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즐길 수 있는 소울, 핵심 동력은 성장... RPG 재미 극대화
루트슈터 장르 팬은 환영할 것, 소울 장르 오랜 팬들 기대와는 다를 수도

[게임플] 프롬소프트의 노력에 게임계는 수년간 ‘소울라이크’ 장르를 정립했고 장르의 팬들 역시 그에 맞춰 빠르게 진화했다. 소울라이크 장르가 맞이한 가장 큰 벽은 이미 오랜 시간 경험이 쌓인 유저층이었고 시장은 이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쏟아냈다.

렘넌트 시리즈도 그중 하나로 대표된다. 근접전 대신 유저에게 ‘총’을 들게 만들면서 ‘총크소울’이란 지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단순히 총을 든 원거리 전투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같은 TPS에는 ‘데드 스페이스’라는 걸출한 작품이 버티고 있으며, FPS 장르 역사 속 하드코어한 난이도를 자랑하는 게임들은 이미 충분히 있었다. 

렘넌트 시리즈의 또 다른 색채인 루트슈터 장르 역시 이미 포화 상태며 태산 같은 명작들이 이미 자신만의 영역을 오랜 시간 구축한 상태다. 자칫했다간 그 아류에 불과해진다. 렘넌트는 소울과 루트슈터 사이를 교묘하게 비집고 들어가야 했다. 결론적으로 꽤 영리하게 잘 버무렸고 두 장르를 절묘하게 융합시켰다.

렘넌트2는 소울의 재미를 선택적으로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소울 장르 허들을 완전히 낮춰버렸다. 게임은 장비가 허술한 극 초반부와 급격히 난이도가 상승하는 극 후반부에 소울의 재미를 몰아뒀다.

게임 중반부터 캐릭터의 성장 곡선이 급격히 상승하고 이때는 난이도를 올면서 플레이하지 않는 이상 루트슈터 장르에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소울 장르를 선호하지 않는데 좋았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여기서 이 시리즈의 최대 장점이 드러난다. 렘넌트2는 거의 전 구간에 보상이 산재해 있다. 게임은 불친절하며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 않지만, 유저는 경험적으로 필드나 던전에 나가서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예상은 완벽히 맞아떨어지고 유저는 곧 긍정적 보상 루프에 빠진다. 렘넌트2는 던전에 나가면 보상을 얻는다는 단순한 명제에 제대로 피드백을 주면서 게임 중반부를 끌어 나갈 동기를 확실히 부여한다.

이는 메인 퀘스트 라인과 상관없는 던전과 모든 지역을 샅샅이 훑게 만들고 짜증 나는 퍼즐들을 해결해야 할 이유가 된다. 그리고 실제로 그 보상이 쏠쏠하다. 이런 플레이 패턴은 계속해서 유지되며 렘넌트2는 의도적으로 이를 반복할 수 있게 등장하는 던전을 랜덤한 형태로 만들었다.

보스 보상도 선택지에 따라 달라지게 만듦으로써 보스를 다시 도전할 이유를 만들어 줬다. 이는 실제로 꽤 효과적이다. 캠페인 모드가 아닌 어드벤처 모드를 플레이하면 새로운 던전과 새로운 갈림길이 열린다. 와중에 유저는 다시 새로운 보상 구간을 찾게 된다. 캠페인 전체를 처음부터 도전하지 않아도 되는 어드벤처 모드는 타깃 파밍을 위한 장소로 게임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이 모든 보상 패턴이 게임 내내 이어지는 원 패턴 전투 방식을 상쇄한다. 전투 경험에 의한 플레이어 성장 곡선은 상당히 완만한 편이며 감당하기 어려운 난이도에 들어서야 급격히 상승한다. 그마저도 배워야 할 것은 보스 패턴과 구르기에 그친다. 라이트 유저는 내가 성장하지 않아도 캐릭터가 성장하기 때문에 난이도를 올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적다.

여기서 빌드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다. 더 높은 난이도 더 강한 적과 싸우고 싶기 때문에 유저는 11개의 원형과 더 강력하고 특별한 무기와 방어구, 어픽스를 찾게 된다. 해당 과정에는 경험치와 특수 제작 재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부 반복 플레이를 강제한다. 라이트 유저들이 소울 장르에서 한 번 클리어한 보스를 다시 도전하지 않는 것과는 달리 렘넌트2에는 라이트 유저도 반복해야 할 이유를 갖게 된다.

하지만 게임 전반에 쌓인 피드백이 결국 게임 후반부로 갈수록 점차 흥미를 잃게 만드는 기제가 된다. 유저를 움직이게 만든 엔진이 결국 후반부에 동력을 잃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개발진은 정말 획득하기 어렵고 까다로운 조건의 엔드 콘텐츠를 마련했다. 획득하기 위해 12개의 전제 조건이 필요한 ‘집정관’ 원형이 대표적이다.

유저는 기존 보상 루프에 따라 엔드 파밍 콘텐츠에 대한 기대로 가득차게 된다. 유저는 더욱 강력해질 자신을 상상하면서 게임을 진행한다. 그리고 다시 더 강한 적을 향해 움직인다. 그러나 이런 엔드 파밍 콘텐츠 역시 한시적인 목표에 불과하다. 결국엔 언젠가 성장 동력은 멈추기 마련이다.

결국 소울라이크 장르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데 이때 앞서 말한 원 패턴 전투 방식이 걸림돌이 된다. 유저가 전투에서 성장했다는 경험을 받기가 어려운 게임 디자인으로 결국 한계에 부딪힌다. 파티 플레이가 새로운 전투 경험을 제공하지만, 일부에 불과할 뿐 완벽한 대안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밖에 아이템과 원형을 얻는 과정에서 일부 과도한 퍼즐은 게임의 재미를 반감하는 요소다. 몇몇 퍼즐들이 공략 없이는 진행이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한국어화의 미진함도 문제를 더하고 있다.

맵이나 NPC에게서 힌트를 전혀 얻을 수 없고 커뮤니티 정보를 확인해야만 얻을 수 있는 무기와 원형은 피로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생각 없이 전투에 집중하며 ARPG 장르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은 유저에게는 오히려 다른 의미의 허들로 받아들여진다. 게임 전체에 뿌려진 보상을 내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것이다.

렘넌트2는 장점도 뚜렷하지만 한계도 뚜렷한 게임이다. 성장의 재미와 빌드 다양성으로 RPG 장르의 재미를 확실히 잡았으며 소울 장르 허들을 확 낮추면서 라이트 유저들에게는 장르 입문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게임이다. 루트슈터 장르 팬들에게도 렘넌트2는 좋은 선택지다. 하지만 소울 장르의 오랜 팬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경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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