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증을 위한 노력은 전쟁사 박물관 수준

[게임플] "이 총에는 이 스코프가 장착이 안 될텐데요?"

SNS에서 무기가 잔뜩 등장하는 게임 관련 영상을 보다가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답글이다. 고증을 지적하는 사나이들. 그렇다. '밀덕'이 나타난 것이다.

각종 병기, 무기에 큰 관심을 보이는 밀리터리 마니아를 칭하는 '밀덕'이라는 표현은 참 여러 의미를 지니지만 때로 이 말은 까다로움을 뜻하기도 한다. 

'밀덕'처럼 고증에 까탈스러운 이들도 없다. 밀리터리 분야는 마니아 문화에서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분야이며, 그만큼 풍부한 지식을 지닌 이들이 많이 존재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 분야 마니아들의 평균적인 눈높이는 대단히 높다. 

탄피가 튀는 방향부터 세세하게는 엔진음의 소리까지 구별하는 유저들은 흔한 경우다. 각 병장기의 마이너 업그레이드 버전의 스펙까지 줄줄 읊을 수 있는 이들의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은 '아무거나 먹자'는 여자친구가 진짜로 뭘 먹고 싶은 것인지를 맞추는 것만큼이나 까다롭다. 

하지만 마음을 사기 어려운 것만큼이나, 한번 환심을 사고 나면 끝없는 애정을 보이는 것도 '밀덕'들의 특징이다. 그 과정이 무척 까다롭다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월드오브탱크가 대중적이지 않은 소재인 전차를 내세우고도 꾸준하게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이 어려운 일을 해냈기 때문이다. 

워게이밍의 고증을 위한 노력은 '밀덕'들도 혀를 내두르는 부분. '전차의 폭발을 구현하기 위해 실제 전차를 폭파시켰다'는 믿기 어려운 에피소드는 워게이밍이 얼마나 '고증에 목숨을 걸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이는 게임업계에서 정설로 전해지고 있다.

여담이지만 이런 소문 덕분에 워게이밍 창립자의 부모가 실제로 무기 관련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다. '금수저'가 아닌 '탱크수저'라고 해야 할까. 

각 분야의 군사 전문가를 초빙해 이를 게임에 반영하고, 설계도를 확보해 역사 속의 물건을 다시 재현하는 것도 고증을 위해 워게이밍이 노력을 기울이는 사례의 대표적인 예시다.

더군다나 실측 데이터가 존재하는 자료를 손에 넣었다면 그야말로 '장인정신'으로 게임에 이를 구현한다. 조준에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장전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까지 고려해 게임 내 콘텐츠로 담아내는 게임사는 흔하지 않다. 

최근 진행된 1.0 업데이트에서도 이런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물리엔진을 새롭게 적용해 파괴효과를 강조하고, 전차 궤도의 움직임을 궤도 부분별로 구현하는 등 워게이밍은 더욱 철저한 고증에 초점을 맞췄다.

어찌됐건 워게이밍의 고증을 위한 집념은 게임사가 가져야 한계를 넘어선 느낌이다. 게임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고증을 하는 게 아니라, 고증을 하고 싶어서 그 핑계로 게임을 만드는 느낌이 들 정도다.

아이러니하게도 '게임 개발사'이기 때문에 고증에 기울인 노력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 할 때도 있다.철저하게 고증을 했음에도 게임 밸런스를 맞춰야 하는 개발사의 의무를 지키다보면 생기는 일이다.

2차대전 당시 이름을 떨친 독일의 전차 판터와 티거를 실제와 달리 약하게 구현하거나, 특정 전차의 역사 속 성능이 너무 뛰어나면 고증과 어긋나더라도 다른 스탯을 낮춰서 성능을 '조건부 너프' 시키는 식이다. 

이를 보고 '고증이 뭐가 철저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워게이밍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길이다. 월드오브탱크 출시 전에 선보인 오더 오브 워의 경우는 '무기 성능 시뮬레이션'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철저한 고증 하에 각종 병기를 게임에 구현한 것이 특징이었으나, 밸런스 측면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지 못 했다.  

얼핏 생각하면 워게이밍은 게임사가 아니라 전쟁사 박물관을 차리는 것이 어울리는 게임사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모두 월드오브탱크에 녹아들었으니 워게이밍을 '밀덕을 위한 게임사'라고 해도 부족함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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