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족이라 하더라도 혼자 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하며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 업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20대 초, 중반의 청년들에게 해주고픈 이야기가 있다”며 ESTi는 마이크를 잡았다.

<테일즈위버>의 게임 음악을 작곡해 유명한 ESTi, 박진배가 NDC 강연대에 섰다.

그는 20대 초, 중반의 청년들에게, 또한 지금쯤 게임회사에 취직하고 일했을 무렵 그 시절의 나에게, 해주고픈 말이 많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1980년도 생으로 1998년, 이른 나이에 소프트맥스(구)의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 광시곡>의 게임 음악 담당으로 업계에 데뷔했다.

그 후 <테일즈위버>, <마비노기 듀얼>, <데스티니 차일드>에 이어 애니메이션 음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기도 한 그는 지금 유한회사 에스티메이트를 차렸다.

IP를 흥하게 하는 데에 뭐든지 만든다는 에스티메이트라는 회사를 차린 그는 사실 음악은 취미로 하고 있다며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사람들로 하여금 시간을 붙잡아 뭔가를 생각하거나 느낄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 그렇게 음악을 듣게 하는 일이 내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가 본격적으로 게임 음악 작곡가로서 커리어를 시작했던 <테일즈위버>의 음악 작업은 사실 차가운 현실에서의 도피처이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박진배의 <테일즈위버>의 음악에는 지금 20대 초, 중반의 학생과 업계 지망생들이 하고 있는 고민과 걱정, 군대, 미래에 대한 불안감, 야근, 철야, 주위의 시선, 부모님과의 갈등 등이 모두 녹아있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테일즈위버>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넥슨이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이다. 그는 게임이 먼저 살아있어야 음악도 들을 수 있고, 음악으로서 가치도 가질 수 있다며 지금까지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게 도와주는 넥슨과 유저들에게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그가 맡았던 큰 프로젝트 중 하나였던 <마비노기 듀얼>도 상당히 까다로웠다고 회고했다. 이미 게임 음악의 방향이 사전에 지정돼 있는 상황이었고, 개발진 측의 요청도 많았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음악을 수정해 달라는 개발진의 요청에 주눅들거나 기분나빠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좋은 것을 위해서는 누구나 예외는 없다,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다”며 그 음악이 있어야 할 곳을 잘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애니메이션인 <아이돌마스터>의 노래를 작곡하는 기회가 오기도 했다며 지속적으로 커리어를 쌓아나가면 언젠가 어릴 적 좋아했던 것들을 해보는 기회가 온다고도 전했다.

사실 그는 어릴 적부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해 관련 음악 작업을 하고 싶다고도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것이 어렵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게임 업계에 왔다고 밝혔다.

또한 게임 음악이 게임 안의 음악으로 한정돼 있는 것이 아닌, 현재는 미디어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내 명함은 회사 사장이고 내 머리 속은 게임 개발자지만 내 마음 속에, 나는 게이머다”라는 전 닌텐도 사장 고 이와타 사토루의 말을 항상 가슴속에 새긴다면서, 꾸준한 일관성과 근성으로 버티며 한결같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업계 지망생들과 청년들에게 “현재 상황에서 답이 안보이면 밖으로 나가 새로운 것을 느껴보라면서, 앞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 해본다면 뭔가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무엇을 좋아하고 이것을 왜 하는지, 자기만족이라 하더라도 혼자 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하며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진심어린 충고를 마지막으로 그의 강연은 종료됐다.

지금보다 게임 음악이라는 요소가 더욱 생소 했던 국내 게임 산업의 초창기에 어렵게 지금에까지 이르게 된 ESTi, 박진배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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