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스토리 매출의 40%, 넥슨 전체 영업익의 20%에 해당한 큐브 수익
역대급 과징금에 응하는 결정, 관건은 앞으로 운영과 게임생태계 조율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핵심 매출원이었던 확률형 아이템 '큐브' 수익을 포기하면서 게임계 변화 방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메이플스토리는 지난 9일 긴급 라이브 생방송에서 파격적인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논논란의 중심에 섰던 큐브의 유료 구매 상품을 모두 삭제하고, 인게임 재화인 '메소'로 구매할 수 있게 한다. 잠재능력 변화 역시 모두 메소를 통해 진행한다. 

이번 결단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넥슨에 과징금 116억 원을 부과하기로 발표한 뒤 일주일 만에 벌어진 대응이다.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 중 역대 최대 과징금이다. 

지난 3일 공정위는 메이플스토리가 2010년부터 2021년까지 큐브 사용시 '보보보' 등 유저 선호도가 높은 중복옵션이 출현하지 않도록 확률을 변경하고도 그 사실을 숨기고 거짓으로 공지한 점, 2013년부터 약 3년에 걸쳐 블랙큐브 등업 확률을 낮춘 채 고지하지 않은 점을 기만 행위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발표는 넥슨과 넥슨 게임 유저들에게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과징금 손실보다 과거 게임 운영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기 때문. 일부 유저들은 그동안 피해를 입은 보상을 요구하며 단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넥슨은 2021년 이후 큐브 확률을 모두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확률형 아이템 없는 신작들로 흥행하며 긍정적 이미지를 쌓아올리던 참이다. 최근 노력이 모두 허사로 돌아갈 수 있는 위기에서 큐브 수익 포기 발표를 단행한 것이다.

■ 매년 2천억 원 포기... 메이플스토리 매출의 40%, 넥슨 전체 영업익의 20%

넥슨은 최근 변화를 향한 노력을 강조하는 한편, 확률 불안과 과금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과거의 잘못은 철저하게 청산하고, 원점으로 돌아가 신뢰를 다시 쌓아가려는 취지다.

넥슨이 메이플스토리로 매년 얻는 매출은 적어도 5천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공정위 보고서에 따르면 큐브는 메이플스토리 전체 매출액의 약 30~40%를 차지한다. 큐브 유료 판매 중단으로 잃어버리게 될 매출은 2천억 원 가량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메이플스토리를 넘어 전사 차원에서도 큰 비중이다. 넥슨의 2022년 기준 연간 매출은 약 3조 4천억 원, 영업이익은 약 1조 원이었다. 즉 2천억 원 포기는 넥슨컴퍼니 전체 영업익의 20% 가량이 매년 사라질 수 있는 수준의 결정이다. 

업계에서는 큐브 인게임 재화 판매를 파격적인 결단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편으로는 내부 진통도 만만치 않았으리라는 추측이 흘러나온다. 그룹 영업익 20%를 내려놓는 것은 단순 이익 감소를 넘어 수많은 사업적 이해관계가 얽히기 때문. 이런 결정을 한 만큼 메이플스토리와 기업 인식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큐브 판매가 바뀐 뒤에도 투명한 실시간 확률 공개는 변함없다"

유저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현재 가능한 최대한의 조치라는 말, 아직 믿기는 한참 부족하다는 말이 동시에 나온다. 한편에서는 구체적인 시스템 변화와 적용 이후 게임 내 생태계를 지켜봐야 평가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다만 확률 공개 의무를 회피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큐브는 2021년 12월부터 넥슨 나우 서비스에서 모든 확률을 오픈 API로 공개 중이며, 취재 결과 큐브는 판매 방식 변경 이후에도 넥슨 나우 항목에서 절대 빠지지 않을 계획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넥슨과 메이플스토리의 과제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의 밸런스다. 메소 수급의 조절 수준, 향후 콘텐츠 보상 설정, 리부트 서버 문제 등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숙제가 많다. 이제부터는 운영진이 어느 정도의 역량과 업데이트 의지를 보이느냐, 그리고 얼마나 투명한 사업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현재 넥슨 나우에서 실시간 집계되는 고지 확률과 실제 확률
현재 넥슨 나우에서 실시간 집계되는 고지 확률과 실제 확률

업계는 메이플스토리 관련 넥슨의 대응을 주시하면서도, 사회단체의 무분별한 '숟가락 얹기' 현상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게임의 기본적 이해 없이 부정적 이슈에만 난입해 영향력을 넓히려 하는 모습이 꾸준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YMCA 게임소비자센터는 9일 성명문을 배포하고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를 환영하며, 넥슨은 피해 금액에 대한 환불 등 구체적 배상 대책을 조속히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다만 해당 단체가 그동안 게임 관련 아무런 활동이 없어 갑작스러운 발표에 의문이 나오기도 했다.

타사의 한 관계자는 "저번 혐오 상징물 사태에서도 게임에 대해 전혀 모르는 단체들이 엉뚱한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의 난입으로 논점이 흐려지곤 했다"면서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오히려 근본적 해결에 실패하고 산업에 대한 인식만 훼손될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한국 게임산업 규모가 팽창하는 동안 확률형 아이템은 그 중심에 서 있었다. 옳고 그름에 대한 논란도 길었고, 부정행위 역시 다반사였다. 최근 게임계는 규모 팽창이 더디더라도 건전한 과금 체계로 개선해가는 방향을 바라본다. 넥슨과 메이플스토리가 이제부터 옳은 방향을 택할 수 있을지 주시하는 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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