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벤처의 명가들 영화로 거듭 진화중

어드벤처는 독특한 재미와 나름의 게임성을 전하는 종합선물 같은 장르다. 두뇌 플레이를 주로 하는 전략시뮬레이션, 시스템과 캐릭터를 위주로 하는 RPG, 손의 감각과 반사신경으로 쾌감을 얻는 액션·슈팅 등 여타의 장르가 가진 요소들이 두루 섞여있다. 여기에 짜임새 있는 스토리 전개가 들어간 작품도 많아 한편의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듯한 기분을 전하기도 한다. 특히 어드벤처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액션을 즐기는 동시에 수수께끼나 퍼즐을 풀어가는 두뇌 플레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어드벤처는 여타 장르를 혼합한 종합선물 세트 같은 장르다. 초기 어드벤처 히트작 원숭이 섬의 비밀.

여러 어드벤처 게임 중에서도 보물이나 유물을 추적하는 내러티브를 가진 작품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런 게임들은 제법 탄탄한 게임성으로 인기를 끌었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툼 레이더’와 ‘언차티드’다.

공교롭게도 이들 작품은 최근 미국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원작 게임이 가진 매력과 영화화를 하는 데 있어서 주목해야할 점은 무엇일까.

어드벤처 게임의 대명사 툼레이더

‘도굴꾼’이라는 뜻을 가진 ‘툼 레이더’는 오래전부터 어드벤처 게임 마니아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이로 인해 다양한 플랫폼에서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무수한 시리즈들이 양산됐으며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는 유명 게임 캐릭터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게임계의 ‘셀러브리티’(?)다.

툼 레이더 시리즈의 역사는 지난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올해로 만 20년이 된 게임이다. 당시에는 드문 3D 게임으로 제작된 ‘툼 레이더’는 익숙함과 참신함이 교차되는 작품으로 기억된다.

어드벤처 장르의 획을 그은 ‘툼 레이더’의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의 타이틀

‘툼 레이더’의 익숙함이라면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작품이라는 점. 정글과 각종 유적을 드나드는 세계관은 사실 ‘인디아나 존스’의 ‘게임적인 해석’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스토리나 전개 역시도 대체로 유사한 편으로 어찌보면 당시에 꽤나 익숙한 패턴이었다.

하지만 ‘툼 레이더’는 여러 가지 참신성을 가진 게임이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당시에는 보기 드문 3D로 만들었다는 점과 탄탄한 이야기 전개 등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각종 퀘스트와 퍼즐은 게임에 빠져드는 재미를 증폭시켰다.

무엇보다도 여성 캐릭터를 단독으로 내세웠다는 점은 획기적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게임은 물론 영화에서조차 여성 캐릭터가 단독으로 모험 액션을 전개하는 작품은 거의 드물었다. ‘툼 레이더’는 늘씬한 글래머형 캐릭터 라라 크로프트를 전면에 내세워 기존의 여성성의 전복을 시도, 새로운 전형을 창조해냈다.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은 당시에는 참신한 기획이었다.

리메이크로 재탄생하는 영화 ‘툼 레이더’

‘툼 레이더’는 이미 영화화를 거친 작품이다. 지난 2001년 개봉한 영화 ‘툼레이더’는 북미 약 1억3116만 달러, 전세계 약 2억7470만 달러의 흥행 수입으로 이른바 ‘대박’을 친 작품이었다. 또 기존에 조연배우 이미지가 강했던 안젤리나 졸리를 전 세계적인 톱스타 반열에 올리며 2003년 속편 제작까지 이어졌다. 게임을 영화화한 작품 가운데 손꼽히는 흥행작이기도 하다.

영화 ‘툼 레이더’는 발표 직전 상당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게임 캐릭터 중 독보적 인지도와 이미지를 가진 라라 크로프트를 실사화 했을 때의 거부감이 무엇보다 컸기 때문. 이 때문에 다양한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물망에 오르는 등 설왕설래했다.

하지만 제작사는 당시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안젤리나 졸리를 내세웠다. 그리고 이는 원작의 섹시 글래머 스타일은 유지하되 원작과는 다른 선 굵은 이미지로 차별화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여담이지만 라라의 아버지 리차드 크로프트 역에 졸리의 실제 아버지인 배우 존 보이트가 출연한 점도 당시엔 꽤 화제였다.

안젤리나 졸리는 ‘툼 레이더’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현재의 제임스 본드인 다니엘 크레이그도 출연했다.

1, 2편이 전 세계적으로 큰 흥행을 이뤘음에도 ‘툼 레이더’는 더 이상 영화화 되지 않는다. 졸리의 위상은 물론 각종 제작 안팎으로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 하지만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검증된 콘텐츠의 영화화를 그냥 포기할 리가 없었다. 게다가 게임도 여러 편의 다양한 속편이 나와 스토리텔링 면에서도 풍부함이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결국 제작사 워너브라더스와 MGM는 새로운 ‘툼 레이더’ 시리즈를 기획하고 영화화에 들어갔다. 새로운 영화 ‘툼 레이더’는 무엇보다도 졸리 못지 않은 라라 크로프트의 히로인 물색에 나섰다. 그 결과 최근 영화 ‘제이슨 본’으로 국내에도 알려지기 시작한 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낙점됐다.

새로운 라라 크로프트로 출연하는 알리시아 비칸데르. 최근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어찌보면 과거 ‘툼 레이더’가 처음 영화화될 때의 전략과 유사하다. 할리우드의 신성으로 꼽히는 여배우를 선택했다는 점과 게임 속 라라와 같으면서 다른 이미지를 가졌기 때문이다. 비칸데르는 특히 강인함과 연약함을 동시에 가진 배우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번에 제작되는 ‘툼 레이더’는 지난 2013년 플레이스테이션, X박스 등으로 발매된 리부트 버전을 원작으로 한다. 이를 통해 게임도 영화도 모두 리부트되는 셈. 영화 제작은 이미 본격적인 진행에 들어가 ‘트랜스포머5’의 제네바 로버트슨 드워렛이 각본을, 노르웨이 출신 신예 로아 오다우그가 감독을 맡았다. 개봉 예정일은 오는 2018년 3월 16일으로 새로운 ‘툼 레이더’ 시리즈의 진면목은 어떨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새로운 영화 ‘툼 레이더’는 지난 2013년 발매된 리부트 버전을 원작으로 한다

어드벤처의 새로운 명가 ‘언차티드’

사실 ‘툼 레이더’ 이후 보물을 찾는 스토리를 가진 어드벤처물은 쇠퇴했다. 어드벤처물의 대세가 바뀌어버렸기 때문. ‘툼 레이더’의 경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영향을 받아 제작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그 흐름은 바뀐다. 바로 ‘바이오 하자드’의 등장 때문이다.

‘바이오 하자드’의 등장은 기존의 어드벤처 게임의 지형도를 단숨에 바꿔버렸다. 모험 활극 위주의 스토리와 세계관을 공포, 스릴러 등의 내용을 가진 게임들로 트렌드가 변화된 것. ‘바이오 하자드’는 물론 함께 인기를 끈 ‘사일런트 힐’과 같은 스릴러물의 연이은 히트는 전체 어드벤처 장르의 물줄기를 스릴러로 이어나가는 역할을 했다.

지난 2007년 발매된 게임 ‘언차티드: 엘도라도의 보물’은 공포·스릴러로 일관했던 어드벤처 장르를 다시 모험 활극으로 되돌려놓은 인상적인 작품이다. ‘언차티드’는 이같은 어드벤처 트렌드 면에서는 물론 게임 플랫폼에서도 획기적인 변화를 줬다.

당시 어드벤처 장르의 지형도를 바꾸고 플스3를 먹여살린 ‘언차티드’

‘언차티드’는 플레이스테이션3로 발매됐다. 당시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플스3는 하드디스크 장착과 더불어 높아진 가격, 예상보다 떨어지는 사양 등으로 많은 게이머들로 비난을 받았던 플랫폼이다. 이로 인해 플스3를 야심차게 내놨던 소니는 당시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언차티드’는 이같은 위기 상황에서 발매돼 이내 플스3의 대표 타이틀로 안착한 게임이다. 앞서 ‘잭&덱스터’ 시리즈로 흥행에 성공해 온 제작사 너티독이 만든 ‘언차티드’는 ‘잭&덱스터’ 이상으로 소니와 플스3를 먹여 살리는 일등공신이 됐다.

‘언차티드’는 시스템과 연출력에 있어 많은 흥미요소를 가진 작품이었다. 익숙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는 조작시스템은 게임의 난이도를 높이는 일등공신이었음에도 게임의 분위기와 잘 맞물리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중간 중간 발생하는 이벤트는 흡사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분위기와 대사들로 스토리를 즐기는 데 흡입력을 높여줬다.

2009년에 발표한 시리즈 두 번째 ‘언차티드2: 황금도와 사라진 함대’는 전편을 뛰어넘는 게임성으로 더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특히 게임 진행과 이벤트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효과를 준 구성 방식은 전편의 영화적인 느낌을 더욱 강화했다. 여기에 흡입력 높은 연출과 스토리는 밤을 새워가며 플레이를 하는 유저가 양산될 정도로 뛰어났다. 이에 시리즈는 계속 되는 호평을 얻으며 이어나갔다.

‘영화 같은 게임’의 영화화

‘언차티드’ 시리즈가 인상적인 점은 지향점이 ‘영화 같은 게임’이라는 것이다. 사실 얼핏 보면 ‘언차티드’는 그냥 현대판 ‘인디아나 존스’와 같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하지만 이같은 진부함을 극복한 것은 탄탄한 연출력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스토리다.

‘언차티드’의 전반적인 화면구성, 이벤트 속 캐릭터들의 대사는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특히나 캐릭터들의 표정 등 디테일한 요소요소들에도 공들인 티가 역력해 CG로 만든 캐릭터임에도 간혹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과 같은 착각을 들게 한다. ‘영화 같은 게임’이라는 지향점을 철저히 고수하는 탓에 기본이 탄탄한 게임이 된 것이다. 이처럼 탄탄한 연출력과 폭발적인 흥행에도 성공한 게임이 영화화되지 않을 리가 없다. 이에 소니는 일찌감치 영화화에 들어간다. 같은 계열사인 소니픽처스를 통해서다.

‘언차티드’는 영화와 같은 구성과 연출로 곧바로 영화화가 결정됐다.

하지만 ‘언차티드’의 영화화 계획은 지난 2009년, 게임 시리즈 두 번째가 폭발적인 흥행을 한 직후다. 하지만 ‘언차티드’ 영화화 프로젝트는 많은 논란과 구설수를 낳으며 지지부진했다. 어드벤처 게임의 흥행역사를 새롭게 쓴 만큼 영화화가 쉽지 않았던 것.

당초 영화화는 게임 버전의 광팬이자 ‘더 파이트’를 감독한 데이빗 오 러셀을 연출로 내정하고 배우 마크 월버그를 주연으로 내정하는 작업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원작 팬들은 월버그가 유머러스하며 낙천적인 게임 주인공 네이선 드레이크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다며 반대 여론에 직면했다.

이후 영화화는 지지부진을 겪으며 돌연 러셀 감독의 하차로 이어진다. 이에 소니는 닐 버거 감독을 새로운 감독으로 내정했고 영화 ‘리미트리스’에서 함께한 배우 브래들리 쿠퍼가 주연을 맡을것이라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무산, 닐 버거 감독도 프로젝트에서 하차한다.

지지부진한 ‘언차티드’ 영화화. 주연은 과연 누가 될까

이후 세스 고든 감독 등 여러 제작진이 물망에 오르지만 거듭된 하차로 흐지부지된 영화화 계획은 최근 영화 ‘A특공대’의 감독인 조 카나한이 각본을 맡는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내년 6월을 개봉 예정일로 잡은 프로젝트는 아직까지 감독과 주연배우 확정 소식조차 전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원작의 명성 이어갈까

‘툼 레이더’와 ‘언차티드’와 같은 어드벤처 명작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은 게임 팬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영화화된 작품들의 대부분이 그러하듯 원작의 인지도에 기대 영화 자체로의 개성을 살리지 못한 안일한 기획은 실망감만을 줄 뿐이다.

툼 레이더’와 ‘언차티드’는 새로운 흥행 역사를 쓸 수 있을까.

원작의 지향점은 공유하되 디테일한 개성과 남다른 세계관을 살린다면 원작 못지않은 인기를 얻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어드벤처물의 영화화는 ‘툼 레이더’와 ‘레지던트 이블’ 등 여타 장르에 비해 흥행 사례가 있는 편이다.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구체적인 일정에 들어간 ‘툼 레이더’와 아직까지 어수선해 보이는 ‘언차티드’의 영화화 계획은 향후 어떤 소식이 전해지고 어떤 작품으로 탄생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들 작품은 영화화 된 게임의 새로운 흥행 역사를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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