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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 블리자드 PC 논란, 사상이 아닌 방법의 문제캐릭터의 성적 지향성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김한준 기자 | 승인 2019.01.08 17:39
[게임플] 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자의적 혹은 타의적으로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에게 몰입하게 된다. 캐릭터를 컨트롤하는 것을 넘어 캐릭터의 설정, 캐릭터의 이야기 등을 알게되며 '플레이 외적인 재미'를 느끼게 되기 마련이다. 이는 게임이 단순한 놀이를 넘어 종합적 재미를 갖춘 '콘텐츠'임을 증명한다.
 
이런 점에서 특출난 강점을 지닌 게임사는 단연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였다. 블리자드가 게임을 선보일 때마다 게임은 물론,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에게 애정을 표하는 이들의 수도 늘어났다.
 
이렇게 캐릭터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에는 캐릭터의 디자인, 게임 내에서 드러나는 캐릭터의 성능도 영향을 줬겠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각 캐릭터가 갖고 있는 각자의 이야기가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모든 캐릭터가 선보이는 이야기는 매력적이었고, 이들 캐릭터가 겪는 갈등은 나름의 개연성을 지니고 있었다.
 
상술한 문단이 모두 과거형으로 서술됐다는 것에서 알 수 있겠지만, 이는 모두 지나간 이야기가 됐다. 너무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한다면 적어도 지나간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블리자드가 선보이는 캐릭터들의 서사는 점점 개연성이 사라지고 있으며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충격적 전개'가 이뤄지고 있다.
 
오버워치에는 소위 말하는 '사회적 다양성'이 충실하게 반영되고 있다. 트레이서는 레즈비언이었고, 시메트라는 자폐를 갖고 있다는 것이 차례로 드러났다. 오늘(8일)은 솔저:76이 게이였다는 설정이 공개됐다.
 
이에 대해 유저들은 뜨거운 반응으로 답했다. 물론 환호는 아니다. '왜 또?' 라는 반응에 가깝다. 

일각에서는 유저들의 이러한 반응을 두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선입견에 사로잡힌 시선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평가야말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소위 말하는 '마초이즘'에 젖어있다는 선입견에 불과하다. 
 
정작 유저들은 이러한 설정에 큰 관심이 없다. 물론 '다양성 측면'에서 본다면 블리자드의 이런 설정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유저들은 왜 이렇게 들고 일어나는 것일까? 앞선 문장에 답이 있다. 블리자드가 관심 없는 내용만 자꾸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방식조차 너무나 무성의하고 '선포'에 가깝다는 것도 문제다.
 
캐릭터가 지닌 불편함, 성적 지향성도 캐릭터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지만, 캐릭터를 구성하는 커다란 조각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반대로 캐릭터가 갈등을 겪게 된 계기나, 지금과 같은 길을 걷게 된 이유는 캐릭터 구성의 커다란 조각이다. 오버워치 이후 계속해서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고 있는 리퍼가 오버워치를 탈퇴한 이유가 가장 대표적인 예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버워치 유저들에게 블리자드가 전해준 소식은 이들 캐릭터의 성적 지향성과 모두가 파인애플 피자를 좋아한다는 내용 등이다. 물론 이런 작은 조각들도 설정의 일부다. 다만 게임 세계관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힘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설정이라는 것이 문제다.
 
이런 설정들을 SNS를 통해 통보하듯이 유저에게 전하고 있는 방식도 유저들의 반발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트레이서가 레즈비언이라는 설정이 처음 공개됐을 당시의 반응이 솔저:76이 게이라는 것이 알려진 지금 나타나는 반응과 사뭇 다른 것은 당시 블리자드가 이러한 설정을 새롭게 제작한 '코믹스'의 한 장면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당시 블리자드는 지금처럼 통보하지 않고 콘텐츠에 설정을 얹어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이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게임 설정의 확장과 동시에 콘텐츠의 확장도 이뤄냈다. 설정 자체에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더라도, 이를 위해 노력한 블리자드의 노고는 폄하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후 블리자드는 충격적인 소식을 그저 SNS를 통해 통보하듯이 전하고 있다. 이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데, 바로 이러한 '반전 설정'이 캐릭터를 설계할 때부터 고려된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시류에 맞춰 얹어지듯이 구상된 '급조 설정'이라는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더 큰 반발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유저들이 크게 궁금해하지 않는 부분에만 국한된 설정을 통보하고 있다는 점이 현재 블리자드의 스토리텔링에 유저들이 불만을 갖게 되는 이유다. 명민함도, 성의도 보여주지 않는 개발진에게 박수를 보낼 유저가 얼마나 있겠는가. 
 
이러한 부류의 설정을 게임에 더하고 싶다면, 기존 캐릭터의 설정에 더하지 말고 해당 속성을 지닌 신규 캐릭터를 추가할 수는 없는 것일까?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다면, 최소한 유저들이 원하는 것도 하나는 들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드는 요즘의 블리자드다.

김한준 기자  khj1981@gamep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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