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과 더불어 게임 장르의 다변화 선명하고
대한민국 게임 산업 성숙화 단계 진입한듯

이번 지스타엔 많은 것들이 되돌아왔다. 네오위즈가 19년 만에 P의 거짓으로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받더니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14년 전에 입었던 지스타 재킷을 꺼내 입고 지스타 현장으로 돌아왔고 다시는 안 올 것만 같았던 엔씨소프트도 8년 만에 돌아왔다. 그래서 주로 창원으로만 직진했던 김택진 대표도 아주 오랜만에 부산 지스타 현장으로 돌아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약 12년간 스마트폰이 지배했던 지스타 현장에 PC 게임들도 돌아왔다. 그리고 수 십 년 전 불법 다운로드에 몸서리치며 철수했던 일본 게임사들도 속속 돌아오고 있다. 올해는 유독 일본 게임사들의 전시가 눈에 띄었던 지스타였다. 격투게임의 대장 격인 철권 8도 등장했고 소닉도 돌아왔고 전설로 불리던 파이널 판타지 7도 다른 이야기로 출시를 알렸다.

이번 현장은 여러 가지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다. 장르의 다변화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서브컬처 게임의 강세다. 옆 나라 일본이 그랬듯이 일부 오타쿠 만의 리그로 불렸던 서브컬처가 주류로 들어온다는 건 그만큼 대한민국의 게임 문화가 성숙기에 들어서고 있다는 방증이다. 앞으로는 웹툰이나 웹 소설, 애니메이션과 경계가 점점 사라지고 융합하며 또 다른 장르가 생겨나게 될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올해 지스타에선 대학생들의 졸업작품들도 크게 눈에 띄었다. 시장이 성장한 만큼 작품들의 수준도 현재 판매 중인 작품들과 다를 바 없이 훌륭했다. 이미 웹툰 학과 학생들은 전공에 머물지 않고 게임과 융합해 전시하고 있었다.

PC 게임들이 화려하게 귀환을 알렸다. 스팀과 콘솔도 큰 전환점을 맞았다. 이는 상당히 반가운 소식이다. 모바일게임 일색이던 십수 년간 전 세계 게임업체들은 전체 수익의 30%가 넘는 수수료를 고스란히 빼앗기며 악화되는 매출을 확보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과금에 열을 올려왔다. 그 과정에서 업체는 업체대로 욕을 먹고 유저는 유저대로 화가 나고 애플과 구글만 웃는 시장이 만들어졌다. 번번이 국감에 불려 나와 국회의원들에게 큰소리를 들어도 타격 1도 안 받는 유일한 증인들이 구글과 애플 관계자일 것이다.

하지만 플랫폼의 다각화로 앞으로 이 두 마켓의 매출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아마 말은 못 하지만 많은 게임인들이 똑같은 생각일 것이다. 매출이 줄어들면 그들도 자구책을 세울 것인데 그동안 반복했던 말뿐인 상생은 아니길 바란다.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이제 지스타는 부산시의 전유물이 되었다는 점이다. 부스 가격은 갈수록 비싸지고 행사가 열리는 벡스코 주변의 물가는 이제 서울의 강남 보다 높다.

비즈니스호텔조차 1박에 20만원 미만으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2박3일 기준 교통비와 식비를 포함하면 약 7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이런데 혼밥 손님은 아예 안 받는 식당도 종종 있어 패스트푸드점으로 간 관계자도 있었다. 바가지도 팽배했다. 특히 해운대 주변에선 마시지도 않은 술과 안주를 추가시켜 바가지를 씌웠다는 제보가 들어오기도 했다. 아르바이트 실수로 마무리됐지만 만일 인사불성 취객이 모르고 결제했다면 속수무책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택시 잡기는 불가능에 가까웠고 이젠 셔틀버스까지 운행을 중단시켜 서울, 경기에서 올라온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지하철을 타고 서면에서 갈아타며 부산역으로 향했다.

게임산업은 크게 성장하는데 반해 지스타 조직위는 해를 거듭할수록 많은 부분이 퇴보하고 있는 느낌이다. 행사 역시 독점이 되면 나올 수 있는 부작용을 거듭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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