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콘솔에 눈 돌린 결과, 국내 개발 환경 최적의 장르

[게임플] 각자 비장의 글로벌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카드 색이 비슷하다.

국내 게임사에서 속속들이 루트슈터 게임 개발 현황이 공개되고 있다. 개발 기조가 가장 먼저 보인 시점은 2018년, 라인게임즈 신작 쇼케이스 'LPG'에서 발표된 '프로젝트 NM'이었다. 

스페이즈다이브게임즈가 개발 중인 PC 온라인 신작으로, 다음 해 '퀀텀 나이츠'로 정식 명칭이 확정되면서 새로운 도전의 서막을 알렸다. 마법과 총기가 조화된 중세 판타지 오픈월드 배경이 특징이며, 게임스컴 2022에 신규 트레일러를 공개해 글로벌 유저들의 이목을 끌었다.

실제 플레이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넥슨게임즈가 개발한 '퍼스트 디센던트'다. 2021년 8월 넥슨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프로젝트 매그넘'으로 처음 발표됐고, 정식명 확정 이후 PC와 PS5에서 실제 시연 버전을 공개해 빠른 완성도를 갖췄음을 알렸다.

그밖에 크래프톤이 개발 중인 '프로젝트 블랙 버짓'이 루트슈터 장르로 확정됐으며, 펄어비스 '플랜8'도 MMO 슈터로서 비슷한 결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엔씨소프트 역시 루트슈터 'LLL'을 공개하고 글로벌 콘솔 시장에 뛰어들 것을 밝혔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개발한 라이온하트 역시 신작 프로젝트에 루트슈터가 포함됐다.

이러한 변화가 갑작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2017년까지 루트슈터는 국내에서 개발 움직임이 사실상 없는 장르였다. 그런데 일제히 약속이나 한듯 유력 게임사들이 일제히 루트슈터 대형 신작을 발표한 것. 어떤 계기가 있었기에 모두가 루트슈터를 바라보게 된 것인지에 대한 궁금중도 일고 있다.

우선 루트슈터 개발이 특정 게임을 보고 따라하거나, 해외 대세에 단순히 편승하기 위한 움직임은 아니다. 루트슈터는 많은 마니아를 보유했지만 글로벌 시장 1순위 인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장르 대표작인 '데스티니 가디언즈'도 비록 흥행했지만 모두가 벤치마킹할 만큼의 대흥행은 아니었다.

타사 개발작을 보고 뛰어든다는 해석도 맞지 않는다. 한 관계자는 "아직 출시도 되지 않은 게임들에 영향을 받아 개발을 결정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면서 "각자 글로벌 진출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최적의 판단을 내린 결과가 루트슈터였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임계 관계자들은 2017년 전후로 달라진 경영진의 인식 변화를 꼽는다. 이전까지 모바일 시장 점령에 사활을 걸었으나, '배틀그라운드' 흥행 이후 글로벌 PC 및 콘솔 진출 필요성이 급격히 재조명을 받았다. 국내 콘솔 시장도 점차 성장하는 추세에서 사업적 결정 방향도 변화가 이루어지는 모습이 감지됐다.

그렇다면 수많은 글로벌 콘솔 장르 가운데 루트슈터를 최적으로 선택한 이유가 의문이 남는다. 그것은 오랜 기간 쌓아올린 업계 개발 환경을 파악할 때 유추가 가능하다.

국내 게임계에서 가장 개발 노하우를 많이 쌓은 장르가 둘 있다. 1순위는 MMORPG, 그 다음은 슈터다. 루트슈터는 이 둘의 시스템이 융합되어 탄생한 장르다. FPS나 TPS를 기반으로 게임 플레이가 진행되며, RPG와 같이 보스 공략을 통한 장비 파밍과 성장이 포함된다.

'퍼스트 디센던트'를 개발하는 넥슨게임즈가 개발 환경의 대표적 예시다. RPG 장르에서 경험을 누적해온 넷게임즈, '서든어택' 등 슈텅 장르 노하우를 쌓은 넥슨GT가 합병해 만들어진 개발사다. 이런 인력이 모여 해외 주요 루트슈터를 바탕으로 발전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그동안 루트슈터를 만들지 않았던 이유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모바일에 개발 역량을 집중하던 시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관련 전문성을 가진 개발자들도 충분히 가진 만큼, 콘솔 플랫폼 노하우만 해결한다면 가능성이 감지되는 것도 사실이다.

글로벌과 PC와 콘솔, 게임계는 새로 맞이한 퍼즐을 풀기 위해 그밖에도 다양한 장르로 시장 개척에 나선다. 루트슈터는 익숙한 개발부터 풀어나가는 선봉장에 해당한다. 한국 게임사들이 달리기 시작한 도로에 어떤 포장지가 깔릴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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