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법 전부개정안, 의견 수렴해야 할 필수 진흥책도 포함
자율규제로 놔둘 명분에 '의문'... 대선 정국까지 시간 부족
소비자 권리와 업계 건전성 위한 '민생' 접근 필요

[게임플] 12월 개최 예정인 게임산업법(게임법) 전부개정안 공청회 일정이 다시 불투명해지고 있다. 

게임법을 전부개정해야 한다는 요구는 6~7년 전부터 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을 2006년 처음 제정했으나,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과거 게임법을 현세대와 미래 쟁점에 맞춰 전체적으로 뜯어고칠 필요가 있었다. 

법안 통과에서 공청회는 선택사항이다. 다만 이번과 같이 일부가 아닌 전부개정안을 상정할 경우는 공청회 절차가 필수다. 그러나 연내 무난하게 열릴 것으로 보였던 공청회 일정은 아직도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았다. 

전부개정안은 이미 당초 계획보다 진도가 늦었다. 

2019년경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본격적 논의를 시작할 때는 2020년 내 본회의 통과가 목표였다. 그러나 법안 마련부터 진통을 겪은 끝에 2020년 끝자락에 와서야 첫 절차인 법안 발의를 해냈다. 그리고 다시 속도가 멈춘 채 1년이 지났다. 

입장이 계속 엇갈린 핵심 원인은 '확률형'이다. 이상헌 의원이 발의한 전부개정안은 기존 게임법에 없던 확률형 아이템의 정의를 포함한다. 국내 서비스 게임은 파생상품을 포함한 확률표기 의무를 지켜야 하며, 이를 어기거나 사행성에 심각한 우려가 생길 경우 처벌이 가능해지는 조항이다. 

대형 업체들은 게임산업협회를 중심으로 해당 조항을 반대했다. 강화된 자율규제안으로 스스로 자정 가능하며, 법적 강제조항이 들어갈 경우 불필요한 규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이용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11인이 비슷한 내용을 반영한 또다른 전부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비록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했지만, 공청회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기존 전부개정안 상정도 밀리고 있다.

법안 통과를 당장 미룬다고 해서, 규제를 반대하는 업계에 장미빛 미래가 펼쳐질지는 의문이다. 

논의가 막힐 때마다, 게임산업협회에서 입장을 드러낼 때마다 여론은 그에 비례해 악화됐다. 지금 한국게임 확률형 모델을 향한 불만이 당장 기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참고 참아온 끝에 선을 넘은 형태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특히 MMORPG에서 강화나 합성, 옵션 과금이 중첩되면서 적정 수준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유저 여론이 쌓여왔다. 표면적으로 자율규제를 준수하지만 의혹을 성실히 해소해야 할 의무는 없었다. 그로 인해 확률의 투명성에 대한 의심도 점차 늘면서 유저들이 요구하는 규제 범위도 늘어갔다.

이미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된 형국이다. 계속 미루고 숨기다가 더 큰 것으로도 막기 어려운 날이 올지 모른다. 

'글로벌 스탠다드' 기준에서도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필요하다. '가챠 종주국'인 일본조차도 컴플리트 가챠 등 도를 넘는 확률형 상품은 법적으로 제재하며, 미국과 유럽 등 게임 선진국들 역시 규제 방안을 이미 만들었거나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에 비하면 전부개정안에 명시된 조항은 극히 기본적인 수준만 지키면 되는 규제다.

공청회는 법안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수렴하고, 문제가 있다면 더 나은 개선 방안을 찾아나가는 자리다. 

이상헌 의원 발의안 역시 무리한 규제가 포함됐을 위험은 있다. 그렇다면 해당 지점에 대한 문제를 제시하고 대안을 수립하는 과정에 업계 모두가 동참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상생의 과정이다. 산업, 유저, 정계 모두가 만족하는 결론을 이끌어낼 여지는 아직도 남았다.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여야 정쟁의 구도에서 전부개정안이 희생되는 것이다. 

내년 3월 9일 대선이 있다. 늦어도 1월 말부터는 선거 정국에 돌입하면서 국회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려워진다. 12월 공청회가 더 미뤄진다면 도미노 효과로 내년 이맘때까지 밀릴 위험도 크다. 지금의 '시간 끌기'가 실제로 위협적인 이유다. 

답은 공청회 후 빠른 의견 조율이다. 게임법 전부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 규제뿐 아니라 미래 게임산업과 유저들에게 꼭 필요한 92개 조항이 들어 있다. 업계의 당장 이익을 놓지 않기 위한 방어가 오히려 업계 발전을 저해하게 될지 모른다.

정쟁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 찾기를 위해, 그리고 게임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민생'의 측면에서 조속한 공청회 절차가 이뤄지길 바란다. 거대 게임산업을 키워낸 게이머들은 이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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