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가상이든, 현실이든 어디와도 문화적으로 닿을 수 있다

[게임플] 게임은 사람을 모이게 만든다. 비단 온라인 공간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현실 문화행사로 자리잡으면서 실제 경제에 가치창출을 안겨주기도 한다.

작년 가을, 영국 리버풀의 세프턴 공원에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했다. 그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공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포켓몬고(Pokemon GO) 사파리 존 리버풀' 행사가 10월 15일부터 사흘 동안 열린 장소다.

세프턴 공원 현장과 리버풀 내에서 참여한 트레이너는 무려 2만 명이었다. 오프라인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축제는 함께 펼쳐졌다. 티켓 보유자라면 전 세계 어디서든 가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그렇게 4만 명이 참가해 축제를 즐겼다. 현실과 가상을 초월한 '공원 파티'였다. 

개발사 나이언틱은 행사가 끝난 뒤 글로벌 여론조사기관 스태티스타와 협력해 경제 및 관광 효과를 추산했다.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사흘 간 이벤트가 도시에 미친 경제적 영향이 1190만 파운드(약 193억원)에 달한 것이다.

경제 효과는 참가자들이 리버풀에서 이용한 직접, 간접, 유도 지출을 종합한 결과다. 행사 동안 참여한 방문객들은 숙박, 교통, 식음료, 쇼핑 등에 평균 180파운드(약 29만원)를 사용했다. 

경제 활동이 순간 증가하면서, 크지 않지만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볼 수 있었다. 214개의 일자리가 리버풀 내에서 새로 생겼다. 세금 수입 또한 약 390만 파운드(약 63억원)이 증가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행사는 전 연령대 이용자가 고루 분포됐고, 그중에서도 25-34세가 가장 많이 참가했다. 코로나19 영향에도 불구하고 리버풀 외 지역에서 참가한 트레이너가 89%에 달했다. 

세프턴 공원 내에서 플레이한 트레이너는 평균 10.92km를 걸었다. 리버풀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9.33km가 나온다. 이벤트 티켓을 보유한 트레이너들이 총 4만 마리의 포켓몬을 잡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지역 축제 효과가 나타날 수 있었다. 

관광지로서 홍보 효과도 톡톡히 냈다. 참여자 중 향후 12개월 내에 리버풀에 재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비율은 49%였다. 이 모든 소득에 리버풀 지역이 따로 투자를 지불할 필요는 없었다. 오직 게임 하나의 이벤트 실시로 가능해진 일이었다.

'포켓몬고 사파리 존 리버풀'은 게임이 갖는 가치의 확장성을 보여준다. 게임산업은 줄곧 가상공간과 세계관에 집중해왔고, 디지털 및 온라인의 가치 창출을 중심에 뒀다. 

하지만 리버풀의 한 공원에서 펼쳐진 축제는 오프라인으로의 소통 확장을 보여준 문화 이벤트였다. 다른 사람들과 모험을 만들어내는 일은 가상뿐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가능하다. 특히 현실과 온라인이 혼합된 소셜 형태는 해당 지역의 경제를 끌어올리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었다.

포켓몬고처럼 유명한 게임만, 혹은 증강현실 게임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게임의 이벤트 방향은 충분히 무궁무진하다. 지역사회와 연결하고 문화축제와 감응할 수 있다는 것은 게임 행사의 또다른 잠재력이다. 탐험을 통해 누군가와 소통한다는 게임의 본질은 언제나 뜻밖의 방향으로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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