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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곤 아이덴티티모바일 부사장

일 평균 접속자 25만여명에 PC방 인기순위 7위를 기록한 ‘파이널판타지14(이하 파판14)’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다. 비록 상용화 전이라 해도 모바일게임에 치이고 기존 작품들의 텃세가 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부터 일본의 콘솔 게임을 온라인화시켜 눈에 띌 만큼 성공한 작품들도 전무에 가까워 초반 업계의 반응은 냉랭했다. 

하지만 서비스가 시작되면서부터 분위기는 반전됐다. 과거 ‘파판’에 판타지를 갖고 있던 30~40대 파워유저들이 오랜만에 컴퓨터 앞에 앉기 시작했다. 주말의 동접자도 위와 같은 수치로 고정되는 분위기다. 

“해외에서 2년간 서비스되던 게임을 한글화만 시킨 후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에 버그는 전무에 가까웠습니다. 전신이 콘솔이다 보니 한번 내놓으면 끝이라는 마인드가 일본에는 있습니다. 한국은 일단 내놓고 업데이트를 통해 오류를 바로잡지만요.” 배성곤 부사장의 말이다.

배 부사장은 파판14의 놀라운 인기의 비결로 적절한 타깃팅을 꼽았다. 18세 이상의 성인전용 포지셔닝. 즉 80년대 후반 스퀘어에닉스에 서비스한 파판의 엔딩을 보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밤새며 플레이 한 유저에게 파판14 온라인은 추억과 향수의 대상이다. 

거기에 보태, 콘솔에서 한글화되지 않은 콘텐츠로 플레이를 펼치다가 마주친 한글버전 역시 헤비유저의 열광 대상이라는 게 배 부사장의 말이다. 모르고 지나쳤던 작품의 스토리와 시나리오를 완벽히 알아가는 재미도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이덴티티모바일은 서비스 이전 MMORPG 장르에서 파판14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 바 있다. 이 같은 포부는 더욱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런 부분을 가늠하기엔 시기상조라는 것이 배 부사장의 말이다. 아직 정식서비스  이전이고 국내 유저의 경우 무료게임(부분유료화)의 선호도가 높은게 허들이면 허들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국내 유저들이 근 20년간 MMORPG를 경험하며 나온 공통적 패턴은 속칭 ‘노가다’ ‘묻지마 렙업’인데, 이와는 완전 다른 패턴이 파판14의 호재가 될지 악재가 될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호불호가 나오는건 분명해 보이지만 우선은 파판14라는 대작이 국내에 시비스되고 있는 상징성만으로도 그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 서비스 게임을 보면 와우, 테라, 아이온 등은 초반 진입이 쉽습니다. 와우도 그랬듯 시장의 리더그룹으로 가기까진 시간이 필요합니다. 서비스의 성패를 가늠하기 위해선 지금부터 3개월이 가장 중요합니다.이제부터는 홍보의 시간이 아니라 소셜미디어를 통한 이른바 ‘파판공감세대’의 선순환이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입니다. 파판14를 경험하고 이에 대한 소회를 SNS를 통해 같이 공감하는 것이 중요 포인트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판14의 안정적인 서비스가 호평을 얻고 핑크 빛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된 비결은 앞서 언급했듯 ‘안정화’다. 서버다운, 게임 렉, 아이템 복사 및 해킹 등 온라인게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들은 이미 글로벌 서비스를 통해 축적된 2년의 시간 동안 보완이 완료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주먹구구식의 업데이트가 아닌 이미 일정이 모두 짜인 수순대로 진행되는 패치로 콘텐츠 소화 속도가 빠른 국내 유저의 성향에 맞게 진행되는 점도 성공 가능성을 뒷받침 해준다.  또한 엔비디아, LG전자 등 하드웨어 업체들과 MOU를 통해 시너지와 브랜드가치를 상승시키고 있다. 배 부사장은 오는 11월과 12월 네이버 채널링을 통해 단계적으로 대규모 업데이트를 단행하고 이와 물려 유저들의 소통이 활성화된다면 동접수는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파판14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아이덴티티모바일은 액토즈소프트에서 액토즈게임즈로, 아이덴티티모바일로 사명이 변경됐다. 그런데 모바일이 아닌 온라인에서 좋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배 부사장은 사명 변경은 모바일이 강점이 된 국내 게임산업 구조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파판14와 상관없이 온라인게임의 비중도 40% 이상 두고 있다고 한다.  

물론 현시점에서는 파판14의 성공적인 안착이지만 이후에도 온라인게임을 꾸준이 론칭하겠다는 뜻이다. 배 부사장은 “아직 확정된 건 없지만 이미 스퀘어에닉스 등 일본의 지적재산권(IP)을 기반으로 차기작을 물색하고 있습니다. 이를 좋은 조건에 국내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라도 파판14는 좋은 성적을 받는것이 우선입니다.”고 귀띔했다.  

한가지 첨언도 잊지 않았다. 온라인게임 시장의 미래다. 배 부사장은 결국에는 온라인게임이 힘이 빠지고 없어질 것이라는 일부 예측에 부정적이었다. "온라인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엔젤스톤 사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온라인에서, 페이스북에서 모바일로 전천후 하이브리드로 서비스되고 있듯 앞으로는 온라인과 모바일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하이브리드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아이덴티티모바일의 사업 전략도 엿볼 수 있었다. 앞으로 아이덴티티모바일은 글로벌 원빌드 전략으로 모바일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아이덴티티게임즈의 ‘드래곤네스트’와 ‘던전스트라이커’ 등 인기 IP를 활용한 게임을 모바일화해 선보인다. 

그는 “드래곤네스트가 중국에서 애니메이션 영화로 개봉해 소위 대박을 쳤다.”면서 “국내에서 드문 일인 게임을 영화화해 성공한 케이스로 IP의 가치를 더 높이는 계기가 됐다.”며 문화 콘텐츠의 선순환 중요성을 강조했다.

끝으로 아이덴티티모바일의 미래 비전을 묻자. 배 부사장은 “대의명분을 세우는 거창한 비전보다는 직원들이 아이덴티티모바일에서 근무하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어찌보면 비전에 대한 답변에 아이덴티티모바일의 아이덴티티(Identity)가 모두 녹아 들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결국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말이 최고의 회사를 만들겠다는 의미와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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