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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2.0] 2017 국내 게임 산업 키워드는 '불안'확률 아이템 논란, 근로 환경 개선..이제는 국내 게임사가 답할 차례
임기영 기자 | 승인 2017.12.27 11:00

 

올해 국내 게임 산업의 모습은 독특했다. ‘배틀 그라운드’라는 대작이 전 세계를 호령했고, 리니지2 레볼루션을 비롯해 엑스(AxE), 테라M과 같이 시장을 견인한 좋은 작품도 나왔다. 엔씨소프트-넷마블-넥슨이라는 3파전 구도가 완성됐고, 중견 기업과 인디 게임들의 흥행도 적절히 터졌다.

하지만 게임 기자로써 바라 보는 국내 게임 산업은 불안하다. 무작위 확률 아이템 기반의 유료화 모델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근로 환경 문제, 그리고 VR과 AI 등 제4차산업혁명으로 불리는 파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 등 여러 이슈가 산재해 있기 때문.

확률 아이템은 올해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감자였다. 도박에 근접한 이 형태가 옳다, 아니냐는 의견은 정부는 물론 다양한 산업, 사회에서 이슈가 됐다. 특히 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국내 게임 산업의 유료화 모델은 시간이 지날수록 전 세계 시장에서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적당히’ 개념에서 이 문제가 끝났으면 좋겠지만 지금의 국내 게임 산업은 그럴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어떻게 더 잘 활용할지에 대해서만 궁리 중이다. 시장을 이끌고 있는 대형 게임 업체 3곳이 이걸로 높은 매출을 견인하는 마당에 중소나 인디 게임만 건전한 게임 또는 일반적인 유료화 모델을 적용하는 ‘꿈 같은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자정 노력은 대형 업체부터 시도해야 한다. 물론 돈을 벌어야 서비스를 하고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십분 공감한다. 하지만 참신한 시도 없이 환불 규정을 벗어나기 위한 ‘패키지 상품’과 극악의 확률로 가득한 확률 아이템뿐인 게임 시장은 결국 도태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근무 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업체가 공감하고 개선의 노력을 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미 작년 관련 문제가 게임 업계에 터졌을 때만 해도 이런 공감대 형성은 어려운 문제가 아닐 것으로 봤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원점이다.

판교, 구로에서 직접 탄 택시의 기사 분들은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새벽 1시고, 3시고 사람이 항상 있어요. 예전에는 새벽에 사람 찾으러 다녀야 했지만 지금은 XXX 앱만 켜놓고 업체에 정차하고 있으면 곧 손님을 태웁니다. 녹초가 된 손님들을요.”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건 게임 업계에서는 다소 어려운 이야기일까. 직접 만나본 개발자들은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적은 인원에 빡빡한 스케줄, 그리고 몇 주 단위로 이루어지는 업데이트 상황을 맞추지 못하면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경험한 기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이야기가 전부인지 아니면 정말 힘든 일부의 이야기인지 판단하긴 어렵지만 가정과 회사 두 개를 모두 만족 시키려는 열심히 살아가는 게임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일이라도, 다음 달이라도, 아니면 내년이라도 그들의 삶이 개선되길 바라고 있다.

업체 역시 어느 정도 응답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정 조치를 이행하고 야근이나 추가 근무를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도 안다. 아직 피부로 느껴지거나 실감이 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하루 빨리 모두에게 저녁이 있는, 건강한 삶이 돌아오길 바란다.

마지막은 제4차산업혁명에 대한 소견이다. 문재인 정부가 탄생하고 게임 업계는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사드 문제가 봉합되어 가는 과정이고 한국-중국 간의 교류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 하지만 이런 파도를 타고 달릴 수 있는 업체가 국내에 얼마나 될까. '맷집'도 자본력에서 나오기 때문에 결국 대형사들만 살아남는 구조가 되는건 아닌지 우려된다.

어느 새 턱밑이 아닌 고공행진 중인 중국 게임사를 바라만 보는 입장이 돼 버린 국내 게임사의 모습과 VR, AR, 인공지능 플랫폼 경쟁에서 뒤쳐지는 상황은 안타깝다. 한 때는 전 세계 IT 시장을 호령했던 게임사의 모습은 정말 ‘전설’이 되어버렸다고 느껴질 정도다.

물론 플랫폼과 환경, 산업에 투자하는 일은 쉽지 않다. 잘하던 일을 더 잘하는 것도 어려운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일이 곧장 이루어지는 일은 당연히 없다. 이를 위해선 과감한 투자와 기술 개발을 위한 노력, 새로운 산업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게임업계 사람들은 올해 그 누구보다 오랜 시간 근무하고 졸음과 피곤함을 이겨냈으며, 쏟아지는 악성 댓글과 소비자들의 성토에 가슴 아파했을 것으로 본다. 그래서 이 모든 분들이 며칠 남지 않은 올해를 따뜻하고 즐겁게 보내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게임 산업의 밝은 미래와 더불어, 소속된 사람들의 '삶의 질'이 더 개선되는 내년을 기대해본다.

임기영 기자  imgi0@gamep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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