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한 워크래프트 IP 기반과 높은 접근성 내세워 CCG 시장 주류 차지
높아진 진입 장벽과 연이은 콘텐츠 실패로 부진... 올해 부활 기대 모여

“다 아는 얼굴이구만.”

지난 11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에서 ‘하스스톤의 10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가 열렸다. 두 게임의 차원을 잇는 차원문이 열리면, 그곳에서 하스스톤의 최신 확장팩 ‘위즈뱅의 장난감 공방’의 주인공 위즈뱅이 등장해 추억의 하스스톤 카드 속 하수인들을 소환한다. ‘해적 패치스’, ‘서리바람 설인’, ‘돌주먹 오우거’, 박사 붐’까지 모두 반가운 얼굴들이다.

대도시엔 유저들과 함께 하스스톤을 즐길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됐다. 두 사람의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는 테이블 주변엔 다른 유저들이 옹기종기 모여 갖고 있던 카드를 던지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말 그대로 하스스톤의 열 번째 생일 파티가 WoW에서 열린 것이다.

이렇게 많은 유저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이유는 하스스톤과 함께 한 10년의 추억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10년의 서비스 동안 저마다 다른 시기, 다른 방식으로 하스스톤을 즐겨왔다. 그렇다면 하스스톤은 10년간 어떤 길을 걸어왔으며, 그 끝에 도달한 현재 위치는 어디일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하스스톤이 유저들에게 친숙한 ‘워크래프트’ IP에 기반했다는 점이 흥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하스스톤만의 오리지널 캐릭터도 다수 등장하고 있지만, 초기에는 ‘워크래프트의 영웅들’이라는 부제에 맞게 여러 워크래프트 IP 속 캐릭터들이 중심이었다.

여기서 오는 친숙함과 신선함이 유저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당장 기자만 해도 WoW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하스스톤이었으며, 지금도 하스스톤의 캐릭터들을 WoW에서 만났을 때의 그 기쁨을 잊지 못한다. 이렇듯 하스스톤에서 워크래프트로, 반대로 워크래프트에서 하스스톤으로 교류한 사례는 결코 적지 않다.

또한 하스스톤 특유의 높은 접근성과 캐주얼한 게임 스타일, 나름의 전략성도 게임의 인기몰이에 일조했다. 이는 당시 다른 수집형 카드 게임(이하 CCG) 찾아볼 수 없었던 하스스톤만의 강점으로, ‘섀도우버스’나 ‘마블 스냅’ 등 이후 CCG 장르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아무런 설명이 없어도 그의 대사를 떠올릴 수 있다.
아무런 설명이 없어도 그의 대사를 떠올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하스스톤은 한국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기대 효과를 낳았다. 바로, 인터넷 방송 문화의 정착이다. ‘트위치’의 한국 서비스 초창기에 하스스톤을 주력으로 하는 스트리머들이 큰 인기를 끌면서 트위치가 주류 플랫폼으로 정착했고, 이 과정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밈(Meme)이 양산됐다.

물론 하스스톤이 흥행가도만 밟아온 것은 아니다. 10년이란 시간 속 빛나는 전성기가 있다면 어두운 하락기도 있기에 마련이다.

서비스 기간이 길어질수록 고가치의 카드들은 쌓여 가고 이로 인해 F2P(Free-to-Play)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확장팩의 최신 메타에 따르기 위해서는 적지 않는 비용이 필요하게 됐다. 또한 카드 게임의 고질적인 밸런스 문제와 함께 ‘모험 모드’와 ‘용병단’, ‘결투’ 등 신규 콘텐츠가 잇달아 실패하면서 하향세를 타고 인기 게임 시장의 저편으로 밀려나게 됐다.

올해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태그 전장'의 플레이 장면
올해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태그 전장'의 플레이 장면

하지만 하스스톤의 걸음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제는 핵심 콘텐츠로 부상한 오토배틀러 모드 ‘전장’과 시즌패스 ‘선술집 패스’의 도입을 통해 하스스톤은 꾸준한 소비층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열린 블리즈컨에선 전장의 파생 모드 ‘태그 전장’을 선보여 글로벌 팬들의 기대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올해는 하스스톤의 ‘페가수스의 해’다. 하스스톤의 출시 전 이름인 ‘프로젝트 페가수스’에서 따온 것으로, 여기엔 첫 개발 당시의 초심을 다시 떠올리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는 WoW의 20주년, 그리고 워크래프트 출시 30주년이 되는 기념비적인 해이기도 하다. 올해 1년, 더 나아가 앞으로의 10년간 하스스톤이 선사할 새로운 재미에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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