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 권력, 명예 세 갈래로 나눠진 멀티 스토리에 사이드 스토리 존재
전투와 NPC 상호 작용 등 인게임 시스템, 고전 JRPG 감성 잘 살려

굳이 나서서 “싱글 RPG”를 표방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옥토패스 트래블러: 대륙의 패자’는 압도적인 분량의 스토리 콘텐츠로 우리에게 고전 JRPG의 추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JRPG의 명가 스퀘어 에닉스의 ‘옥토패스 트래블러’ 시리즈의 외전작 ‘대륙의 패자’가 지난 7일 한국에 상륙했다. 일본 출시 후 3년 만에 바다 건너 찾아온 귀한 게임인 만큼, 조심스럽게 포장을 뜯고 가볍게 한 입을 맛봤다.

게임을 시작하니 낯선 문구가 시선을 끌었다. “이 게임은 싱글 RPG이니, 자신만의 속도로 게임을 즐겨달라”라는 안내였다. 급하게 허겁지겁 맛보지 말고, 자기 페이스에 맞게 천천히 음미하라는 것이다. 인게임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져 제법 인상적이었다.

미지의 사내가 차가운 설원 위에서 주인공 ‘리넷’을 일으키며 이야기는 시작됐다. 그녀는 반지의 선택을 받은 자다. 사내는 그녀에게, 혹은 화면 너머로 게임을 즐기는 우리에게 세 가지의 길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요구한다. 그것은 ‘부’, ‘권력’, 그리고 ‘명성’의 길이다.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무대와 그 끝에서 만나게 될 패자(霸者)가 달라진다. 이 패자들은 신의 반지를 통해 각자의 정점에 오른 자들이다. “옳게 사용되면 신념의 깃발이, 그르게 사용하면 현혹의 바람이 된다”는 설명이 맘에 들어 명성의 길을 택했다.

그러자 이야기의 무대는 플랫랜드에 위치한 예술의 도시 시어트폴리스로 바뀌었다. 이곳에서 만날 대륙의 패자는 극작가 ‘오귀스트’다. 그는 지독하게 현실적인 비극으로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는 극작가다. 그의 이야기의 소재는 ‘죽음’으로, 그는 이를 위해 살인조차 서슴지 않는다.

정점에 선 그의 명성이 그가 행한 모든 짓을 용납되게 만드는 상황에서, 주인공 일행은 그의 만행을 막기 위한 여정을 나선다는 것이 명성의 길에서 이어질 이야기로 예상된다.

인게임 시스템이 상당히 독특하다. 게임의 주요 능력치인 ‘영향력’은 앞서 다룬 세 가지의 길의 이야기를 진행하거나 뽑기로 획득할 수 있는 캐릭터를 통해 높일 수 있다. 영향력에 따라 NPC와의 상호 작용이 달라진다. NPC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흥정해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고, 전투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다.

전투의 핵심은 약점 공략이다. 적마다 약점이 되는 무기가 다르며, 해당 무기로 공격하면 다른 무기보다 5배 정도는 높은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또한, 약점 무기로 공격 시 적의 브레이크 포인트가 감소하는데 이를 0으로 만들면 상대는 무방비 상태가 된다. 그러니 한 번에 많은 공격을 할 수 있는 ‘버스트’ 시스템을 활용해 상대의 약점 무기로 공격해야 효율적인 전투가 가능하다.

옥토패스 트래블러 시리즈 특유의 도트 그래픽으로 유려하게 구현된 필드를 돌아다니며 필드 전역에 숨겨진 보물 상자를 찾고, 랜덤 인카운터로 등장하는 적들을 상대해 성장하는 일련의 모든 과정에서 JRPG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유의 매력을 느꼈다.

첫 번째 챕터를 클리어하니 메인 스토리와 사이드 스토리, 여기에 여행자별 스토리까지 십수 개가 넘는 퀘스트가 해금됐다. 그 압도적인 분량에, 자신의 속도로 즐겨달라는 말이 이해가 됐다. 속도에 상관없이 자기 방식대로 자유롭게 즐기는 것, 그것이 우리가 고전 JRPG를 즐겼던 방식이지 않던가. 이후 이어질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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