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가 원하는 진흥, 원하는 규제와 동떨어진 이야기 아쉬워
산업 이전에, 게임 문화에 대한 창작자-소비자와 대화 필요해

[게임플]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신임 장관의 첫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문체부 수장이 바뀔 때마다 게임계는 긴장한다. 문체부의 움직임에 밀접하게 연관되는 업계지만, 기관 전체 관할 가운데 게임은 여전히 후순위다. 총책임자가 게임 실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경우는 흔하다. 그렇기에 이번 국정감사에 모인 눈길에서도 불안감이 흐른다.

유인촌 장관은 이미 2008년부터 3년간 문체부 장관을 역임했다. 국내 게임계 대표 악법이었던 청소년 강제 셧다운제가 바로 이 시기 생겼다. 장관 말기 청소년 심야 접속제한과 '피로도'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성인 게이머 이용에도 지장을 불러온 바 있다.

15년이 지난 현재, 다행히 유 장관의 청문회 답변에서 게임에 적대적인 태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규제 철폐와 진흥 강화를 연신 강조했다. 게임이 감시해야 할 사회 문제가 아니라, 함께 키워나갈 문화 콘텐츠라는 사실은 이제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규제 철폐의 방향, 진흥 강화의 방향이었다. 유 장관이 말하는 방향이 많은 이들의 요구와 들어맞는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국정감사에서 더욱 깊게 나온 답변은 분명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 게이머들은 심의 자율, 확률형 규제를 원하는데... 답변은 '정 반대'

현재 한국의 게임 소비자들이 원하는 규제 방향은 두 가지로 나뉜다. 검열 문제로 도마 위에 오른 게임 사전심의는 민간 자율에 맡긴다. 반면 확률형 아이템 중 과도한 구매 유도에 대해서는 일정 선을 지키도록 규제를 원한다. 이것은 무리한 요구라기보다 해외 게임계 추세를 따라가는 방향에 가깝다.

지난해 제기된 게임 정부 사전심의 폐지 청원은 5만 명 이상이 동의하면서 국회 상임위에 회부됐다. 하지만 기한 내 심사를 마치지 못해 21대 국회 임기 만료까지 연장됐다. 이에 조속한 심사를 바라는 청원이 또다시 5만 명 동의를 넘겼다. 검열 완화를 원하는 게이머들의 목소리는 그만큼 절실하다.

유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위와 정 반대 의견을 표출했다. 전면 민간심의를 제안한 이상헌 의원의 질의에 "사행적, 선정성, 폭력성 게임 유통에 국민 정서와 사회적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자율 심의가 가장 좋다는 말도 남겼지만, 유저 권익 관점에서의 계획은 들을 수 없었다.

그 자체로 심각한 과금 유도 시스템인 컴플리트 가챠 금지에 대해서도 "설정 확률과 비슷하면 큰 문제가 없을 텐데 확률을 속이는 것이 문제"라며 본질에서 비켜간 답변을 보였다. 무난한 교과서적 답변들이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게임 소비자층과 인식의 괴리감이 나타난 것이다. 

■ "사건의 이유가 '게임 중독'이 아니라는 것이 핵심인데..." 관계자들 '답답'

업계 관계자들의 속을 태운 답변도 있었다. 지난 흉기 난동 사건이 게임 중독 상태로 인해 발생했다는 검찰의 추측을 인용하며 "게임이 범죄 원인이라는 편견을 어떤 식으로 해소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다.

이 자리에서 유 장관은 "이렇게 중독되지 않도록 방지하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완전하게 막기 어려워도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범죄 원인이 정말 게임이었다고 전제를 깔고 들어가는 답변이었다. 당시 류호정 의원이 '편견'이라고 명시해 질문했는데도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한 것.

유 장관은 과거 재임 시절에도 게임 산업을 향한 관심이 있었다. 매년 지스타에 참석해 진흥 계획을 밝혔고, 실제로 많은 예산을 편성하기도 했다. 다만 그 관심 표현은 '산업'의 경제적 효과에 제한됐다. 

이번 청문회와 국정감사도 마찬가지였다. 효자 산업, 규제 철폐, 세제 혜택과 같은 게임사 경영 중심 발언은 자주 나왔지만 소비자 권익이나 개발자들의 환경 개선 등의 답변을 자세히 듣기는 어려웠다. 문화적 진흥 방향과 소비자들의 고충에 대해서는 아직 잘 알지 못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 문화를 창작하는 사람,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과의 만남 필요해

게임을 빠삭하게 아는 것이 문체부 장관의 필수 요건은 아니다. 문화와 체육에 포함되는 수많은 분야를 다뤄야 하는 자리이며, 그 모두를 깊이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모르는 분야의 최소한 이해도를 가지기 위해서 많은 관계자 의견을 경청할 필요는 있다. 

이를 위해 경영진 이상으로 만나야 하는 상대는, 실제로 게임을 만들고 소비하고 있는 실무진과 게이머들이다. 게임은 공산품이 아니라 창작과 참여, 감상의 과정이 필수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유 장관의 문체부 활동은 이제 시작이다. 아직 기회는 충분하다. 실제로 게임 문화를 만들고 소비하는 이들의 공간을 자주 찾아가고, 이들의 이야기를 정책에 반영하는 일이 많아지길 빈다. 문체부는 산업뿐 아니라 문화 전반을 다루는 곳이다. 그리고 게임은 산업이자 현재 가장 뜨거운 문화 키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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