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감각 노리는 게임, '젊은 덕후'들 의견이 개발을 결정해야

[게임플] 개발자 대부분은 게임을 좋아한다. 하지만 얼마나 이해도가 높느냐, 그것을 자신들의 의지로 게임에 반영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10주년을 맞이한 넥슨게임즈는 현재 국내 게임 트렌드를 이끄는 곳으로 꼽힌다. 10년이면 적지 않은 세월이지만, 감각은 가장 젊은 개발사 중 하나다. 국내에서 쉽게 도전하지 않는 장르를 과감하게 도전해 글로벌로 나선다. 그리고 결과물로 증명하고 있다.

서브컬처 시장에서 '블루 아카이브'는 세계적인 존재감을 과시한다. 지난 주말 1.5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페스티벌은 7천 명 분량의 입장권이 7분 만에 매진되는 열기 속에 단독 게임 축제의 성공적 사례를 만들어냈다. 

서브컬처 종주국 일본에서도 2차 창작 규모가 모든 IP 가운데 최상위에 진입하며 팬덤을 확장하고 있다. 각 지역의 진성 '덕후'들을 열광하게 만들었고, 매출과 유저들의 애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냈다.

김용하 총괄PD는 게임계 초기부터 널리 알려진 '오타쿠 전문가'였다. 업계 내에서는 "별난 사람"이라는 인식도 있었다. 업계인들이 모인 정식 컨퍼런스에서 '모에론'이라는 주제로 진지한 강연에 나설 사람은 흔하지 않다.  

넥슨게임즈는 이런 사람들을 꾸준히 모아왔다. 박용현 대표는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는 미소녀 게임을 만들 사람을 찾는다"며 김용하 PD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정확한 인재를 골라 내놓은 제안은 정확한 목표 달성을 이끌어냈다.

블루 아카이브 1.5주년 페스티벌을 찾은 김용하 PD 및 핵심 개발진
블루 아카이브 1.5주년 페스티벌을 찾은 김용하 PD 및 핵심 개발진

■ '미친 아이디어'의 적극적 반영... '미친 반응' 만들어내다

김용하 PD는 본인 외에도 함께 서브컬처 아이디어를 이끌 수 있는 사단을 보유하고 있었다. '큐라레' 시기부터 합을 맞춰온 양주영 시나리오팀장이 대표적 인물이다. 모두 '덕후 문화'에 엄청난 전문성을 보유한 인재였고, 그들의 생각이 게임에 온전히 반영되면서 유저들의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했다.

메모리얼 로비 등 인게임 콘텐츠에서 캐릭터들의 콘셉트를 살피다 보면, 여느 게임과 비교하기 힘들 만큼의 '진짜'들이 아이디어를 냈다는 놀라움을 종종 느낀다. 그 장르 게임을 단순하게 즐기는 수준을 넘어서, '미쳐 있다'고 표현할 만한 진성 게이머들이 개발을 이끄는 흔적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넥슨게임즈의 역할이다. 블루 아카이브를 개발하는 MX 스튜디오는 넥슨게임즈 산하 개발실 중 하나다. 다른 게임사라면 "이건 좀 심하지 않느냐"며 제재가 들어올 만한 발상도 몇 있다. 

하지만 모든 아이디어는 어떤 발상이라도 자유롭게 흘러나왔고, 게임에 온전히 반영될 수 있었다. 박용하 PD가 전권을 잡고 파격적인 캐릭터 소재들을 게임에 담았고, 넥슨게임즈는 간섭 없이 철저하게 개발 지원과 환경 제공에 집중했다. 공식 유튜브에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개발자 코멘터리는 그런 아이디어의 기록을 담고 있다.

캐릭터 뱃살의 매력 포인트로 품격 있는 대화를 나누는 블루 아카이브 개발진
캐릭터 뱃살의 매력 포인트로 품격 있는 대화를 나누는 블루 아카이브 개발진

■ "일선 개발자 의견이 게임에 온전히 들어가는 경우가 몇 없다"

서브컬처 문화는 특히 제약 없는 발상이 중요하다. 게임 가운데서도 가장 젊게 순환되고 감성의 변화도 빠른 분야다. 블루 아카이브는 실제 그 장르에 열정을 쏟아붓는 인재들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했다. 그것은 서브컬처 트렌드를 이끄는 한국 게임으로 재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국내 중대형 게임사에서 이런 의사결정은 드물다. 누구나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는 분위기 조성부터 어렵다. 혹여 독창적 아이디어가 나와도 경영진 판단으로 상당수가 잘려나가고, 사업부 의견에 나머지 아이디어 대부분이 또 사라진다는 경험담도 흔하다.

넥슨게임즈의 다른 신작 프로젝트도 디렉터를 중심으로 한 개발진의 뜻에 전권을 일임하는 분위기다. BM 역시 각 장르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가며, 유저의 테스트 피드백이 곧장 개발진에게 닿아 반영되는 모습으로 기대감을 높여왔다.

'베일드 엑스퍼트'는 서든어택 시절부터 슈팅 장르에 몸을 바친 개발진이 뭉쳤다. 보기 드물게 플레이 TPS 게임이며, 최근 얼리액세스 출시로 공개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과거 테스트 시기, '개발자를 이겨라' 이벤트에서 개발진 팀이 유저 최고수들을 상대로 엄청난 실력으로 승리를 거듭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퍼스트 디센던트'도 PC와 차세대 콘솔 기반 루트슈터라는 파격적 도전작이다. 업계에 따르면, 프로젝트 팀원을 구성할 때부터 'PvE 슈터' 장르의 플레이 이해도를 집중적으로 고려했다고 알려졌다. 해외 인기 개발사들이 기본으로 지키는 방향성을 충실하게 따라가는 셈이다.

'베일드 엑스퍼트' 역시 '슈팅게임 망령'들로 개발진을 꾸렸다
'베일드 엑스퍼트' 역시 '슈팅게임 망령'들로 개발진을 꾸렸다

■ 젊은 감각을 원한다면, '젊은 덕후'들의 의견으로 만들어야

어디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게임을 만든다. 그러나 최종 결정은 다른 사람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넥슨게임즈는 철저하게 '겜돌이'들의 의견을 존중했다. 

그 결과, 넥슨게임즈는 넥슨 계열을 넘어 국내 게임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신작으로 도전하는 개발사가 됐다. 공격적인 투자로 인해 한동안 적자였지만, 그마저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사업성이 없어 보인다는 말을 듣던 기획들이 결국 사업적 기반을 만들어낸 것이다. 

'진짜 덕후'들이 관련 게임을 만들 때의 위력은 최근 중국 서브컬처 게임들이 다수 보여줬다. 물론 압도적 자본도 같이 있기에 가능했지만, '명일방주' 같은 게임은 특별히 한국보다 기술이나 자본에서 우월하진 않았다. 한국도 '블루 아카이브'와 '니케' 같은 게임들이 비슷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진성 유저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개발자들의 발언권이 강해질 필요가 있다. 적어도 젊은 유저층을 노리는 게임이라면 필수 과제다. 유저의 근본 감성을 건드리는 방법은 직접 그 유저가 되는 것이다. 열 살 생일을 맞이한 넥슨게임즈는 이미 모범 해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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