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성과 게임성, 그 균형이 잘 맞아야 한다

정진성 기자

[게임플] 게임은 하나의 문화 콘텐츠임과 동시에 ‘상품’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이 두 방향성은 하나에 지나치게 치우치면 안되며, 양쪽 모두를 고려할 수 있어야 하나의 좋은 게임이 탄생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소 ‘상품’쪽으로 치우치고 있는 게임들이 다수 보인다. 때문에 지난해부터 ‘랜덤박스’에 관한 이슈는 끊이질 않고 있으며, 게임 자체가 ‘도박’과 같은 취급을 받기도 했다. 물론 상술 했듯이 ‘상품’이란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상품을 판매해야 당 회사의 운영에 차질이 생기지 않으며, 이를 토대로 게임을 제대로 운영하고, 새로운 게임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나친 상품성’이다. 게임 플레이적인 측면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유저들에게 상품의 판매만을 요구한다면 아무리 그 게임성이 준수하다 한들 외면 받기 십상인 것이다. 엄청나게 좋은 게임성과 플레이 경험은 이를 상충하기도 하지만, 최근 나오는 대다수의 게임들은 이런 ‘균형’을 잘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지난 1월 출시된 춤과 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샌드박스 플랫폼, 댄스빌의 경우 퀘스트만 진행해도 유료 재화를 아낌 없이 유저에게 지급했다. 덕분에 대부분의 유저들은 별다른 유료 결제 없이도 댄스빌을 플레이 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며, 좀더 깊게 파고드는 유저들만이 결제를 통한 플레이를 하는 정도가 됐다.

댄스빌은 이를 토대로 구글 플레이 인기 급상승 순위 2위에 이어 인기 순위 7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매출 순위에서는 여전히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컴투스 댄스빌

새로운 게임 장르로 출시된 게임이기에 다소 아쉬운 마음이 들어 며칠 전 만난 컴투스 관계자에게 이런 상황을 여쭸더니 “댄스빌은 단기적인 매출을 바라보기 보다는 장기적인 서비스로 하나의 샌드박스 플랫폼 구축이 목적”이라며, “차근차근 매출적인 부분에 관해서는 수정과 보완을 해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단기적인 매출 상승으로 유저들의 관심을 끌기보다는 서서히 데워지는 물과 같이, 유저들을 우선시하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게임의 가치를 ‘상품성’보다는 유저에 두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여러 ‘추억 팔이’ 게임들로 인해 실망을 많이 했던 기자 입장에서는 걱정스러우면서도 반가운 이야기였다. 과거에 흥했던 IP를 재탕해 유저들의 시선을 모으고, 단기간의 매출 극대화를 꿈꾸는 타 게임들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이런 기분을 느낀지 얼마되지 않아, 바로 어제(14일) 넥슨이 공개한 트라하에서도 이러한 기조를 엿볼 수 있었다.

넥슨 트라하

트라하는 넥슨이 내세운 신작 모바일 MMORPG로, 신규 IP를 내세웠다는 점과 뛰어난 그래픽과 액션성을 통해 지난해 지스타에서 주목을 받았던 게임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무기에 따라 직업이 자유롭게 변경되는 ‘인피니티 클래스’와 유저의 선택이 게임 내 퀘스트 동선에 영향을 미치는 점 등이 부각되어 소개됐다.

하지만 여기서 정작 기자 눈에 띄었던 것은 ‘인게임 재화’의 활용도였다. 현 모바일게임 시장의 대다수 게임들이 게임 내 ‘거래소’에서 유료 재화를 사용함에도, 트라하는 ‘인게임 재화’만을 사용토록 할 것이라 발표한 것이다.

넥슨 측에서는 “단기간에 이뤄지는 매출 경쟁보다는 오랫동안 이어지는 라이브 서비스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며, “이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장비의 강화 또한 인 게임 재화로만 가능토록 할 예정이라 덧붙였다.

이는 앞서 언급한 ‘유저의 선택에 따라 갈리는 퀘스트 동선’과 더불어 또 하나의 특징인 ‘유저 피드백’ 시스템과도 맞물린다. 요컨대 유저 친화적이고 유저 중심적인 게임을 선보이겠다는 취지다.

‘유저 피드백’ 시스템은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한 유저가 유료로 결제를 할 시에 그 유저의 주변인, 그리고 게임에 꾸준하게 접속하는 유저들에게 혜택을 주는 시스템으로 공개됐다. 유료 결제를 해주는 유저들에 대해 ‘보상’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트라하의 이러한 방향성은 게임사가 두고 있는 시선이 앞서 언급한 댄스빌과 같이 매출보다는 유저에게 맞춰져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시선은 지난해 비슷한 시기 넥슨이 출시한 야생의땅: 듀랑고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어제(14일) 진행된 트라하 미디어 쇼케이스

물론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은 게임이기에 가타부타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으로는 충분히 이를 성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게임들에는 게임성보다는 상품성이 강조됐다. 결제 정도에 따라 게임 캐릭터의 강함이 결정됐고, 이로 인해 유저가 쏟아 붓는 노력보다는 ‘돈’이 더 우선시 되는 게임이 많았다.

상품성이 너무 결여되어서도 안되지만, 지나쳐도 안된다. 서두에 서술했듯 게임은 하나의 ‘문화 콘텐츠’이다.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하며 그러한 가치를 내세우는 게임이 진정한 ‘문화’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다수의 ‘상품 게임’들로 실망했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게임들은 앞으로의 게임 생태계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게 될 지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언젠가는 그 균형을 잘 맞춘 게임들이 가득한 게임시장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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