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반복적인 튜토리얼, 시리즈 상징인 무기 제한은 아쉬워
터치와 슬라이드의 '손맛 있는 전투', '부위파괴' 등 원작 구현 충실

[게임플] 모바일 기기의 조작적인 한계를 극복한 ‘몬스터 헌터 나우’의 전투는 꽤 인상적이다. 이 전투 시스템 하나가 몬스터를 찾아 떠나는 발걸음을 흥미진진한 모험길로 만들어 준다.

‘포켓몬 고’로 잘 알려진 증강현실(AR) 게임 전문 개발사 나이언틱이 ‘몬스터 헌터’ IP로 게임을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두 귀를 의심했다. 포켓몬까지는 그럴 수 있다. 원작 자체가 모험하면서 풀숲에서 야생 포켓몬을 만나 포획하는 게임이니까. 그런데 대자연 속 온갖 몬스터들과 벌이는 좌충우돌 수렵기를 AR 게임으로 만든다니, 리오레우스가 풀 뜯어 먹는 소리겠거니 생각했다.

그리고 지난 14일, ‘몬스터 헌터 나우’가 정말로 출시됐다. 이 소식을 까맣게 잊고 있던 기자는 최근에서야 지인에게 소식을 전해 듣고 게임을 시작했다. ‘대체 이걸 어떻게 AR 게임으로 구현했을까’라는 순전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런데 웬걸, 이 게임 생각보다 물건이다.

물론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일단 초반 튜토리얼이 길어도 너무 길다. 일정 랭크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헌터 랭크를 올릴 수단이 이것 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채집 지역에서 채집, 몬스터 처치, 거대 몬스터 처치의 반복이다. 사무실, 집, 체육관만 오가는 바쁜 직장인 입장에선 빨리 성장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도 아쉬웠다.

긴 튜토리얼 과정과 함께 콘텐츠 제한도 거슬렸다.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무기는 어디에도 없고 다른 무기를 얻기 전까지는 내내 한손검만 착용해야 한다. 튜토리얼 때문에 성장이 지연되면서 일주일 가까이 게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손검을 손에 쥐고 있다. 듣자 하니 챕터 2-2에서 대검이 해금되고 3-1에서 다른 무기들이 해금된다는데, 언제쯤 거기에 도달할지 감조차 오지 않는다.

이것 말고도 불편하다고 느낀 부분은 많다. 게임 실행 후 오브젝트 등장까지 제법 시간이 걸리는 점, 대형 몬스터와의 전투 중 발생하는 자잘한 버그들, 직관적이지 않은 UI 등 아쉽다고 할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런데 이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전투의 손맛’이다. 터치와 슬라이드로 이뤄지는 단순한 전투가 어째서 이토록 재미있는지는 앞서 있던 선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10년대를 풍미했던 모바일 게임 중 ‘인피니티 블레이드’라는 게임이 있다. 인피니티 블레이드를 들고 거대한 신을 정면으로 대적하는 것이 중심인 이 게임 역시 터치와 슬라이드만으로 전투가 이뤄진다. 그럼에도 시원시원한 손맛과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전투를 다루는 노련한 연출 덕분이다.

몬스터 헌터 나우도 그렇다. 주변에 출현한 거대 몬스터와 전투에 돌입하면 백뷰 시점에서 상당한 크기의 몬스터들을 마주하게 된다. 명심해야 할 것은 단 두 가지, “터치는 공격, 슬라이드는 회피”다. 이따금 몬스터의 몸에 붉은빛이 이는데, 이는 몬스터가 곧 공격한다는 신호다. 신호를 보고 잘 때리고, 잘 피하면 전투는 쉽게 끝난다.

문제는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안전하게 신호를 보고 미리 회피해서 공격하는 방법도 있지만, ‘저스트 회피’가 주는 쾌감을 포기할 수가 없다. 정확한 타이밍에 회피를 시전하면 회피 동작에 금빛 잔상이 일면서 뒤이어 가해지는 공격력이 향상되는데, 이 저스트 가드 포인트를 찾기 위해 몬스터의 여러 공격 모션을 분석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부위 파괴’와 ‘특수 스킬’의 존재도 짧은 전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특정 부위를 파괴해 그로기를 유발하고 추가 보상을 획득할 수도 있고, 특수 스킬에 붙은 무적 시간을 활용해 적의 공격 타이밍에도 반격을 이어가는 것 역시 가능하다. 클리어 타임에 따라 보상도 달라지기 때문에, 이와 같은 요소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리하자면, 몬스터 헌터 나우는 길고 불친절한 초반 구간만 잘 넘기면 모바일 기기의 조작적 한계를 극복하고 몬스터 헌터 시리즈가 주는 전투의 손맛을 잘 이식한 게임이다. 이 전투의 즐거움 덕분에 몬스터를 찾아 밖으로 나가는 AR 요소는 모험과 사냥의 여정으로 정당화된다.

이번 주말은 몬스터 헌터 나우와 함께하는 첫 주말이다. 생계를 위한 반복적인 동선을 벗어나 이번 주말은 집 근처에선 볼 수 없던 새로운 몬스터를 찾는 여정을 나설 계획이다. 아마 본지를 읽는 당신에게도 몬스터 헌터 나우는 발 닿은 적 없는 미지의 곳으로의 모험을 만들어줄 충분한 동기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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