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IP와 다른 미디어 속 이야기, 이들은 어떻게 확장해나갔나

[게임플] 서브컬처 시장에서,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연계는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서브컬처 수요층이 커지면서 그밖의 게임들도 애니 등 영상물에 눈을 돌린다.

게임-애니 중심의 미디어 프랜차이즈는 캐릭터 메이킹 매우 중요한 2D 아이돌 IP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그 분야의 '근본'으로 불리는 '아이돌마스터'가 대표적이다. 관련 IP를 기반으로 방영될 TV 애니메이션은 앞으로 1년간 3개 작품에 달할 만큼 지금도 적극적인 미디어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

경쟁 IP인 '러브라이브'도 비슷한 전략으로 막대한 IP 영역을 구축했던 사례다. 특히 애니메이션과 음반을 연계하는 파급력은 당대 최고로 불렸으며, 이와 같은 방식들은 '뱅드림' 등 신흥 IP로 이어지면서 더욱 발전해왔다.

이제는 미디어 다양화가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현재 일본산 인기 서브컬처 게임의 양대산맥으로 자리잡은 '페이트', '우마무스메'는 플랫폼을 뛰어넘는 각종 미디어에서 모두 큰 호평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4월 유튜브 송출을 앞둔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 Road to the Top
4월 유튜브 송출을 앞둔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 Road to the Top

페이트 IP는 2004년 소설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사실상 게임과 애니메이션이 핵심 기둥이 됐다. 게임 '페이트/그랜드 오더'는 전 세계에서 멈추지 않는 기록적 매출을 유지하고 있고, 무수한 세계선과 스핀오프가 존재하는 스토리의 힘으로 향후 미래도 밝다.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다. 워낙 세계관이 방대해져 20종이 넘는 작품이 나오고 있지만, 모두 각자의 스토리라인을 구축해 열광적인 팬덤을 끌어모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단순히 기존 내용의 영상화를 넘어 새로운 시나리오로 IP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마무스메도 2021년 오래 기다렸던 게임 출시와 애니메이션 시즌2의 호평이 맞물리면서 폭발적인 시너지를 냈다. 웹 애니메이션과 TV판 시즌3도 올해 방영을 앞두면서, 2년이 지난 현재도 출시 초기와 같은 실적과 화제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우마무스메 IP의 최대 강점은 '실제 기반의 스포츠 서사'다. 이미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겪은 실존 경주마들이 있고, 이들의 사연을 재구성해 실화에서 오는 감동을 만들어내 박수를 받았다. 'IF'의 영역으로 무한히 확장이 가능한 페이트와 방향성이 조금씩 다른 것도 흥미롭다. 

명일방주 TV 애니메이션 1기 '여명의 전주곡'
명일방주 TV 애니메이션 1기 '여명의 전주곡'

최근 화제몰이의 중심에 선 중국 게임들도 적극적인 애니메이션 진출을 개시했다. '소녀전선'처럼 아쉬움을 남긴 경우도 있었지만, 지난해 말 '명일방주'가 1기 애니메이션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추후 2기를 예고하면서 분위기 상승을 예고했다.

가장 높은 영향력을 가진 호요버스도 '원신' 애니메이션을 최고의 품질로 선보이겠다는 각오를 내비친다. 제작사는 바로 페이트 시리즈부터 엄청난 퀄리티로 스타덤에 오른 유포테이블. 페이트 이후 가장 화제가 되는 글로벌 IP인 만큼 이것 역시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다.

한동안 발전이 늦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한국 서브컬처도 최근 속도를 높인다. 선봉에는 게임 '블루 아카이브'가 있다. 일본 시장 대성공을 기반으로 TV 애니메이션 제작 소식을 깜짝 발표했고, 이 소식은 해외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블루 아카이브의 기대감은 게임이 드러낸 강점에서 나온다. 퀄리티가 특출난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 세계관, 스토리를 통해 강력한 국내외 팬덤을 구축했기 때문. 모두 훌륭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다. 

한국 웹소설과 웹툰이 해외 흥행을 거듭하면서 이를 원작으로 한 게임-애니 동시 접근도 활발하다. 글로벌 누적 조회수 142억을 기록한 '나 혼자만 레벨업'은 넷마블을 통해 게임으로, 일본 유명 제작사 A1픽처스를 통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다. 2024년 1분기 전후 시기를 맞춰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 거대 시너지가 기대된다.

'감성'은 조금 다르지만, 서구권 게임들도 애니메이션과의 연계가 활발해진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아케인', '사이버펑크 2077'을 기반으로 한 '사이버펑크: 엣지러너'가 대표적 성공작들이다.

아직 자세한 정보가 나오지 않은 '블루 아카이브' 애니메이션
아직 자세한 정보가 나오지 않은 '블루 아카이브'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 확장 경쟁이 국가를 넘어 치열해지면서, 더욱 큰 파급력을 주기 위한 고민도 깊어진다. 비주얼은 고급 스튜디오와 자본을 통해 보장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재미와 평가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기획이 필요하기 때문.

가장 안전한 방법은 게임 메인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다. 기존 팬들의 불만이 나올 위험이 적으며, 좋은 퀄리티를 충족할 경우 살아 움직이는 영상에서 느끼는 감동도 되살아난다. 최근은 '명일방주'가 대표적인 유형으로 꼽힌다.

다만 안전이 아닌 확장을 꿈꾼다면 원작을 잘 모르는 시청자층에게도 다가갈 수 있는 구성이 필요하다. 게임과 영상물의 내러티브 구조는 많은 점에서 다르며,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폭발력을 가지는 서사가 따로 존재한다.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간격 차이도 중요하게 꼽힌다. 게임이 어느 정도 궤도를 유지하고 있을 때, 혹은 애니메이션의 화제성이 남아 있을 때 서로 수요층이 상호보완을 이루는 형태가 이상적이다. 서로 이야기의 볼륨을 키워나갈 때 향후 차기작에서도 파이가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24년 1분기 방영 예정인 '나 혼자만 레벨업' 애니메이션
2024년 1분기 방영 예정인 '나 혼자만 레벨업' 애니메이션

이 방면의 대표 성공 사례가 '우마무스메' 시즌2였다. 큰 틀의 세계관은 동일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주요 캐릭터들의 인간관계를 비롯해 주인공 토카이 테이오의 성격도 게임과 완전히 다르게 구축하면서 철저하게 독립된 시나리오를 그려냈다. 당시 원본마의 드라마에 집중해 그려내기 위한 장치였다.

게임 출시 역시 시즌2의 스토리 전개가 절정에 달하는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애니메이션을 감명 깊게 보던 시청자가 곧바로 게임을 시작하고, 게임으로 처음 접한 유저가 자연스럽게 애니메이션 시청에 합류했다. 그 결과는 '일본 애니메이션 역대 블루레이 판매량 1위'라는 신기록으로 돌아왔다.

반면, 야심차게 국내 게임의 애니메이션 진출을 노린 '킹스레이드'는 실패 사례다. 일본에 2018년 게임 출시 후 2020년 애니메이션이 방영됐다. 나쁘지 않은 퀄리티로 평가됐지만, 이미 게임 흥행이 식은 뒤라 인지도는 처참했다. 결국 게임과 애니메이션이 전혀 시너지를 내지 못한 채로 IP 하향세를 막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원신' 애니메이션도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원신' 애니메이션도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블루 아카이브도 비슷한 간격이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오히려 일본 출시 2주년이 지난 현재 인기 정점을 매번 갱신하고 있다. 현지 최고급 IP들과 비교해도 2차 창작의 화력이 밀리지 않는 만큼, 지금의 애니메이션은 시기적절하다는 기대가 모인다.

서브컬처 게임은 이제 게임만으로 확장하기 어려운 시대다. 애니메이션, 만화, 소설 등 다방면으로 팬들의 애정과 잠재적 팬들의 흥미를 노린다. 이 미디어들은 함께 나아가되 다른 이야기로 IP를 풍성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이 과제를 성공하는 다음 '슈퍼스타'는 과연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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