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개발 제안 거절... '하우스홀드' 백지화, 팀원 동반 퇴사
네오위즈 외 다수 업체 영입 경쟁, 관건은 "최대한 많은 팀원 동반 이적"
완전 신규 프로젝트 맡는 진승호 디렉터... "개발 전권 부여받았다"

라인게임즈를 떠난 '수일배' 진승호 디렉터가 네오위즈에 새 둥지를 틀었다. 되살아난 콘솔 스토리 걸작 기대와 함께, 그간의 퇴사와 이적 과정에 호기심도 따라왔다.

진 디렉터는 피처폰 시대 '검은방' 시리즈부터 '회색도시' 등 몰입감 높은 스토리 게임들의 개발과 시나리오 집필을 맡아온 유명 개발자다. 라인게임즈에서 콘솔 도전작 '베리드 스타즈'로 기대 이상의 판매량과 호평을 받았으며, 차기작 '프로젝트 하우스홀드' 개발 중 팀 해체와 퇴사를 겪었다.

한국 게임계 대표 스토리텔러로 탄탄한 팬덤을 보유한 만큼, 그의 갑작스러운 이적은 업계에서 여러 의문으로 남았다. 다양한 경로로 확보한 업계 관계자, 내부 소식통의 증언을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해봤다.

■ "진 디렉터에게 모바일 게임 개발하라는 제안 있었다"

2023년 라인게임즈는 내부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실적 부진으로 인한 상반기 구조조정에 이어, 9월 김민규 창업자가 퇴사한 뒤 내부 PC-콘솔 프로젝트가 일제히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취재 결과, 라라인게임즈는 신규 모바일 게임 개발 지휘를 진승호 디렉터에게 먼저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발 중인 '하우스홀드' 백지화를 전제로 한 제안이었다.

진 디렉터는 제의를 거절했고, 이는 협상 결렬로 이어졌다. 하우스홀드 개발은 중지됐다. 진 디렉터를 비롯한 라르고 스튜디오 인력 대부분은 함께 회사를 떠났다. 

소식을 전한 관계자는 "'하우스홀드'는 이미 3년 이상 개발을 진행해왔고, 진척도 역시 높아 2025년경 출시가 충분히 가능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라르고 스튜디오는 '검은방' 시절부터 싱글 위주 게임을 함께 개발해온 동료들이 많아 사측 제안에 반발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 여러 게임사의 러브콜... "최대 난관은 팀원 동반 영입이었다"

라인게임즈를 떠난 진 디렉터에게 찬바람만 부는 것은 아니었다. 게임계는 예전에 비해 콘솔 싱글 게임을 향한 관심이 높았다. 퇴사 소식이 퍼지자 여러 업체들에게 이적 미팅 제안이 들어왔다. 네오위즈 외에 국내 게이머 대부분 알고 있는 강력한 업체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협상 과정에서 주로 엇갈린 부분은 "얼마나 함께 영입될 수 있느냐"였다.

업체 대부분은 진 디렉터 단독 영입을 원했다. 하지만 라르고 스튜디오는 십수년 동안 팀워크를 맞춰온 인력이 많다. 진 디렉터는 최대한 팀 전원을 데리고 이적하는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 갑작스럽게 대규모 플랜을 짜야 하는 업체들 입장에서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조건을 최대한 수용한 것이 네오위즈였다. 진 디렉터의 팀 전원은 힘들었지만, 다수 인력을 함께 받아들이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주변 관계자는 "디렉터와 네오위즈에게 모두 최선의 수준이었고, 바로 그 점이 진 디렉터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을 것"이라고 전언했다.

■ 네오위즈 라운드8 "진승호 디렉터에게 신작 전권 준다"

진 디렉터는 'P의 거짓'을 개발한 네오위즈 산하 라운드8 스튜디오 소속이 됐다. 여기서 별도의 팀을 꾸려 신규 프로젝트 기획에 돌입할 예정이다.

문의 결과, 네오위즈 측은 "신작 프로젝트는 진승호 디렉터에게 전권을 부여할 것"이라고 답했다. 장르 및 소재부터 시작해 게임 세부 기획까지 모두 포함이다. 디렉터를 향한 신뢰와 전폭적인 투자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갈 길은 멀다. 진 디렉터는 네오위즈 입사 전 휴식을 취하는 단계다. 업무를 시작한 뒤 팀을 처음부터 정비하고, 초기 기획에 들어가야 한다. 다시 3~4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나마 네오위즈에 콘솔 개발 의지와 노하우를 가진 인력이 많다는 점은 다행일 수 있다. 

3년을 넘긴 프로젝트는 백지가 됐다. 하지만 그 경험만큼은 재산이 된다. 이번 둥지에서는 '수일배'의 이야기가 오랜 시간 꽃필 수 있을까. 묵묵히 스토리 게임의 왕도를 걸어간 그의 새 도전에 업계의 응원과 기대가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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