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진의 제작 비화, 아덴 성에 파쿠르 액션이 만들어지기까지

아덴 성을 '신뢰의 도약'으로 가로지르는 한 암살자가 있었다.

엔씨소프트 MMORPG '리니지W'에 3월 6일부터 '어쌔신 크리드' 컬래버레이션이 한창이다. 2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컬래버는 어쌔신 크리드 콘셉트의 이벤트 던전 '금지된 첼로스의 저택'과 6종 스킨을 기간 한정 제공하고 있다.

리니지W의 문화적 존재감 확대는 각종 컬래버를 통해 계속되고 있다. '베르세르크'와 '진격의 거인'처럼 세계에 널리 알려진 명작들을 게임에 녹여내는 시도를 거듭했다. 일본 사가현 축제 현장에 참여하는 등 해외 지자체 컬래버 활동도 활발해졌다.

엔씨 입장에서 이번 컬래버는 더욱 까다로울 만했다. 어쌔신 크리드는 누적 2억 장 판매량을 넘기면서 유비소프트를 상징하는 오픈월드 액션 IP다. 또한 수많은 시리즈가 쏟아지면서 다양한 주인공과 시대 배경을 다뤘기 때문에 큰 줄기를 결합하기 어려운 소재다.

엔씨플레이 블로그에 공개된 개발진의 기록에서 이에 대한 고민과 구현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어쌔신 크리드는 암살자 주인공의 시점에서 왜 그들이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지, 그로 인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표현한다. 그 다양한 암살자들의 모습을 리니지 세계관에 녹여내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리니지W는 쿼터뷰 및 셀 방식 게임이다. '어크'의 상징인 암살과 파쿠르 액션을 게임 스타일에 맞으면서도 호쾌하게 진행시켜야 했다. 이를 위해 2017년 '오리진'부터 널리 사용되는 매 정찰 같은 시스템을 특별히 도입해 자유로운 이동을 경험하도록 했다.

원작 캐릭터의 매력적인 외형과 전투 스타일도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다. 시네마틱 영상 역시 대표 캐릭터 에지오를 필두로 그들의 시그니처 장면을 재해석했다. 어쌔신의 눈이 되어주는 새, 마을을 한 눈에 내려다보는 부감 샷, 그리고 도시를 전망하다가 뛰어내리는 신뢰의 도약 장면이 대표적이다.

영상은 아덴 공성이 끝나갈 무렵, 적 기사가 군주를 처치하려는 순간 에지오가 나타나 군주를 도와 활약하는 모습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편안히 잠들기를"이라는 에지오 특유의 명복 빌어주기 대사도 잊지 않았다.

그밖에도 이번 컬래버 스킨으로 제공되는 시리즈 대표 캐릭터 6명을 영상에 모두 노출했다. 켄웨이, 바예크, 카산드라, 에이보르, 바심까지. 전투 장면에서 각각 캐릭터가 핵심 액션을 펼치고, 트랜지션 효과를 활용해 액션을 더욱 매끄럽게 연출했다.

스킨 외형은 각 캐릭터의 타이틀 이미지를 기준으로 구성하되, 리니지W 아트 스타일에 맞게 재해석하는 과정을 거쳤다. 스킨 6종 중 하나만 획득해도 특수 스펠인 '암살자의 기민함'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캐릭터별로 다른 전용 스펠도 존재한다. 

캐릭터 전용 스펠은 전투 밸런스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기간 한정 제공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결정이다. 에지오 스펠을 제외하면 소셜 기능에 집중됐다. 예를 들어 '발할라' 주인공 에이보르는 '바이킹의 포효'를 통해 전쟁의 시작을 알리고, 오리진 주인공 바예크는 휘파람을 불어 매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모습을 선보인다. 

어쌔신 크리드에서 파쿠르 액션은 빠질 수 없다. 이벤트 던전과 아덴 일부 지역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리니지W에 벽을 타고 오르는 조작을 적용하기 위해서도 많은 고민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개발진은 고민 끝에, 특정 위치에 다다르면 그 상황에서 적절한 애니메이션이 재생되는 방식을 고안해 암살자의 기민함 스펠에 이를 적용했다. 기존 변신 스킨과 완전히 다른 작동 방식이다. 지정된 일부 공간에서 제공되지만, 게임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특유의 매력을 즐기기는 충분하다.

리니지W는 어쌔신 크리드 속 수많은 시대와 문명 배경을 아우르는 노력을 거쳤다. 이벤트 기간 등록 가능한 컬렉션 역시 여섯 캐리거의 특성과 상징성을 담았다. 정보창 설명을 통해 각각 캐릭터의 이야기를 알차게 담은 정성도 눈에 띈다.

개발진은 유비소프트와 협업에 대해 "매우 상세한 캐릭터 가이드를 전달받아 캐릭터 구현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게임 개발사로서 서로 입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개발과 검수 과정 논의도 수월했다는 후문이다. 

엔씨는 앞으로도 해외 유명 IP들을 자사 게임에 소화하면서 역량을 입증하는 한편, 인기 시리즈의 개발을 직접 맡아 진행하는 등 글로벌 게임계 속 존재감을 넓힐 계획이다. 리니지W에서 구현한 암살과 파쿠르의 세계가 또다른 확장의 씨앗이 될 수 있을까. 아직 지켜볼 시간은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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