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컵을 들어올리기 위한 소년들의 치열했던 봄은 끝났다.

지난 22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17 롤챔스 스프링 스플릿 플레이오프 결승전에서 <SKT T1(이하 SKT)>이 <KT 롤스터(이하 KT)>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3:0으로 완승을 거두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이로써 SKT는 롤챔스 우승 6회라는 대기록을 써냈고, KT는 다시 한번 준우승의 쓴맛을 맛봐야 했다.

경험에서 KT보다 앞섰던 SKT

결승전에서 SKT는 KT를 상대로 밴픽을 비롯한 전략적인 플레이를 통해 KT가 힘을 쓰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SKT 선수들과 코치진의 오랜 경험을 통한 메타 분석 및 '판짜기'능력과 매 순간 달라지는 상황에 대처하는 날카로운 판단력이었다.

KT 선수들이 SKT 선수들에 비해 개인적인 실력이나 피지컬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다. SKT는 KT의 노림수에 노련하게 대처하며 역으로 자신들의 흐름으로 바꿔냈다.

<아프리카 프릭스(이하 아프리카)>의 최연성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프로 레벨에서 연습을 더 많이 하는 팀, 선수가 이기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현재 체제에서는 다년간 수많은 경험을 쌓아온 SKT를 이기는 것은 힘들다"는 것을 밝힌 적이 있다.

KT가 결승전에서 초반 라인전과 변수창출 능력이 뛰어난 공격적인 챔피언들을 주로 고른 것도 이 때문이다. SKT의 팀 플레이는 마치 하나의 단단한 철옹성이며, 도전자이자 신생팀의 입장에서 이를 뚫기 위해서는 정석적인 팀 조합과 플레이로는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SKT역시 KT가 그런 플레이를 할 것을 예측했다. 미드 <룰루>와 서포터 <카르마>로 노림수를 받아내며 반격하거나, <피즈>와 <쉔>조합을 통해 허를 찌르는 전략을 준비했다.

결국 KT는 자신들의 노림수를 예상한 SKT를 뚫어내지 못했고, 풀세트 접전이 될 거라는 전문가 및 팬들의 예상을 깨고 3:0으로 패배했다.

소년들의 치열했던 봄

2017 롤챔스 스프링은 해외파 선수들의 대거 귀환으로 역대급 시즌이 될 거라는 분석이 많았다. SKT를 잡기 위해 탄생했다는 '슈퍼팀' KT 롤스터의 스토브 시즌 대거 영입이 그 시작이었다.

전 SKT의 탑라이너 였던 '마린' 장경환 선수가 입단한 아프리카, 뿔뿔이 흩어진 <락스 타이거즈(이하 락스)>의 선수들의 빈자리를 다시 채워낸 강현종 감독의 새로운 락스 등 시즌 시작 전부터 팬들의 기대감이 높았다.

그리고 롤챔스의 선수들은 팬들의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최고의 플레이로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십 코리아)>가 전세계 <LOL>리그 중 최상위의 리그라는 것을 입증해냈다.

또한, 언더독의 반란이라고 불렸던 <MVP>의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플레이오프 진출과, 정규 시즌 매치 중 최고의 명경기로 기억될 SKT와 KT의 2연전, 무패 행진의 SKT에게 첫 패배를 안겨줬던 아프리카 등 각본없는 드라마로 팬들의 기대감에 보답했다.

우승을 향한 LCK 선수들의 치열했던 봄은 끝났다. SKT의 '후니' 허승훈 선수가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이제 스프링 시즌이 끝났을 뿐이다. 선수들은 이제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서머 시즌, 월드 챔피언쉽까지 다시 달릴 것이다.

SKT의 '뱅' 배준식 선수는 시상식 자리에서 "우승은 영광스럽고 빛나는 자리다. 다른 아홉 팀들에게도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 서머 때도 준비한대로 후회없는 경기하자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분명 SKT의 우승은 빛났다. 하지만 그것은 모든 팀 선수, 코치, 관계자들의 피나는 노력과 승부의 과정이 있었기에 빛날 수 있었다. SKT는 혼자 힘으로 빛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