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성별 초월한 트레이너들이 모여 만들어낸 효과

[게임플] 일산 호수공원이 피카츄 모자를 쓴 인파로 가득했다. 

지난 주말, AR 게임 '포켓몬 고(Pokemon GO)'의 라이브 이벤트 ‘사파리 존: 고양’이 열렸다. 한국에서 처음 보는 축제였다. 사파리 존은 개최 지역을 무대로 트레이너들이 모여 한정 포켓몬을 수집하고 서로 교류하면서 현장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행사다. 

23일 개회식에 이동환 고양시장이 참석해 축사를 전하고, 포켓몬 고 APAC 마케팅 매니저 Elaine Hui와 함께 행사 시작을 알렸다. 시장이 단일 게임 행사에 간판으로 찾아오는 모습에서 고양시의 정성과 포켓몬스터 IP의 영향력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다. 

트레이너들은 포켓몬으로 단장한 일산 호수공원에 모여 서로 교환을 나누고, 배틀 에이리어에서 포켓몬 배틀을 즐기기도 했다. 특히 주말이 되자 인파는 몇 배로 불었다. 가족과 친구 단위는 물론, 큰 가방을 매고 본격적 탐사에 나선 외국인들도 보였다.

이동환 고양시장(왼쪽), 마케팅 매니저 Elaine Hui(오른쪽)
이동환 고양시장(왼쪽), 마케팅 매니저 Elaine Hui(오른쪽)

나이언틱의 AR 게임들은 전통적으로 공원 지역이 핫스팟이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전례 없이 주변을 꽉 채우고 있는 포켓몬들에 순간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사파리 존 메달, 포켓스톱 추가 보상과 같이 처음 보는 보상이 쉴 새 없이 나왔다.

게임 안쪽과 바깥은 모두 페스티벌과 같이 꾸며졌다. 굳이 스마트폰 속만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현실 공원을 거니는 일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피카츄 그리팅에서 거대 피카츄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실물 포켓스톱'을 지나다니면서 실제 모험의 감성을 느꼈다.

사파리 존의 상징물은 피카츄 선바이저였다. 종이로 된 모자였지만 착용감과 디자인은 만족스러웠다. 맑은 날씨에서 정말로 햇빛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었다. 머리에 피카츄를 쓰고 다니는 수많은 인파로 인해 대화가 없어도 동질감으로 연결된 모습이었다.

'어떤 계층이 많이 왔다'고 특징을 잡는 일은 불가능했다. 아이와 부모, 커플, 성인 남성끼리나 여성끼리 등 모든 조합이 다 흔하게 섞여 있었다. 학생이나 아이들끼리 찾아와서 뛰어다니는 것도 낯설지 않았다. 방송으로 현장 생중계를 하는 듯한 모습 역시 종종 보였다.

미뇽을 막 잡았다며 신난 아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어머니에게 슬며시 말을 걸자, "호수도 보고 포켓몬도 같이 보니까 참 좋다"면서 웃음을 지었다. 

"사실 아이들이랑 평소에 대화할 소재가 별로 없어요. 같이 외출을 다니고 싶어도 서로 공감할 만한 '껀수'도 많지 않거든요. 제 입장에서도 포켓몬은 친숙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렇게 함께 무언가를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축제 자체가 반가운 것 같아요"

그 모녀는 수원에서 왔다고 했다. 그밖에도 멀리서 찾아온 방문객들이 돌아갈 시간이나 숙박 일정을 논의하는 대화가 들렸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마무리되는 시기, 사파리 존은 하나의 게임 행사를 넘어서 오아시스 같은 지역 축제로 기능하고 있었다. 

포켓몬 고 행사는 지역경제 활성화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글로벌 여론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열린 '사파리 존 리버풀'은 현지에서 200억 원에 달하는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 오프라인 방문객만 2만 명이었다. 

직접 체험한 '사파리 존 고양'은 그런 효과를 납득하게 만드는 열기를 보여줬다. 일산 호수공원은 동양권 최대 인공호수가 있는 방대한 규모다. 그런 곳에 발 디딜 틈 없을 만큼 많은 트레이너가 찾아왔다. 부가가치가 따라오는 것은 당연했다.

포켓몬을 비롯한 대중적인 게임 IP의 문화적 영향력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게임은 즐기는 사람들이 무엇이든 행동을 해야 한다. 조작을 하거나, 이동하거나, 다른 사람과 교류한다. 그 모든 행동을 자연스럽게 이끌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 사파리 존의 본모습이었다. 

증강현실 속에서 직접 자기 발로 걸어간다. 그리고 몬스터를 잡는다. 이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포켓몬 고는 이제 교류의 범위를 끝없이 넓혀나간다. 한국에서 다음 사파리 존이 언제 열릴지는 모른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다음에 만날 때는 더욱 많은 이야기가 전 세계의 트레이너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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