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불거지는 e스포츠 선수들의 윤리, 인성 문제

정진성 기자

[게임플] 지난 8일,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임단 한화생명e스포츠의 ‘무진’ 김무진 선수가 미성년자 팬과의 사적 만남 및 팀 내부 상황 유출 등으로 중징계를 받았다. 벌금 1,500만 원과 사회봉사 48시간. e스포츠 팀 내부 징계로는 꽤나 무거운 처분이었다.

e스포츠 시장은 점점 커지고 해당 업계에 대한 인지도도 점점 올라가고 있건만, 선수들의 윤리 의식은 옛날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 아니 이제는 시장이 커진 만큼 예전보다 더 많고 다양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외국인 LCK선수인 BBQ 올리버스의 ‘말리스’ 세바스찬 에드홈은 랭크 게임 내 언어 폭력으로 징계를 받았다. 해당 선수는 과거 “You Monkey”와 같은 인종차별적 언행으로 이미 지난해 징계를 받은 전례가 있었는데, 또 다시 이와 같은 발언을 내뱉어 문제가 됐다.

지난해만 보아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LoL, 오버워치 등에서 e스포츠 선수들 다수의 윤리적, 인성적 문제가 발생했다.

최근 팀 내부에서 중징계를 받은 '무진' 김무진 선수(출처: 라이엇게임즈, 한화생명e스포츠 공식 SNS)

물론 비단 e스포츠 선수들만이 이러한 윤리적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e스포츠가 아닌 야구, 축구 등 전통 스포츠들에서도 이러한 선수들의 인성, 윤리 문제는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하지만 유난히도 e스포츠 선수들의 이러한 인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계속된다. 어째서일까?

정작 살펴보면 각 구단에서는 세미나와 인성 교육 등으로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거치며, 입단 심사에서도 엄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문제가 있었던 한화생명e스포츠의 경우에는 특히나 선수들의 관리를 철저히 하기로 유명하다.

앞서 상술했듯 전통 스포츠 종목에서도 선수들의 인성, 윤리 문제는 발생한다. 되려 음주운전, 도박 등 여러 큰 문제가 더 발생하곤 하는데, 생각보다 그 빈도 수는 적은 편이다.

다소 ‘기성 세대’적인 생각일 수도 있으나, e스포츠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선수들의 연령대가 낮아서이지 않나라는 생각이다. 물론 이 측면에서도 흑과 백, 즉 두 가지 측면이 존재한다.

하나는 정말로 연령이 어리기에 생기는 문제다. 모두가 학창시절 사소한 실수 한두 가지쯤은 하듯이, 한창 고등학교를 다닐 나이에 e스포츠 선수들은 연습생으로, 혹은 주전 선수로 발탁되어 사회로 나서게 된다. 이런 면에서는 국내 아이돌들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학창 시절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크게 회자될 일 없을 문제가, 공인으로 그 울타리를 벗어나게 되면서 대두되는 것이다. 아직 성인의 길목에 서있는 선수들이 사회로 들어오다 보니, 언행에서 그러한 문제들이 묻어나는 것이다.

실제로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이론 8단계’로 비추어 봤을 때, 대부분의 e스포츠 선수들이 사회로 나서는 단계는 5단계다. 이 시기는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는 시기이긴 하지만, 자신의 역할에 대한 혼란을 겪는 때다. 이때 사회로 나서다 보니, 상대적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다.

물론 이는 기자의 심리학적 소견이 없다시피 하기에 추론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러한 신체적, 정신적 나이가 이러한 윤리적 문제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는다고는 볼 수 없다.

다른 측면으로는 ‘어리다’라는 프레임이 씌워져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있었던 김무진 선수의 행동을 예로 들자면, “어린 선수가 저런 걸”, “어리니까 저런 것이다”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는 것이다.

즉, 국내의 사회적 통념상 일명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라는 프레임이 선수들에게 씌워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연예계의 아이돌들이 어떤 사고를 쳤을 때도, “어려서부터 큰 돈을 만져서 저렇다”라는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시선과 프레임이 선수의 잘못을 더 부각시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최근까지 일어났던 선수들의 잘못이 문제도 안될 사소한 것이라는 건 아니다.

e스포츠 선수들의 인성, 윤리적 문제를 이러한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된다. 팀, 협회 등에서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며, 그에 따른 교육과 처벌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단지 기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째서 유독 e스포츠 선수들만이 이러한 윤리적, 인성적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계속 되느냐이다. 학생, 그리고 성인의 초입에 있는 선수들이 ‘어른들의 세계’에 던져지다 보니, 사회적 자아형성과 프레임, 시선적 측면에서 여러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e스포츠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이제 태동한 지 10년이 좀 넘었을 뿐이기에 이러한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한 사람이 적응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 커뮤니티가 함께 힘써야 하듯이, 이러한 e스포츠 업계도 조금은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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