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부터 메인스트림까지...너나 할 것 없이 가격 상승

[게임플] 한때 PC 조립에 필요한 부품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향되어 과거에 비해 큰 부담 없이 게이밍 PC를 조립할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몇 년 전의 이야기다. 컴퓨터 부품 가격이 낮아짐에 따라 비디오게임기의 가격 경쟁력이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과거의 이야기다. 현 상황을 생각하면 '그런 때가 있었어?'라고 반문을 하게 될 정도로 최근 PC 부품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정확히는 게이밍 PC를 구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품인 그래픽카드의 가격 상승세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엔비디아(NVIDIA) 계열 최상급 게이밍 그래픽카드인 지포스 GTX1080 Ti의 가격은 인터넷 쇼핑사이트 등지에서 130만~150만원 선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심지어 고급형 모델의 가격은 이보다 30~40만원 가량 높은 편이다. 지난해 9월 95만원 정도에 거래되던 G 브랜드의 GTX1080 Ti는 금일(2월 5일) 기준 160만원에 판매 중이다. 

플래그십 모델이 아닌 그래픽카드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하이엔드 급인 GTX1070 제품군은 80만원 중반대, 첫 출시 당시 보급형 제품군으로 분류됐던 GTX1060 3GB 모델도 40만원 중반대에 판매되고 있다. GTX1060 6GB 모델의 가격은 5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국시장만의 일은 아니다. 북미 온라인 쇼핑사이트인 아마존에서도 GTX1060 3GB 모델이 350~500달러, GTX1070이 700달러 이상을 호가하고 있다. 

PC가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절 이후 그래픽카드 가격이 이렇게 비쌌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 PC 게이머들에게 요즘처럼 가혹한 시기는 2000년대 들어 없었다.

그래픽카드 가격이 이렇게까지 치솟은 원인으로는 대부분 전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가상화폐 체굴 열기가 첫 손에 꼽힌다. 처음에는 게이밍 성능이 다소 떨어지지만 연산능력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AMD 제품군의 가격대가 치솟더니, 시장에 AMD 제품군의 물량이 부족해지자 엔비디아 제품군도 같은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유저의 가정마다 하나씩 자리해서 게임 그래픽을 연산해야 할 그래픽카드가 어딘가의 작업장으로 가상화폐 체굴을 위해 먼저 끌려가고 있는 상황. 수요는 많은데 소비자 시장으로의 공급은 줄고 있으니 가격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픽카드의 이러한 대규모 물량부족의 원인이 가상화폐 체굴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픽카드 제조사가 GPU는 갖고 있어도 비디오 메모리(VRAM)이 없어 그래픽카드 제조를 하지 못 하고 있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다수의 반도체 제조사들은 서버와 모바일 시장이 성장하면서, 이들 시장에 필요한 메모리를 생산하기 위해 DRAM과 VRAM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지난해 3분기부터 지속적으로 전해진 바 있다. 이 시기부터 시작된 '램 수량 부족'이 아직까지 이어지며 그래픽카드 생산량에도 문제가 생기게 됐다.

실제로 AMD의 CEO인 리사 수는 VRAM 수급에 차질이 있다고 최근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대부분의 게이밍 그래픽카드에 쓰이는 VRAM인 GDDR5는 물론 HBM(High Bandwidth Memory)까지 수급이 부족한 상황이며, 2018년 1분기부터 전세계적으로 그래픽카드에 대한 엄청난 수요가 있음에도 이를 전혀 따르지 못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또한 전세계 그래픽카드 제조 공장이 대거 위치한 중국이 설을 맞아 긴 연휴에 돌입할 예정이어서 그래픽카드 생산 및 공급에도 차질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그래픽카드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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