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쿠마스' 최초 발표, 설정과 음악에서 느껴진 변화의 의미

흔들리는 '근본'이 다시 탄탄해질 수 있을까.

5일,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는 '아이돌 마스터'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신규 게임의 최초 발표 방송을 진행했다. 세계관 및 기본 캐릭터, 음악과 뮤직비디오 등 게임 핵심 부분을 대부분 공개해 새로운 브랜드의 출범을 알렸다. 

공개된 게임명은 '학원 아이돌 마스터', 약칭은 가쿠엔(학원)과 '아이마스'를 합친 '가쿠마스'다. 올해 봄 일본 시장에 모바일로 출시되며, 장르는 육성 시뮬레이션이다. 사이버에이전트 자회사인 퀄리아츠가 개발을 맡았다.

아이돌 마스터 IP는 자타공인 위기다. 작년 시작된 버추얼 프로젝트는 혹평 일색이었고, 11월 야심차게 출시한 '샤이니 컬러즈 송 포 프리즘(샤니송)' 역시 흥행이라는 말을 붙이기 어려웠다. IP 최전성기를 이끌었고, 최근까지도 게임 중 최고 매출을 견인해온 '데레스테'마저 운영 축소에 접어든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신규 브랜드가 IP 전체의 명운을 가를 수 있었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가쿠마스'는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새로운 설정을 들고 나왔다. 고착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도 게임 화면 곳곳에서 보인다. 

■ "변화해야 한다"는 열망, 설정과 개발사에서 보이다

지금까지 아이돌 마스터는 기본 설정을 공유해왔다. 아이돌의 연령과 무관하게 정식 프로덕션 기업을 무대로 하고, 주인공은 정식 프로듀서 입장에서 아이돌과 교류해가며 꿈을 이루기 위해 함께 나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번 작품은 그 설정에 변주를 줬다. 육성 캐릭터는 예능 특화 학원인 하츠보시 학원의 고등부 아이돌과 학생들, 유저는 전문대학 프로듀서과 학생이다. 학원 내부 예능 프로덕션에서 육성과 라이브를 진행한다. 성인 캐릭터도 상당 지분을 차지하던 전작들과 달리 절대 다수가 고등부 학생으로 이뤄질 듯하다.

개발사도 의미가 있다. 퀄리아츠의 최근 대표작은 '아이돌리 프라이드'다. 국내 및 글로벌은 네오위즈가 서비스 중인 게임이다. 장단점이 함께 있지만, 모델링과 무대 퀄리티는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동안 IP 내에서 반다이남코가 직접 개발한 모바일 게임들의 흥행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반면 9년 전 역대급 흥행을 거둔 '데레스테'는 외주 개발이었고, 개발사가 바로 퀄리아츠와 함께 사이버에이전트 자회사인 사이게임즈였다. 퀄리아츠 역시 아이돌 게임 노하우가 쌓였고, 비주얼 면에서 검증됐기 때문에 기대가 생긴다.

■ 아이돌 마스터에도 찾아온 K팝 향기 "젊은 유입을 잡아라"

감성도 크게 달라졌다. 최초 공개 PV는 예전 아이돌 마스터 특유의 음악들과 달리 빠르고 강렬한 비트를 기반으로 구성됐다. 

첫 라이브 무대 공개부터 생방송 채팅에서 "K-POP 같다"는 현지 팬들의 반응이 쏟아질 만큼 방향성이 명확하다. 물론 다양한 분위기의 곡을 함께 준비하겠지만, 이 장르에서 첫 영상과 음악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상징하는 바가 크다.

작곡진 라인업도 이를 의식한 흔적이 보인다. 대표적으로 보이는 이름이 'Giga'인데, 보컬로이드와 버튜버 등 영역에서 일렉트로닉 위주 장르의 음악을 주로 선보여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마찬가지로 K-POP 스타일과 많이 닮아 있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최근 '프로젝트 세카이' 등 일본 젊은 유저층을 점령한 음악 게임은 K-POP 영향력이 크게 반영됐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아이돌 마스터는 그동안 트렌드를 앞서가는 느낌은 아니었고, 그 결과 유저층 노후화 문제를 맞이해야 했다. 

기존 시리즈에도 트렌드를 의식한 곡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그것이 브랜드를 대표한다고 느끼기는 어렵다. 이번은 시작부터 기반을 다르게 잡았다. 취약했던 젊은 세대 유입에 힘을 쓰겠다는 의도가 가쿠마스에서 느껴진다.

최초 공개된 캐릭터 9인
최초 공개된 캐릭터 9인

■ 검증이 필요한 이름들, 안정과 모험 사이 그 어딘가

단, 가쿠마스 브랜드를 이끄는 얼굴들이 크게 놀라운 느낌은 아니다. 음악 프로듀서 사토 타카후미는 아이돌 마스터에서 너무나 익숙한 인물이다. 

본가와 신데렐라 걸즈를 거쳐 밀리언 라이브에서 사운드 디렉터를 맡으며 존재감이 커졌다. 밀리언 라이브가 음악으로는 항상 호평을 받은 브랜드지만, 기존 아이돌 마스터와 다른 감성을 꾸준히 보여줄 수 있을지는 증명이 필요하다.

메인 프로듀서 코미노 히데후미도 이번이 검증의 장이다. 밀리언 라이브 임시 프로듀서를 맡은 적이 있고 IP 행사 곳곳에서 얼굴을 비췄는데, 반다이남코 내에서 신규 개발과 운영의 헤드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나리오 담당으로 공개된 3인도 게임 시나리오에서 믿을 수 있을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모두 게임보다 라이브 노벨 집필로 성과를 보여온 바 있다. 향후 애니메이션 등 미디어 전개까지 생각하면 캐릭터 서사가 중요한데, 이들의 스토리 구성 능력이 아이돌 게임에서도 먹힐지가 관심사다.

게임 자체를 향한 걱정도 남아 있다. 최근 아이돌 마스터 게임들의 연속 실패는 퀄리티보다 재미 문제가 컸다. 리듬게임과 육성게임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둘 모두 어정쩡했던 '샤니송'이 대표적이다. 

아이돌 마스터의 근본 장르는 육성이다. IP의 정체성을 이어나가되 현재 게이머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육성의 재미를 주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이번 최초 발표는 게임 세부 시스템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앞으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깨달은 듯한 발표였다. 남은 과제는 모처럼의 흥행 게임 탄생, IP의 생명력 수혈이다. 아이돌 마스터가 2024년에도 통할 감성을 되살릴 수 있을까. 경쟁은 훨씬 치열해졌지만, 아직도 팬들의 염원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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