ 차후 완성도는 '콘텐츠', 코옵 플레이에서 결정된다

같은 동네 1인자인 '데스티니 가디언즈'와의 비교는 필연적이다. 미래 배경, 협력 파티 중심 콘텐츠 등 여러 분야에서 겹칠 수밖에 없다. 이런 대세 게임을 놔두고 유저들이 퍼스트 디센던트를 해야 하는 이유를 증명할 필요가 있다.

시연으로 비교하자면, 퍼스트 디센던트는 더 발전한 그래픽에 쉽고 화려한 액션을 강점으로 삼는다. 캐릭터 행동 반경이 장르 내에서도 특히 자유롭다. 그렇기 때문에 거대한 월드 속에서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도 빠른 템포로 진행된다.

협력 플레이의 중심 콘텐츠는 '보이드 요격전'으로 불리는 보스 레이드 전투가 있다. 현재 노멀 5종과 하드 난이도 3종으로 구성됐고, 시연에서는 3종의 보스를 상대할 수 있었다. 파티 인원은 최대 4인이다. 

각 보스는 일반적인 레이드와 같이 패턴과 공략법이 존재한다. 낮은 난이도의 두 보스는 쉽게 클리어했지만, 대놓고 어렵다는 언질을 받은 '그레이브 워커'는 쉽지 않은 상대였다. 탭키를 눌러 보스의 약점을 보고, 주기적으로 소환되는 공벌레를 빠르게 처리하면서 강력한 보스 화력을 견뎌내야 했다.

보스 패턴 연출은 도전 정신을 충분히 자극할 만큼 압도적이다. 구르기 회피를 제대로 쓰지 못하면 바로 실드와 체력이 누더기가 되는 경험을 맞이할 수 있었다. 희소식이다. 엔드 콘텐츠 중 하나로 예상되는 만큼, 어렵고 좋은 보상을 줄수록 성취감은 커지기 때문이다.

시연 버전에서 공개된 월드 지도 중 일부
시연 버전에서 공개된 월드 지도 중 일부

■ 험난한 도전, 결실이 보이기 시작한다

퍼스트 디센던트는 2023년 글로벌 동시 출시가 목표다. 이번 시연은 20일 스팀에서 실시되는 글로벌 베타 테스트 빌드와 같은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은 PC, 조작 기기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했다. 

모두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지만, 굳이 단점을 꼽자면 시연 과정에서 겪은 미션이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갔다는 것 정도다. 중간마다 더 다이나믹한 미션이 들어가고, 적들의 개성도 더 부각되면 완성도가 오를 것이다. 물론 전체 월드 중 극히 일부만 체험했으므로 무수한 패턴이 존재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완성을 위해 가야 할 길은 많이 남았다. 루트슈터 장르는 방대한 맵에 수많은 미션이 들어간다. 그곳에 다양한 경험을 모두 채워넣는 시점이 바로 퍼스트 디센던트의 출시 시기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본 퀄리티와 재미가 이미 완성되어 있기 때문에, 플레이해보고 기대감이 오르지 않을 이유는 없다.

넥슨은 그동안 수많은 실패를 했다. 그중 많은 사례는 시도한 적 없는 분야에 도전하다가 생긴 상처였다. 한국과 글로벌의 고수익 게임이 서로 분리된 현실에서, 해외에 게임성을 인정받기 위해 노하우를 조금씩 쌓아올린 결과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가지 않은 길을 걸었을 때 실패는 의미를 가진다. 경험이 쌓인 끝에 결실이 폭발하는 순간이 있다. 어쩌면 그 분기점을 바로 퍼스트 디센던트에서 보게 될지도 모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