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황금기와 바그다드 전경, 생활상 묘사는 탁월
간소화되고 일관된 전투가 후반부까지 이어진 점은 아쉬워

[게임플] ‘어쌔신크리드: 미라지(이하 미라지)’는 그동안 잘 짜인 프랜차이즈 자체 생태에 많은 것을 기대고 있다. 새로운 도전보다는 선택과 집중으로 기존작을 충실히 구현해 내고자 한 노력이 엿보인다. 다만 덜어낸 것은 쉽게 눈에 띄는 한편 집중한 것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미라지’의 전투는 게임 내내 단조롭다. 암살은 게임 초반 첫 보스까지만 흥미롭다. 힌트를 가진 사람과 장소를 찾고 군중 사이에 섞여 들어 이야기를 엿들으면서 목표의 행동을 예측하거나 위치를 찾아내는 등의 과정은 하나의 잘 짜인 퍼즐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게임이 끝날 때까지 내내 해당 시퀀스만 반복되기에 후반부로 갈수록 피로하게만 느껴진다. 퍼즐을 짜 맞추는 과정은 점차 길어지는 한편, 가장 흥미로운 암살 과정은 게임에 대한 숙련도 상승에 반비례해 점차 짧아진다.

일반 전투는 튜토리얼 수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모든 적은 언제나 비슷하게 움직이고 공격하므로 적당한 타이밍에 회피와 패링을 하기만 하면 된다. 때에 따라 소위 ‘무쌍’도 가능했다. 의외로 처형하는 재미가 쏠쏠했지만, 이 역시 게임 내내 끊임없이 반복되어 쉽게 지루해진다. 따라서 모든 전투가 서로를 보조하지 못하고 쉽사리 동력을 잃고 만다. 

RPG 요소는 과감하게 축소됐고 게임 플레이 중에 강제하지 않는다. 스킬은 엔딩까지 별 노력없이 대부분 얻을 수 있다. 다만 추가 파밍을 위해 피로를 감수해야 하는 것은 전작 ‘발할라’와 달라진 것이 없다. 독수리의 눈을 사용할 때마다 필드에서 숨겨진 가능성을 다수 보지만, 반대편에서 잠겨 있다는 문구는 파밍을 포기하게 만든다. 이 게임에서 파밍은 하드코어 요소다.

바그다드의 전경과 이슬람 황금기에 대한 묘사는 흥미롭다. 당시의 생활상과 인물들에 대한 묘사는 역시 뛰어나다. 여기에 아랍어 더빙 지원은 게임의 몰입도를 한층 높여준다. 유비소프트는 시리즈가 내내 자랑하는 탁월한 성취 중 하나를 이번에도 해냈다. 텍스트 중독자, 중동 역사 애호가들에게 코덱스 속 이야기들은 이 게임의 백미다.

메인 캐릭터와 관련된 이야기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미라지’에서 ‘바심’의 이야기는 홀로 매력적이지 못하다. 전작 ‘발할라’를 진지하게 플레이한 유저에게만 의미가 깊을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흘러 전작의 이야기를 잊었거나 혹은 첫 시리즈 입문이라면 아랍의 사막 속에서 ‘바심’과 함께 방황할 가능성이 크다.

'미라지'는 메인 바퀴를 포함한 보조 바퀴까지 모든 요소의 존재감이 미약해지고 크기가 작아졌다.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유저 스스로 그 동력에 힘을 넣어야 한다. 게임은 유저를 직접 이끌지 않는다. 유저가 직접 페달을 밟아야만 게임의 재미에 어느 정도 몸을 실을 수 있을 정도가 된다.

따라서 게임은 때로 피로하고 즐겁지 않게 느껴진다. 하지만 바퀴가 제대로 굴러가기만 한다면 흥미로워지기도 한다.

전작 '발할라'의 외전, DLC 격으로 준비됐던 작품이므로 큰 볼륨과 다양한 재미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압축적인 재미를 느끼기에도 쉽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어쌔신크리드' IP는 여전히 작품 속에 빛나고 있으나 시리즈 극성팬이 아닌 일반 유저들의 눈에 기대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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