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퀄리티, 감감 무소식... '독보적 퀄리티'로 극적 재탄생

[게임플] '우마무스메'는 사전예약 오픈부터 일본 출시까지 3년이 걸린 게임이다. 최초 공개부터 따지면 5년의 기다림이 있었다. 

프로젝트 첫 발표는 2016년 3월이었다. 당시 개발사 사이게임즈의 분위기는 최고조였다. 전년 출시한 리듬게임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스타라이트 스테이지'가 선풍적 흥행을 기록하고 있었고, '그랑블루 판타지'를 비롯한 기존 캐시카우 성적도 굳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초 PV 당시 현지 반응은 기대감만큼이나 당혹감이 많았다. 서브컬처 산업의 본산으로 불리는 일본조차, 미소녀가 말 귀와 꼬리를 달고 경주마처럼 뛰어다니는 세계는 익숙해져본 역사가 없었다. 특히 게임의 명확한 정체성과 장르도 파악하기 어려워 궁금증은 커졌다.

2017년 인게임 영상 공개와 함께, "흥행 경쟁력이 있을까"라는 우려가 잇따르기 시작했다. 우마무스메들이 어설픈 동작과 종종걸음으로 뛰고 있었고, 지금의 모델링 수준이나 레이스 속도감은 발견할 수 없었다. 육성 화면 역시 기존 수집형 게임들에 비해 특장점이 보이진 않았다.

최소한, 사이게임즈가 진심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자국 역대 최고의 기수로 꼽히는 타케 유타카를 모델로 사전예약 CF를 방영해 관심을 끌었고, 막대한 개발비와 인력을 투입했다는 정보가 미디어를 통해 기정사실화됐기 때문.

그러나 2018년 3월 사전예약 오픈 뒤로 개발 소식이 기약 없이 끊겼다. 겨울 출시로 일정을 밝혔으나 소식은 없었고, 겨울이 되자 출시일은 미정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게임 추가 정보는 단 하나도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설상가상 핵심 개발자 퇴사 소식까지 들려왔다. '아이돌마스터' 시리즈 디렉터이자 우마무스메 개발을 총괄하던 이시하라 아키히로가 팀에서 이탈한 것. 게임 소식 없이 비보만 연이어 발생하자 팬들 사이에서는 프로젝트 존폐를 향한 걱정까지 흘러나왔다.

본래 게임과 함께 화제몰이를 할 예정이었던 애니메이션 시즌1이 홀로 방영되면서 '게임 없는 게임 원작 애니'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우마무스메 출시 여부는 게임팬을 넘어 서브컬처 계열의 대표 '난제' 중 하나로 꼽혔다.

2018년 공개한 일본 사전예약 CF
2018년 공개한 일본 사전예약 CF

감감 무소식이던 우마무스메 프로젝트는 2020년 하반기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애니메이션 시즌2 발표에 이어 게임의 정식 출시일이 2021년 2월로 확정된 것이다. 

특히 게임 발표와 함께 공개된 CM은 게이머들을 다른 의미로 충격에 빠뜨렸다. 모델링, 카메라워킹, 모션 등 비주얼의 모든 부분에서 그동안 모바일에서 본 적 없는 수준의 품질로 재탄생했기 때문이다. 

초기 영상과 출시 전 영상을 비교하면 게임이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프로젝트가 긴 시간 소식 없이 지연된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초창기 중 지금 게임에 남아 있는 것은 단체 테마송 '우마뾰이 전설'뿐이다. 

그리고 출시일, 기다려온 팬들은 물론 다수의 현지 게이머들도 "콘셉트가 특이하니 구경이라도 해보자"는 분위기로 접속을 이어갔다. 그리고 상상을 뛰어넘는 퀄리티와 재미에 빠져들었다. 기자 역시 유머 기사를 쓰기 위해 출시 첫 날 접속했다가 지금까지 우마무스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오래 기다린 팬들 사이에서는 '초창기 버전으로 나왔어도 흥행이 가능했을까'라는 질문이 가끔씩 회자되곤 한다. 하지만 결국 반응은 부정으로 귀결된다. 1년간 추정 매출 1조 원과 1,400만 다운로드라는 지금 정도의 흥행은 결코 불가능했으리라 추정된다.

우마무스메 흥행 일등공신으로는 기존 모바일게임에서 몇 단계 진보한 모델링과 연출, 육성 시스템에서 나오는 재미가 꼽힌다. 여기에 파워풀 프로야구 방식의 육성 시스템으로 전면 재개편한 게임성도 큰 영향을 미친다. 

첫 공개로부터 5년 만에 출시. 게임계는 개발 지연과 출시 연기가 반복된 게임이 준수하게 나오기 어렵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우마무스메는 그 편견을 깔끔하게 부수면서, 출시 시기보다 얼마나 잘 만드냐가 중요하다는 원칙을 입증했다.

우마무스메는 이제 카카오게임즈 서비스 아래 한국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한국 흥행에 관련해서도 다양한 예측과 우려가 잇따른다. 과연 이번에도 고정관념을 부수고 수많은 국내 게이머들의 열광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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