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내면 위험해지는 현실 바다 그대로 담아내
게임 분위기와 달리 제법 어려워... 욕심 버리고 꾸준한 도전이 관건
낮과 밤 다른 플레이, 풍성한 스토리 및 콘텐츠가 원동력

[게임플] 넥슨의 민트로켓이 출시한 ‘데이브 더 다이버’를 주말 동안 즐겼다. 보면 볼수록 참 바다 같은 게임이었다.

“욕심을 내지 말고 숨만큼만 따오라“는 제주 해녀들의 말이 있다. 생과 사가 엇갈리는 바닷속에서 욕심내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거두라는 의미다. 데이브 더 다이버의 바다는 현실의 바다를 닮아 욕심을 허락하지 않는다.

게임은 특유의 픽셀 그래픽 컷신과 함께 시작된다. 바닷가에서 여유롭게 휴양을 즐기던 배불뚝이 아저씨 ‘데이브’는 그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인상을 가진 ‘코브라’의 연락을 받고 블루홀로 향하는 비행길에 오른다. 지형과 어종을 비롯한 해수면 아래 세계가 매일 바뀌는 신비한 이곳에서, 데이브는 코브라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에 따라 낮에는 바닷속 물고기를 잡고, 밤에는 외골수 초밥 장인 ‘반쵸’의 식당을 운영하는 이중생활을 이어간다.

간단한 튜토리얼 이후엔 본격적인 데이브의 하루가 시작된다. 오전과 오후 두 번에 걸쳐 바닷속을 탐험하며 잡은 물고기는 반쵸 식당의 소중한 식재료가 된다. 바다에선 물고기뿐만 아니라 감태와 우뭇가사리 같은 해조류부터 광물과 뼈 같은 자원, 그리고 알 수 없는 이유로 바다에 흩뿌려진 식재료와 무기 등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호기롭게 바다로 뛰어든 첫날, 첫 도전 과제로 ‘숨참고 데이브’를 얻었다. 처음으로 게임오버를 당하면 얻을 수 있는 도전과제다.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속아 아늑하고 편안한 게임을 기대했던 기자는 그렇게 대자연 앞에 선 인간의 무력함을 실감했다.

제주 해녀들의 말마따나 바다는 욕심을 허락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크고 비싼 물고기를 찾아 바다 깊숙이 들어가면 산소는 빠르게 고갈된다. 데이브가 들 수 있는 무게는 한계가 있어 이를 넘기면 수영 속도가 크게 감소한다. 이 상태에서 산소가 떨어지거나, 바다생물의 습격을 당한다면 꼼짝없이 ‘물숨’을 먹게 된다. 물숨을 먹고 나면 그간 모은 것 중 단 하나만 가지고 나올 수 있다. 과욕이 화를 부른 것이다.

식당 운영도 마찬가지다. 반쵸는 갓 잡은 싱싱한 식재료로 여러 초밥을 만든다. 그는 연구를 거듭해 초밥의 품질을 높이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고객들을 만족시킨다. 하지만 그의 완고한 고집 덕분에 손질된 식재료는 다시 사용할 수 없다. 애써 잡아 온 재료를 버리지 않으려면 손님 수에 맞게 메뉴를 적절히 준비해야 한다.

실제 SNS를 패러디한 ‘쿡스타그램’에서 입소문이 나면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은 점점 많아진다. 어떤 메뉴를 얼마나 준비할지 매일 밤 고민하며 가게 문을 열면 물 들어오듯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게 된다. 넘치지 않게 차를 따르고, 손님들이 오래 기다리지 않게 최대한 빨리 메뉴를 서빙하고, 초밥과 함께 나가는 고추냉이도 갈고, 손님이 나간 자리도 치워야 한다.

그렇게 고민하고 손발이 닳게 일하고 나면 천정부지 모르고 치솟아 있는 매출 전표를 확인할 수 있다. 그간의 노력이 보상받는 순간이다. 이렇게 번 돈으로 장비를 강화해 더 깊은 바다에서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바다 깊은 곳엔 더 많은 물고기와 자원, 그리고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바다는 이 모든 것을 준비된 이들에게만 허락한다.

낮과 밤을 오가는 데이브의 이중생활은 지루해질 수 있는 반복적인 루틴을 변화시킨다. 수면을 경계로 나눠지는 낮과 밤의 이야기 중 하나만 다뤘다면 진작에 질려 게임을 내려놨을 것이다. 콘텐츠 하나하나가 주는 피로가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수면 아래선 작은 물고기라도 일일이 잡아야 하며, 최대한 많은 식재료를 얻기 위해선 산 채로 잡아야 하는데 수면 작살이나 뿅망치, 그물 같은 확률적으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 없다면 죽지 않게 피해량을 조절하며 공격한 뒤 작살로 잡는 번거로운 작업을 이어가야 한다. 수면 위도 마찬가지다. 메뉴 개발, 직원 채용, 초밥 연구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런 생활을 계속해서 이어가게 만드는 동력은 게임의 매력적인 스토리와 무궁무진한 콘텐츠다. 어인 문명을 둘러싼 메인 스토리와 함께 주변 인물들과 손님들의 크고 작은 이야기는 고유의 컷신을 선보이는데 이 컷신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마린카’와 ‘에코워쳐’ 등 수집형 콘텐츠뿐만 아니라, 양식장과 텃밭 등 게임 진행을 통해 해금되는 서브 콘텐츠는 새로운 목표와 이에 대한 동기를 제공해 게임 진행에 순풍을 불어넣는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바다의 냉혹하면서도 동시에 포근한 바다를 게임에 녹여냈다. 게임 속 바다는 욕심 많은 이에겐 가차 없이 차갑고, 준비된 이들에겐 풍성한 먹거리와 이야기를 베푼다. 전체적인 게임도 마찬가지다. 게임 아래 숨겨진 풍성한 콘텐츠는 꾸준히 깊게 들어온 이들만이 만날 수 있다.

짧게 몇 시간 즐길 게임이 아니라 진득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찾는다면, 데이브 더 다이버는 당신이 뛰어들 만한 좋은 바다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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