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업데이트라는 묵직한 탄환도 장전완료

[게임플] 속도감 있는 연출, 빠른 게임 진행. 언젠가부터 이런 요소들이 게임이 갖춰야 할 필수 덕목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이런 점을 갖춰서 게임이 성공을 한 것인지, 아니면 성공한 게임들이 공통적으로 이런 요소를 갖추고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속도감' 이라는 요소가 대단히 부각되고 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속도감을 갖추고 있는 게임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빠른 진행 속에 덩달아 긴장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으며, 이런 진행을 돋보이기 위해 필수적으로 따라붙는 화려한 연출은 시각을 강렬하게 자극한다.

빠른 게임 템포 속에서, 느릿함을 가진 유로트럭 시뮬레이터

하지만 이런 시류와 정반대의 가치를 부각시키며 주목받는 게임들이 있다. 느릿하다고 해야할지 느긋하다고 해야할지. 충분한 텀을 두고 게임을 진행하고, 그 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역시 경쾌함보다는 묵직함에 중점을 두고 그려지는 이런 게임들은 '빨리빨리'에 지친 이들에게 반대급부의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유로트럭 시뮬레이터나 더 헌터: 야생의 부름 같은 게임들이 이러한 부류에 속하는 대표적인 게임들이다. 그리고 또 하나. 월드오브탱크 역시 '치고 받는' 슈터 장르로는 이례적으로 이런 부류에 속한다.

월드오브탱크는 이동 속도를 높이고 교전 빈도를 늘려 속도감을 차츰차츰 강조해온 오늘날의 슈터 장르와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의 묵직함과 느릿함은 다른 슈터장르에서는 찾을 수 없는 매력이다.

묵직함을 가진 월드오브탱크

사실 밀리터리를 소재로 하고 리얼리티를 강조한 게임들이 전반적으로 이런 경향이 있는 편이다. 실제 전쟁과 전투는 속도감 있게 펼쳐지지 않으니 현실성을 부각하려는 노선을 정한 게임들 역시 자연스럽게 이런 성향을 띄게 된다.

월드오브탱크가 눈길을 끄는 것은 슈터장르 특유의 템포와 현실적 밀리터리의 신중하고 묵직한 움직임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았다는 점에 있다.

장전시간을 고려한 격발과 선회력을 고려한 동선 예측은 게임에 무게감을 더한다. 정확하지 않으면 승리하기 어렵기에 생기는 긴장감은 빠른 템포 속에서 생기는 긴장감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월드오브탱크에 최근 1.0 업데이트가 진행되며 그래픽과 물리효과가 일신되기는 했으나, 상술한 이 게임 특유의 매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오히려 그래픽 업데이트를 제외하면 이번 업데이트의 맥락 자체가 월드오브탱크의 이런 점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진행됐다고 볼 수도 있다.

월드오브탱크의 맵

슈터 장르임에도 은폐와 엄폐, 일점사, 전선유지 등을 강조하는 게임의 특성에 맞게 새로운 오브젝트를 더하는 식으로 맵의 밸런스를 수정한 것이 이번 업데이트의 특징.

이는 시각적인 면보다 플레이 체험에서 더 큰 영향을 주는 요소다. 게다가 게임의 템포가 느리고 유닛의 이동속도가 빠르지 않은 덕분에 발전된 그래픽과 오브젝트 파괴 효과가 더욱 눈에 잘 띄는 부가적인 이익도 생겨났다.

템포가 느릿하지만 월드오브탱크는 리얼리티 노선을 걷는 게임은 아니다. 리얼리티 노선의 게임들이 갖춰야 할 덕목은 갖췄음에도 시뮬레이션 요소를 의식적으로 배재하고 아케이드성을 내세운 것은 대단히 '유니크'한 점이다.

반대는 통한다고 했다. 빠른 속도를 강조하는 게임이 매력적인 것만큼이나 느릿함과 묵직함을 강조한 게임도 매력적이다. 1.0 업데이트라는 강력한 탄환을 장전한 월드오브탱크의 묵직한 한방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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