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화 되어가는 현실에서도 자주 목격할 수 있는 정신병리학적 이상 심리는 게임과 영화에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단골 소재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현재 우리 현실 사회의 전반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문제다. 게임과 영화 역시 이러한  들어가 보면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게 된다. 아마도 게임에서 없으면 안 될 반전의 묘미와 캐릭터들의 개성을 십분 살리는데 이만큼 중요한 설정이 또 있을까?


#자아와 충돌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등장하는 골룸이 영화에서 대표적 예다.

착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스미골과, 탐욕으로 타락한 골룸 두 가지 인격체를 가지고 있는 이 캐릭터는 10여 년 전 영국의 런던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영화를 보고 병리적 진단을 내릴 정도였다. 인격장애 외에도 골룸은 <편집증>, <조울증>, <피해 망상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 병동의 집합체이다. 

이 캐릭터는 시리즈 1편에서 3편까지 내내 자아(自我)가 충돌하며 괴로워한다. 영화에서 없어서는 안되었을 절대적 존재감을 과시한 캐릭터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적인 악(惡)이 아닌 그 사이에서 고뇌를 담은 캐릭터(끝은 안좋았지만)였듯 게임에서도 이 같은 케이스의 캐릭터는 다수 존재한다.

이는 게임과 영화가 가진 공통분모, 바로 극적인 요소를 반영해 캐릭터는 물론 전체 세계관(혹은 시나리오)의 몰입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게임으로 들어가 보자. 리그오브레전드의 영웅 캐릭터 중 <티모>는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며 밝은 성격의 캐릭터로 그려져 있지만  임무가 주어지면 언제나 무리에서 빠져나와 솔로잉을 외친다. 따뜻한 성격은 한순간에 냉혈한으로 변신하여 살인마로 변신한다.

결국 효과적인 살인 병기로 인정받아 특수부대에 가게 되고 티모가 활약하게 된 모선 정찰대는 메글링 특공대와 더불어 밴들 시티에서 가장 무서운 부대 중 하나다.

가디스에 등장하는 캐릭터 <유리>도 왕가에서 자란 천진난만한 소녀였지만 친척들의 반역으로 왕과 왕비, 일가친척들까지 모두 잃은 채 화려한 방 한가운데 덩그러니 남겨지게 되며 자아가 둘로 나뉘게 되는 캐릭터다. 8번째 생일날 선물 받은 토끼 인형 ‘레비’만이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친구다.

밤마다 ‘레비’와 대화를 나누던 유리는 어느새 모든 마음을 작은 토끼 인형에게 빼앗기게 되는 스토리를 가졌다. 병리학 적으로 분리불안장애(separation anxiety disorder)의 증세가 그것이다.

분리불안장애는 애착 대상으로부터 분리될 때 혹은 분리될 것으로 예상될 때 느끼는 불안의 정도가 일상생활을 위협할 정도로 심하고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소재는 호러 게임 <바이오하자드 레벌레이션스2>에서도 보여주고 있다.

게임 속 에피소드 중 '꼬마 아가씨'에서 주인공 <나탈리아>는 좀비들에게 부모를 잃고(레벌레이션스 1의 테라 그리지아) 혼자서 살아남은 캐릭터로 등장하며 곰 인형만이 소녀의 유일한 친구이자 보호자로 등장한다.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도 모르는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세도 함께 보인다.

 에피소드 중 주인공이 종종 곰인형과 대화를 하는 모습이 나온다. 곰 인형에 인격을 형성시키고 자신을 지켜주는 유일한 존재로 인식한다. 가디스에 등장하는 토끼 인형 역시 유리에게 나가지 말라고 경고하는 씬이 있다.

유소년기에 경험한 공포와 충격은 무생물인 인형에게 모든 사랑과 감정을 쏟아 붓는 형태로 나타난다. 자신을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따뜻했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인형에 대한 애정은 과도한 집착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보인다.   

나탈리아의 인형 '토비'와 유리의 인형 ‘레비’의 속삭임은 모두 소녀들 내면의 속삭임에서 만들어낸 환각이다. 참혹한 환경에 있는 주인공에게 나가지 말라고, 안전하고 익숙한 공간에 머무르라는 내면의 외침으로 자아에 있는 '방어본능'이 작용한 것이다. 

이중인격 (二重人格)은 개인이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의 인격을 가지고 그것을 교대로 나타내는 상태를 말한다. 지금까지 열거한 캐릭터들의 공통점은 이중인격 혹은 다중인격을 밑바탕에 내재하고 있다. 그것에 더해 캐릭터를 더욱 극적인 환경으로 만들어 몰입감을 높인다.

영화나 게임에서 항상 등장하는 소재이지만 이러한 요소를 무리하게 넣게 되면 막장으로 치닫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하는데 국내외를 망라한 '막장 드라마'가 그것이다. 일정한 정체성도 시나리오도 죽게 되며 선과 악으로만 구분되는 <흑백논리>만 남게 되는 것이다. 그 결론은  휘발성 자극만을 추구한 콘텐츠들의 몰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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