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의 돌풍, 명승부 끝 준우승... 한국 팀 성장은 현재진행형
팀과 국가 초월해 세계가 엮인 e스포츠 서사의 재미

국제전 최초 우승의 꿈은 한 걸음 앞두고 멈췄다. 하지만 '발로란트' 한국 팀들이 줄 재미는 이제 시작이다. 

지난 25일(한국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아레나를 역대급 명승부가 수놓았다. 그 주역 중 하나는 한국 팀으로 처음 결승에 오른 젠지였다. 상대는 현 아메리카 최강팀이자 우승후보 1순위 센티널즈. 그 둘이 발로란트 마스터즈 우승컵을 놓고 맞붙었다. 

결과는 5세트 접전 끝 센티널즈의 '패승패승승' 우승. 하지만 젠지는 분명 이번 대회에서 세계를 가장 놀라게 한 팀이었다. 퍼시픽 리그 킥오프부터 모든 예상을 뒤집는 파괴적인 경기력으로 우승했고, 센티널즈를 포함해 PRX, 라우드 등 세계 최고의 팀들을 연파하면서 결승 마지막까지 최고의 승부를 펼쳤다.

센티널즈의 서사도 완벽했다. 2021년과 2022년 마스터스를 우승했고, 그중 두 번째는 전승 우승을 달성한 북미의 '근본 팀'이다. 그러나 그후 기나긴 암흑기에 빠져들며 팬들을 애타게 했다. 

이런 팀이 24시즌 킥오프에서 극적인 우승을 따낸 뒤, 돌풍의 주인공을 끝내 극복하며 제왕의 자리에 돌아온 것이다. 특히 유일한 센티널즈 원년 멤버로 남아 역경을 이겨낸 최고의 인기 스타 '텐즈(Tenz)'의 스토리는 국가를 초월한 환호를 받았다.

발로란트 마스터스 마드리드에서 돌풍의 주역이 된 젠지
발로란트 마스터스 마드리드에서 돌풍의 주역이 된 젠지

■ "젠지의 돌풍이 고점?... 한국은 아직도 저점"

이들이 펼친 승부는 발로란트 e스포츠 역사를 새로 썼다. 데이터에 잡힌 최고 동시시청자는 166만, 챔피언스를 포함해 역대 최대 뷰어십이다. 우승컵을 눈앞에 두고 여러 차례 기회를 놓친 젠지는 아쉬웠지만,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리빌딩 첫 성적이다.

한국 뷰어십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 마스터스 최종 결승, 국내 플랫폼을 통합한 실시간 시청자는 최대 7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월요일 새벽 시기를 감안하면 이전과 차원이 다른 관심이다. 점차 쌓이는 한국 팀과 선수들의 족적이 만들어낸 결과다.  

발로란트 첫 출발에서 한국은 비교적 마이너였다. 초기 흥행은 부진했고, 유저가 적으니 선수와 팬 유입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꾸준한 역주행 끝에 젊은 유저층 사이 최고의 인기 FPS로 떠오르자 e스포츠 시장도 금세 활성화됐다.  

저력을 처음 보인 것은 DRX였다. 2022년 챔피언스 이스탄불에서 아시아 유일 8강에 오르면서 희망으로 떠올랐고, 최종 성적 3위로 대륙 최대 성적을 달성했다. 아메리카와 유럽이 나눠 가지던 발로란트에서 아시아 지역 존재감을 처음 알린 팀이었다.

이번 시즌은 젠지의 돌풍에 더불어 DRX와 T1 등 다른 한국 팀들의 역량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유저층이 젊은 만큼 앞으로 선수 수급 전망도 밝다. 올해 젠지로 데뷔해 대활약을 펼친 깜짝 신인 '카론' 김원태가 대표적이다. 한국 발로란트의 성장이 이제 시작이고, "지금도 저점이니 더욱 재미를 붙여도 좋다"는 권유가 나오는 이유다.

퍼시픽 지역 또 하나의 인기팀, 싱가포르의 PRX
퍼시픽 지역 또 하나의 인기팀, 싱가포르의 PRX

■ "한국인이라도, 자유롭게 즐기고 응원하기를"

발로란트의 특징은 팀 국적에 구애받지 않는 응원도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국가를 넘어 자유로운 이적이 이루어지고, 영어를 통한 소통이 일상화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발로란트 e스포츠는 권역별 리그를 거쳐 연 2회 국제전으로 향하는 방식이다. 한국 팀들이 뛰는 퍼시픽 리그는 일본과 싱가포르, 대만 등의 팀들이 섞여 있어 이 안에서도 치열하게 얽힌 스토리가 있다. 또 일본에서의 엄청난 인기를 뷰어십으로 실감할 수 있기도 하다.

싱가포르 팀 페이퍼 렉스(PRX)는 한국 입장에서 퍼시픽 리그 내 가장 강력한 적이다. 하지만 수많은 국내 팬을 보유하기도 했다. 무모하다고 할 만큼 화끈한 공격 성향을 보이면서도, 화려한 피지컬로 게임을 해결하면서 짜릿함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PRX의 에이스 '썸띵' 일리야 페트로프는 이런 공격적 스타일의 선두에 서는 타격대로, 고점에서의 괴물 같은 플레이와 유쾌한 성격으로 국내에서도 팬이 많다. 한국의 여러 선수들과도 친분을 보여 다양한 그림을 보여주기도 했다. 

결승 뷰잉 파티가 진행된 이태원 샘 라이언스
결승 뷰잉 파티가 진행된 이태원 샘 라이언스

■ "언제든 유입될 수 있다면, 빠른 합류일수록 즐겁다"

그런 의미에서, 발로란트 팬에게 트위치 플랫폼의 한국 철수는 억울하고 아쉬울 일이다. 한국 선수 방송에 해외 선수나 시청자들이 찾아와 대화를 나누고, 반대로 한국 유저가 해외 선수 방을 시청하는 등 글로벌 단위 교류가 계속 커지던 중이었다. 

그나마 치지직 플랫폼을 통해 국내 선수들과 스트리머 커뮤니티는 유지되고, 유튜브로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으니 위안은 된다. 트위치에서 지원하는 드롭스의 도입이나 해외 팬 접근성 확대가 이루어진다면 이 점도 회복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발로란트는 '오버워치' 이후 하는 게임과 보는 게임 모두 급성장하는 보기 드문 게임이다. '사야플레이어'나 '카르페', '먼치킨' 등 오버워치 e스포츠를 즐겨 본 이들이라면 반가울 이름들도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뛰어넘은 지 오래이고, 국내에서도 유저 세대를 감안하면 가능성이 계속 오른다.

한국은 아직도 시작에 불과하다. 과거 FPS 국민 게임들과 반동이 달라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적응된다면, 왜 글로벌 슈팅계의 라이징 스타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앞으로 즐길 수 있는 플레이와 스토리가 어디까지인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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