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화 기술로 고도화 되고 조직화 된 고의 트롤과 저격러
해외에서는 암호화폐 연결 불법 사설 토토로 홍역 치러

[게임플] 지난 5월 10일, 한 라이브 방송에서 스트리머 저격과 사설 토토 관련 대화가 우연히 발견되며 화제가 됐다.

스트리머 ‘강소연’은 자신의 라이브 방송에서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랭크 게임 중 팀원의 초대를 받아 디스코드에 입장했다. 게임 도중 팀원의 지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디스코드에 들어와 “200점대 계정 있냐? 괴물쥐 저격해서 게임 지는 거다. 판당 10만원이다”와 같은 내용의 대화가 오고 가는 것을 듣게 됐다.

이 상황은 실시간 방송을 통해 그대로 송출됐으며, 현재 해당 스트리머의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괴물쥐’는 LoL 방송을 주력으로 하는 스트리머다. 마스터 티어 이상의 상위 랭크에서 활동한다. 이 스트리머를 소위 ‘저격’하고 고의적으로 패배하면 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인터넷 방송 저격 집단이 조직화됐을 만큼 규모가 커졌으며, 거기에 의뢰비를 지급할 만큼 음지에서 수요가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프로게이머 승패를 두고 현물을 베팅하는 사설 토토가 있다는 사실이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0년부터다. ‘페이커’ 선수의 솔로 랭크 게임 중 신원 불명의 고의 트롤러들이 자주 등장하며 게임을 방해했다.

이들이 ‘페이커’의 승패에 도박을 거는 중국 내 사설 토토에서 직접 고용된 ‘저격러’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LoL 개발사 라이엇게임즈에 대한 비난이 거세졌다. 이후 라이엇은 도용 및 고의 트롤러 계정을 영구정지 및 엄격히 처벌하겠다고 밝히며 사태는 일단락 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번 트위치 스트리머 '괴물쥐' 저격 사건으로 국내에 프로게이머는 물론, 스트리머를 대상으로 한 사설 토토가 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의심으로만 남았던 스트리머 사설 토토 시장의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인터넷 방송과 ‘저격’은 그 역사를 함께 한다.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라이브 서버에 누구나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방송인의 게임에 참여하고 싶은 유저들은 항상 있었다.

약 15년 전 국내 인터넷 방송이 막 태동하던 시기, 아프리카TV에서 방송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BJ들의 화면에는 늘 벌거벗은 트롤로 가득했다. 해외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해외에서는 같은 의미로 ‘Stream snipe’라고 표현하며 유명 스트리머의 게임 중 악질적인 몇몇 유저가 참여해 훼방을 놓는 모습이 방송에서 자주 포착된다.

이런 모습은 인터넷 방송 특유의 개그 코드가 되기도 해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기까지도 했지만, 여러 유저들의 악질적인 행태에 음지 문화로 인식된다.

(자료: BJ 뀨알 유튜브)
(자료: BJ 뀨알 유튜브)

최근 국내에서 가장 논란이 된 ‘사이버 불링’은 아프리카 BJ ‘뀨알’의 LoL 3시간 저격 사건이다. 같은 게임 내 적군과 아군 모두 악질적 의도를 가진 저격러들이 매칭돼 3시간 동안 게임을 끝내지 못하고 괴롭힘을 당해야 했다. BJ는 도중 게임을 끄고 다른 일을 했지만, 라이엇의 신고 시스템에 의해 과도한 죽음과 자리 비움의 이유로 14일 계정 정지를 받았다.

이 사건은 해외 유명 커뮤니티 Reddit에까지 소개되며 해외 유저들에게도 큰 논란이 됐다. 또한 지금껏 유명 스트리머, BJ들을 저격한 오픈 채팅방과 텔레그램 그리고 사설 토토 등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e스포츠 시장에 대한 관심도와 규모가 커지며 사설 토토 시장의 규모도 함께 커지고 있다. 과거 스타 리그 시절부터 암암리에 있었던 사설 스포츠 토토 시장이 발전된 익명화 기술에 따라 점점 대상과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발로란트’는 올해 초 해외에서 암호화폐를 이용한 불법 사설 토토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해외 발로란트 상위 티어에 고의 트롤러들이 급격히 많아지며 일부 프로게이머는 더 이상 게임을 진행할 수 없다며 방송을 통해 호소했다.

(자료: firstsportz.com)
(자료: firstsportz.com)

상위 티어에서의 경쟁전은 의미가 없어졌고 각 프로 팀들은 ‘내전’으로만 연습했다. 해외에도 이전까지 불법 사설 토토는 많았지만 이번 사건은 현금이 아닌 암호화폐를 통한 베팅이 이뤄졌다는 게 특징이다. 암호화폐는 추적이 어렵다는 장점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불법 사설 토토에 접근할 수 있어 시장의 규모가 더 쉽고 빠르게 커질 수 있었다.

수익을 올리기 위해 게임을 조작하려는 일당들이 더 많아졌고 더 많은 저격러가 고용됐다. 이런 저격러들을 가르키는 신조어 ‘Crypto Thrower’까지 생길 정도로 문제는 커졌다.

음지 문화였던 ‘저격’ 문화가 익명화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술적이고 조직화 되고 있어 게임을 즐기는 스트리머와 유저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가고 라이브 게임 시스템을 좀먹고 있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라이엇게임즈는 올해 초 불거진 '발로란트' 고의 트롤러 사건에 감지 시스템과 게임 내 규제와 처벌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게임사는 게임의 수명과 직결된 이런 문제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광범위하며 조직적으로 변해가는 일부 악성 유저들에게 방송 문화가 물드는 것은 아닌지 유저 및 시청자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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