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와 환율의 각기 다른 희비를 만들다

[게임플] 실적발표 시즌을 맞아 게임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연이어 공개되는 요즘이다. 확실한 캐시카우를 보유하며 매출을 끌어올린 기업,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과를 톡톡히 거둔 기업, 모바일 시장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친 기업 등의 소식이 전해진 덕분에 올해 게임관련 기업들의 실적발표는 그 어느 때보다 화제가 만발하다.

이목을 끄는 여러 소식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나란히 연매출 2조원을 넘긴 넥슨과 넷마블이다. 3N으로 꼽히는 국내 굴지의 게임사의 두 축인 이들 기업이 관심을 받지 않은 적이 언제 있기는 하겠냐만,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을 나란히 기록한 이들 두 기업의 실적에서 비슷하지만 확실히 다른 점이 드러난다.

넷마블은 지난해 2조 4,248억원의 연간매출을 달성했으며, 영업이익은 5,096억원, 당기순이익은 4,756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대비 61.6%, 72.9%, 73.3% 증가한 수치. 또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천명했던 당초 목표를 달성하며 해외매출 비중을 54% 선까지 끌어올리는 데에도 성공했다.

넥슨은 연매출 2조 2,987억원, 영업이익 8,856억원, 5,55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28%, 123%, 182%가 증가한 수치다. 2016년에 59%였던 해외매출비중은 2017년에 더욱 늘어나 66%선까지 상승했다. 이 역시 지속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의 성과다.

흥미로운 것은 넷마블은 연매출에서, 넥슨은 영업이익에서 각각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야구 기록에 비유하자면 최저 방어율 혹은 최고 OPS를 기록한 것은 넷마블이지만 최저 WHIP, 최고 WAR를 기록한 것은 넥슨이라는 이야기다.

넷마블은 최고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어째서 최고 이익을 기록하지 못 했을까. 반대로 넥슨은 최고 이익을 기록했으면서도 왜 최고 매출을 올리지 못 했을까. 이는 두 기업의 성향차이에서 비롯된다.

넷마블 매출에서 모바일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전체 매출의 95%가 모바일게임을 통해 발생했다. 모바일게임은 온라인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이 수월하다. 넷마블의 해외시장 매출 비중이 최근 몇년 사이에 급격하게 높아질 수 있던 것은 모바일게임 시장의 이런 특성에 기인한다.

대신, 모바일게임은 매출 중 30%를 마켓 플랫폼 보유자인 구글과 애플에 지출해야 한다는 특징도 함께 갖고 있다. 똑같은 매출을 기록하더라도 온라인게임에 비해 적은 이익이 남는 셈이다. 넷마블의 연매출이 넥슨보다 1,300억원 가량이 높음에도 영업이익이 약 3,800억원 적은 이유다.

반대로 넥슨은 온라인게임보다 모바일게임의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이다. 또한 던전앤파이터를 기반으로 중국에서 몇년 전부터 탄탄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매출이 66%를 차지하는 것은 중국 시장 덕분이며, 영업이익률이 높은 것은 온라인게임이기에 마켓 플랫폼에 수수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증시에 상장한 기업이다보니 매출액이 환율의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 넥슨 실적의 특징이다. 넥슨은 매년 일본 엔화 환율이 출렁일 때마다 한화 환산 매출이 같이 출렁이는 모습을 보여왔으며, 이는 이번 실적발표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지난해 4분기에 엔화 환율이 떨어지면서 실적 환산에 타격을 받은 것이다. 

2017년 넥슨과 넷마블은 각기 다른 이유로 온전한 '원탑'을 차지하지 못 했다. 두 기업 모두 더욱 강력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해외 시장과 국내 시장을 공략할 전략을 2018년 초부터 내세우고 있는 상황. 벌써부터 올해의 '원탑'을 어느 기업이 차지하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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